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를 찾아 도착한도심 속 2층 양옥집은 바카라 노하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직 갓 유학 온 티를 못 벗어쭈뼛거리는 바카라 노하우을 잠시 바라보다 들숨에 삼켰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한순간 빨려 들어간 실내는 묵은 공기로 바카라 노하우의 옷깃에 묻은 차가운 숲 속의 냄새를 제거하였다. 바카라 노하우은 창틀의 풍경만이 달라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차츰 절감해 갔다. 숲을 병풍처럼 두른 바카라 노하우의 고향마당엔 지금쯤 찬바람이 기어 다니고 있을 것이다. 마당 한 켠 아버지가 군불로 소죽을 끓여야 방아랫목이뜨끈해지고, 시커먼 부엌의아궁이는 꾸준히 재를 날려 엄마의 행주는 마를 시간이 없을 텐데, 바카라 노하우의 큰어머니는 뺨에 재 한 톨 없는 얼굴로 바카라 노하우을 맞았다.
“대와이 왔나.”
“예. 큰어무이,”
“오야 그래.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지내라어예이. ”
“예...”
시골과 다른 풍경에 파랗게 질린 가방을 바카라 노하우은 잠시 소파에 내렸다. 햇살이 거실 창가에눌어붙어 체리색의 소파가 점점 익어갔다. 바카라 노하우의 큰아버지 내외가 사용하는 안방 문틈으로는 검은 자개장이 가식처럼 반짝이고 바카라 노하우. 그리고 거실 중앙에 2층으로 연결된 나무계단이 공룡의 화석처럼 건물 뼈대를 반쯤 드러내고 바카라 노하우.
그때 귀가하는 잰걸음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바카라 노하우보다 두 살 많은 대석이었다.
“야 대와이, 니 언제 왔노?”
명절날마다 사촌들이 만나면 이야기의 중심은 늘 대석이형이휘어잡았다. 주말의 명화에 나옴직한 이국적인 외모와 거침없는 언변의 사촌 형 목소리가 들리자 한결 마음이 놓였다.
“완아,우리 방으로 올라가자”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자 바카라 노하우은 점점 가벼워지는 공기를 맡았다. 2층엔 방 두 개에 화장실이 있었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바카라 노하우이 얹혀 살 방 벽엔 두 형제가 다정히 찍은 시간들이 박제되어 있었다. 부모님의 간절함 하나로 바카라 노하우은 대석이 형과 막내 대훈의 공간에 갑작스럽게침투해 버렸다. 바카라 노하우은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을 잠시 정리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숲 속을 불러내기 시작했다.
그때,누군가산들바람 같은 부드러움으로눈을 감고 있는 바카라 노하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큰댁의 장녀 현숙 누나였다.
“아이고 바카라 노하우이 왔네.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누나한테 말해.”
명절에도 들리던 나지막한 저 목소리가 바카라 노하우은 좋았다. 명절 때 대가족이 북적일 때도현숙누나는 언제나 고요했다. 고운 용모와숲 속 같은 목소리로 조용히 제 할 일만 하던현숙은낯선 공기를 들이켜는 바카라 노하우에게 마음을 밝히는 빛이 되었다.
저녁이 되자, 낯선 얼굴이 이층 계단을 올랐다. 처음 보는 여성과인사를 나누자, 현숙은 바카라 노하우에게 경위를설명해 주었다. 형제의 방에 들어와 살게 된 바카라 노하우처럼, 옆 방인 현숙의 방에도 객이 있었다. 사고무친이 된 딱한 친구 손을 붙들고 어느 날 누나는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왔다고 담담히 읊었다. 악수한누나의이름은 복주였다.
부모님의 쌀가마로 이곳에 들어온 바카라 노하우과 사연으로현숙의 방에 들어온 복주 누나가가장편한곳은 방이 아닌 계단과 옥상이었다.괜스레눈칫밥이씹히는 날이면, 날이 추울 때는 계단에서, 날이 좋은때면 3층옥상에서둘은미소로연대를 다지곤 했다. 이따금 불거지는 형제의 다툼과 안방 자개장에 스미는냉랭한그림자 사이에서, 셋방의 남매는 도시의칼바람에균열이 난이층 집에서 함께 웅크리고 바카라 노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