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의순수한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나던 시절,묵은 커피 향이 피어오르던 허름한 커피숍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번의 맞선시장에 방출된 그녀는 커다란 설렘도 별다른 감흥도 없이주름진 할머니 손에 이끌려 흐릿한 조명아래짐짝처럼 앉아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첫 만남에 늦어지다니. 살짝 기분이 상해지려는데헐레벌떡 삐그덕거리는 문을 밀고 들어서는 그를처음 본 순간사설 바카라 피었다.
작은 얼굴에 어두운 조명아래서도 반질반질윤이 나는 도시냄새가그득한모습,가까이 다가온 그의 향긋한오이비누내음까지도나를 홀렸다. 이 사람 뭐지. 늦었는데도 나쁘지 않은데. 결혼 후 작은 사설 바카라 등에 업고,한 손에는 큰사설 바카라 손을 잡고,또 한 손에는 기저귀가방을 들고,기름냄새폴폴나는버스를 두 번이나 타고,멀미에 시달리다30여분을 걸어서 갔던 백부님 생신에다녀오는길이었다. 어쭙잖게 변명을 해대는 그였지만싫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첫만남은 양가 어른들의 보초(?)속에끝이 나고그날의보호자였던 할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만 나는 맞선시장의 풍경이었지만 그의 애프터로13번을 더 만나고 3개월 19일 만에눈꽃 같은 드레스를 입었다.눈물꽃도 꽃인지 그 짧은 기간에도꽃을피워댔지만허니문 베이비로 큰사설 바카라 낳고 연년생으로 작은 사설 바카라 낳았다. 그렇게 꽃피는 20대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오직 젊음이 자산이었던 그때를치열하게 살아냈다.
그렇게 살아내는 동안고생꽃도 사설 바카라라고수도 없이피고지며가시꽃까지합세하여사설 바카라란 꽃은 모두 섭렵하고는 지금은 초로의 문턱에서웃음꽃길만을꿈꾸며 살아간다.미래를약속할 수 없었던 그 사람,달랑 편지한 장으로 이별을고한채 한동안미친 듯이일만하다무작정벗어나고 싶었던때였다. 훗날 그도 좋은 짝을 만나 결혼에 골인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제야 나의 선택에 안도하며미안함을 내려놓을수 있었다.
삶이란,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꽃을 피우며 그렇게살아가는 거.인연이아닌 것에 연연하기보다 현재 주어진 삶의 테두리 안에서 지킬 것은 지키며 살아가는 거. 수도 없이 피워댄 꽃들만큼이나노을 지는꽃잎 앞에서도변함없이 따스히손을잡아주며실한 열매로맺어지고익어가기를함께소망해 보는,그런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