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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왜병 (왜病, Whyholic)

엄마, 저건 왜?




어린이집이 끝나고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바카라 프로는 눈에 들어오는 바깥 풍경이 모두 새롭습니다.

바카라 프로 : (버스 정류장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엄마, 저거 왜?
바카라 프로 : 사람들이 다리 아플까 봐, 버스 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라고 의자를 놓아둔 거야.
바카라 프로 : 왜?
바카라 프로 : 그냥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플 수 있으니까. 앉아 있으면 편하잖아.
바카라 프로 : 왜?
바카라 프로 : 우리도 이렇게 버스에 앉아 있으면 다리도 안 아프고 편하잖아.
바카라 프로 : (길가에 설치된 지하철역과 연결된 엘리베이터를 보고) 엄마, 저거 왜?
바카라 프로 : 지하철로 가는 엘리베이터야.
바카라 프로 : 왜?
바카라 프로 : 지하철은 땅 속에 있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려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거든. 근데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든 사람들이 있어서 이거 타고 쉽게 가라고.
바카라 프로 : 왜?
바카라 프로 : 다리가 아프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
바카라 프로 : 왜?
바카라 프로 : 휠체어를 타는 사람은 계단으로 갈 수가 없고, 다리가 아픈 사람은 계단으로 다니기가 힘들거든.
바카라 프로 : 왜?
바카라 프로 : 다리가 아프면 무릎을 구부리기가 힘들 수 있어.
바카라 프로 : 왜?
바카라 프로 :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은 무릎에 관절염이 있을 수 있거든.
바카라 프로 : 왜?
바카라 프로 : 다리를 많이 써서.
바카라 프로 : 왜?
바카라 프로 :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살면서 다리를 많이 썼으니까.
바카라 프로 : 왜?
바카라 프로 : 오래 사셨으니까.
바카라 프로 : 왜?
바카라 프로 : 오래전에 태어났으니까.
바카라 프로 : 왜?
바카라 프로 : 그게 말이야...

자두의 대답이 막힐 즈음 다행히 버스가 집 앞에 도착합니다. 자두는 바카라 프로를 냉큼 안고 내립니다.바카라 프로는 더 이상 묻지 않습니다.

길가에는 바카라 프로의 관심을 끌 만한 새로운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 너하고 나하고 이렇게 신기할 것도 재미있을 것도 없는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나누면서,

대단할 것도 그렇다고 소소하다고도 할 수 없는 인생길을 걸어가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태초에 하늘이 열렸지.’라는 먼먼 전설 같은 이야기에 도달하는 날도 있겠지.


어떤 날에는 어제 먹은 순대에 관한 이야기를, 어떤 날에는 너와 놀기 싫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어떤 날에는 이미 별이 된 네 외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할 거야.

같이울기도하고웃기도수많은이야기들을하늘의별로09달로42

함께밤길을걸을있다면나는정말행복할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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