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첫 편지입니다.조금 늦었습니다. 하마터면 바카라 룰에게보낼 뻔했던 괴팍한 글을 다 지워야 했거든요. 이 겨울에, 나는 바카라 룰에게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만 싶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저 귀퉁이에서부터 다시, 살의가 들불처럼 번져오고 있었습니다.못된 나,다시, 바카라 룰 죽이고 싶어졌습니다.겨울에 느닷없이 열꽃을 피워낸 겁니다. 꽃이 또 계절을 착각한 겁니다.
못된 내가 시키는 대로글을 썼습니다.나의 순수한 찬미를, 경애를, 추앙을, 환대를, 찬 거리에 세워두고담배를 피우던 바카라 룰. 유독한 회색 연기 앞에서 언제나쩔쩔매며, 벌 받듯 사랑했던 나.그런 바카라 룰에게,내가 왜 착해져야 하지?바카라 룰 그때 의지가지 할 데 없었는데.바카라 룰은 먼 나라의 불행한 소설가처럼 하얀 눈밭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밭은기침을허덕이다죽어버릴 거라고, 그게 아니면 내가바카라 룰 죽여버릴 거라고, 바카라 룰 이보다 더한 저주도 끝없이, 끝도 없이 할 수 있다고!
악마에들린듯 거침없이무서운생각을 하는나자신에게, 바카라 룰또 한 번살의를느껴야 했습니다. 그건 착한 살의였을까요.바카라 룰 향해 필사적으로외쳤습니다.어서나에게서도망치라고. 어서 이 편지를 찢어버리라고. 나는 바카라 룰 지켜줄 수가 없다고. 내가 바카라 룰 곧 죽일 것 같다고.
그 해괴하고광포한자아 분열의 순간에,바카라 룰 살린 건 무엇인지 압니까? 못된 나도 착한 나도 아닙니다.차라리 그건,외로운나였습니다.홀로 걸은무수한 길이었습니다.길가에핀 작은 꽃이었습니다. 바람이었습니다.계절이었습니다.바카라 룰 집으로 돌아와 차가운 이불속에서 벌레처럼 몸을 말고울었습니다.추저분한05구했습니다.텅빈 명치를 조아렸습니다.두눈 아래 보이던무릎도잘라버렸습니다. 눈물이 바닥까지 완전히 떨어질 수 있도록.
바카라 룰 죽이려 했던 못된 나는 살인자. 못된 나를 죽이려 했던 착한 나도 살인자. 당신, 여전히 이 더러운 편지를 읽고 있나요? 이런 내 편지를 계속 읽을건가요? 그런데 바카라 룰, 그때 나에게 답장을 써 줄 수는 없었나요?단 한 번이어도 좋았는데.
*이 글에서의 '바카라 룰'은 특정한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력과 순정, 실패와 절망 앞에서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무심히 유해한담배만피우던 세상의 모든 것, 어쩌면그속에나를방치한 나 자신, 그리고 읽는 이가 순간적으로 떠올린 무엇이든, 이라고 해 두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특정한 한 사람은 아니고 특정한 몇 사람이긴 합니다.)(사람 이외의 것도 있습니다.)
*살의, 살인 등의 거친 표현들은 모두 문학적인 비유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불편하셨다면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