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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바카라노하우 잃는다.

아들은 매일 저녁 철봉에 매달리기 연습을 하더니 팔 힘이 꽤 세졌던 모양이다. 반에서 야구부를 포함해 남자애들 5명을 연달아 이겼다고 자랑하는데, 엄지와 검지 사이를 보니 손톱자국에 살이 파여 피가 난 흔적이 보였다. 일반적인 팔씨름으로는 나올 수 없는 상처였다.


어떤 녀석이 아들을 이겨보려고 일부러 손톱으로 짓눌렀던 것 같다. 팔씨름에 열중한 아들은 상대(친구라고 쓰고 싶지 않다)가 그러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이기기 위해 상대방이 어떻게 되든 가리지 않는 모습이 징그러웠다. 사과도 없었다고 한다.


신나서 자랑하는 아들에게 부모의 속상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어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이야, 운동 열심히 하더니 정말 힘이 세졌구나."

"그런데 그 손톱자국은 좀 비열한 행동이야."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그 아이와는 팔씨름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와이프와 나는 입을 모아 말했다.


그렇지만 나쁜 아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바카라노하우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상황과 이익에 따라 옳고 그름은 언제든 재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게 더 중요하다. 원래 사기와 배신은 믿음직하고 좋다고 ‘믿고 싶은’ 바카라노하우에게 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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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바카라노하우 잃는다.

욕심과 두려움이 작동하면 여지없이 바카라노하우 잃고, 생각이 기울고 판단이 흐려진다. 이 욕심과 두려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들에게 상처를 낸 그 녀석도 순간 욕심이 났거나, 또 지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뭐 사랑과 자비 같은 성인군자적 마인드는 아니고, 개는 짖고, 새는 지저귀고,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듯, 바카라노하우 잃는 것도 본래 자연스러운 인간의 습성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대학시절 친구와 성선설 성악설을 두고 밤늦은 취중논쟁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인간은 그런 것이다 싶다. 인간은 욕심과 두려움으로 언제든 바카라노하우 잃을 수 있는 그런 존재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회지도층 같은 그런 사람들도 그저 그런 바카라노하우일 뿐이다. 이런 잣대를 공인이 아닌 유명인인 연예인에게 더 가혹하게 적용하는 게 더 웃기기도 하지만.


아이의 손을 만지면서 정말 화가 나고 속상했지만, 섣불리 바카라노하우을 좋고 나쁨의 두 갈래로 나누는 좁은 시야를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대신 사람은 본래 바카라노하우 잃는 존재임을 알려주기로 했다. 그래서 아무리 좋아도 사람을 상대할 때 그걸 염두에 두라고 했다.


요즘 나의 주된 화두는 바카라노하우이다.

이 균형은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에서 작동하고 적용되는 거 같다. 결국 모든 건 바카라노하우 찾아간다.


나도 이 바카라노하우 언제든 잃을 수 있고, 타인 또한 얼마든지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하면서 남을 미워하거나 나를 자책하는 것이 조금 줄었다.


마음을 낭비하지 않아서 좋고,

시간을 버리지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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