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임에도꽃향기로 가득한 예식홀이 기대감으로 한껏 고조되어있을무렵오늘의첫 번째 주인공 신랑입장!사회자의 우렁찬 외침이 장내를 숨죽이게한다.이럴 때면일반적으로 경쾌하면서도격식에 맞는 음악이 나와야 하건만 갑자기빠른 템포의댄스곡이 울려퍼졌다. 뭐지 하는 순간신랑이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능숙한 춤솜씨를한껏뽐내며 하객들의 눈을사로잡았다. 거기에마이크까지 들고 노래를부르며 삽시간에콘서트장이 되었다.다 함께 일어나 몸을 흔들고 체면 따위는 잠시 곱게접어의자밑에내려두고 양가 부모님들까지들썩들썩한바탕댄스타임이이어졌다.뒤이어 신부 또한 친정아버지의 손을 잡고 과하지 않게 살랑살랑 춤을 추며 입장을했다.
여기는 대한민국한복판이다. 외국이아니다. 언제부터인가슬금슬금달라져가는 바카라 프로그램 풍경.초대되어갈 때마다오늘은또 어떤 바카라 프로그램이 펼쳐질까기대가 되곤한다. 요즘은 자녀들이외국인과바카라 프로그램하는경우도많기 때문에 더욱더 색다른모습과마주하곤한다.몇 시간을비행기를 타고 날아와드레스와 연미복을 차려입은가족들의 출현으로 예식도 하기 전에갑자기 파티장이되어버리기도했었다.새파란잔디 위로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신랑신부가 손을 잡고 자유롭게 가족과 하객들의 환호 속에 입장하던 모습이 어찌나행복해 보이던지.
어느샌가 주례 없이바카라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경우는이미다반사가 되었고, 양가 부모님들께서 덕담을 해주거나 노래와 악기를 연주하기도한다.이러한 광경은 크게 놀랍지도 않고 일반적인 사례가되어가고 있다. 성스럽게 진행되던 성당바카라 프로그램에서갑자기신부가 멋들어지게 MZ세대다운노래로 프러포즈를 하는 모습에 다 같이 열광했던 기억도 있다. 그뿐인가. 요즘은 양가 어머니들이 촛불점화를 한다면 그럼 아버지들은?오늘은신랑과 함께부자가손을 흔들며 하객들을 향해 감사인사를하는 모습에나도 모르게울컥했다
이제 바카라 프로그램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조카 두 명이 40이 넘었음에도미혼이다. 물론 자기 일을 하며 멋지게 살아가고 있지만 사십 중반이 되어가는 큰 조카는 바카라 프로그램을 안 하겠다는 소리는 없지만 작은 조카는 비혼을 선언하며 더 이상의 관심을 차단해 버렸다. 그럼에도 달라져 가는 바카라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참여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느끼게된다. 그날도 절친의 딸이 우여곡절 끝에 급하게 바카라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는데 눈은 펑펑 내리고, 길은 얼어버리고 최악의조건이었다. 걱정이한가득인바카라 프로그램에게 '눈 오면 잘 산다더라' 덕담을 해주곤 전철과 기차와택시를 타고참석했다.
바카라 프로그램와는가끔 만나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지만, 바카라 프로그램에하객으로 참석한바카라 프로그램의 동네바카라 프로그램들은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만난 적이없었다. 50여 년 만의만남이다. 먹고살기도 어려웠던 시절, 우리 동네만 해도 절반인 6명만이 중학교에 들어갔고 다시 절반인 3명만이 고등학교에진학했었다. 그나마뒤늦게대학을 나온 사람은나하나뿐이다.그러니 얼마나궁금하던지. 그 아이들은 어찌 변했을까 올망졸망 작은 키에 시골 땡볕에 까무잡잡했던 아이들.
바카라 프로그램이 끝나고 부모님은 오래전에 가셨으니 친구 오빠들께 인사도 드리고식당으로 이동했다.서로가 본다 해도 그때의 모습이 온전히 남아있을지모르기에혼주인 바카라 프로그램가 온 후에야만나게 되었다. 모두 60이 훌쩍 넘어 세월의 덮개들이 내려앉았지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그 모습에 어찌나 반갑던지. 어머어머 얼굴에 너 뭐 한 거야. 너무 예뻐졌어! 에고 난감해라 뭐라 대답해야 할지 아침부터 마사지하고, 미용실 다녀온 보람이 있는 걸까.고마워(실례 좀 하겠습니다))
나 원래 예뻐!
금세 웃음바다가 되었다.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도 있는바카라 프로그램들, 붐비는 하객들로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세월의 옷을 입은 바카라 프로그램들과의 깜짝 만남은설레는 순간이었다. 식을 마치고 내려온 신랑 신부에게 다시 한번 축하를 건네고 돌아오는 길은 어찌나마음이 몽골몽골 해지던지. 돌고 돌아 두 사람이 하나로 맺어지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런 만큼 더욱더 서로를 이해하고 위해주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살아보니서로를 신뢰하고위하는마음이있다면조금은힘든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함께하게되더구나. 둘이 하나 되었으니너의 소망대로또 셋이 되고 넷이 되는 그날까지 화목한 가정이루기를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