[동화] 5. 바카라 게임의 소리
인생은 바카라 게임하기 때문에 더 간절히 열망해야 할 영원의 뜨거운 정점이다.
04화 [동화] 4. 투덜이족
프랭크의 중절모자는 탈진한 사람처럼 후줄근한 노신사의 무릎팍에 축 쳐져 새근새근 잠들었다.
남자는 눈에 힘을 주듯 지그시 감았다. 쿵! 쿵! 거대한 화염괴 연기에 휩싸인 산이 보였다.
'아...'
단발적 신음소리는 색감이 뒤엉킨 파렛트처럼 남자의 생각을 빨아들였다.
너는 어느 지방에서든지
빈민을 학대하는 것과
정의와 공의를 짓밟는 것을 볼지라도
그것을 이상히 여기지 말라
높은 자는 더 높은 자가 감찰하고
또 그들보다 더 높은 자들도 있음이니라
05
인생을 살다 보면,열심히 내달리던걸음을멈추고 싶은순간에맞닥뜨리곤 한다. 순리보다 역리가 버젓이 활보하고, 불의가 정의를 농락하며, 억울하게 학대받는 사람들, 가슴 아픈 사별과 고난에 직면할 때 더욱 그러하다. 코끝에 부여된 호흡 한숨을 간신히 연명하며 하루몫의 수고와 고통, 인간관계의 지난함을 견디고 보듬고 세워가는 것, 그 반복이 잔혹하게 지루하다 느껴질 때가 있다.
어차피 죽으면 가져갈 것 하나 없는 인생에, 무슨 미련이 있어 이리도 치열하고 저리도 악다구니를 내는가 싶을 때, 인생들이 더없이 가여워 시린 눈물을 훔친다.인생의 다음 순간 무슨 지뢰가 있을지 모르는데,그 호흡 한숨이 뭐라고 기어이 내뱉고 들이쉬는과정을 반복하는지, 삶은 자주아찔하게 위험해 보이기까지하다.
프랭크의 바카라 게임감이 그랬다. 한 생명이 세상에서 깨어나고 소멸되는 과정은 신비로운 여정이건만, 그 신비가 일상으로 무디어져 가다가 이내 상실과 망각으로 사라져 갈 때, 그 허망함과 서러움은 숨 막히는 아픔이고 고통이다.
물리학자 프랭크 자신이 세상에 잊히기 시작할 때가 그러했고, 1950년 프랭크가 10살 때 발발한 한국 6.25전쟁 때부모님을 모두 잃어 전쟁고아가 되었을 때가 그러했다. 어느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되었던 그 세월이 감사하면서도 결연히 결단 내릴 수 없었던 기회가 도리어 야속하고 심장이 터질 듯 힘겨웠던 때도 있었다.
프랭크가 바카라 게임에 발을 디딘 것은 미국인 가정에 입양되고 몇 년 안 되었던 그즈음이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폭탄이 터져 돌아가신 부모님의 피 묻은 시신을 부등켜 안고 제대로 애곡 할 시간도 없이 도망쳐야 했던 전쟁세대. 같은 한국인끼리 죽고 죽이는 끔찍한 지옥의 한복판에서 어떻게 살아 나왔는지 기적 같기만 했다. 사랑 많으셨던 부모님을 향한 눈물 어린 그리움은 살을 에워 죽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에코나라의 바카라 게임에 처음 발을 내딛던 날. 그 아랫마을 마음숲의 마더스가든을 만나기 전까지 그랬다. 매일 밤마다 목놓아 그리워했던 부모님의 기억을 직면한 곳,에코나라'그리움마을'06부모님을드디어대면하며통곡했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 땅에서 존재의 소멸은 끝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지금 생을 더살아야할이유를 찾아낸프랭크의인생은그때부터크게달라지기 시작했다.
07자신처럼 삶의 무게를 버거워하는 7살다솜이를 그 바카라 게임에서마주친것은,그 후70년이 지난어느 날이었다.프랭크가50대 어느 날 인간세상에서 실종자로 처리되고, 80대가 되어 조우한 한 소녀에게서 미래의희망을 보게 된 것은호흡이 얼마 안 남은 그에겐 천만다행이었다.
다솜이는 어린이치곤 바카라 게임에 꽤 자주 다녀가는 아이였다. 바카라 게임 등반가들에겐 꽤 유명한 아이였다. 그 나이03들이 바카라 게임를 느끼기란여간해서찾기 어려운일이기 때문이다.
다솜이가 처음 바카라 게임에 발을 내디딘 것은 7살 무렵이었다.다솜이의데디가 병약해져 집에만 있기 시작한 지 1년 하고도 한참 지난 때였다.
헛된 것을 더하게 하는 많은 일들이 있나니
그것들이 사람에게 무슨 유익이 있으랴
헛된 생명의 모든 날을 그림자 같이 보내는 일평생에
사람에게 무엇이 낙인지를 누가 알며
그 후에 해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을 것을 누가 능히 그에게 고하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