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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우리나라 대학 갈 거면 필요 없어요~

책벌레 바카라 게임이 자기 딸은 입시학원에 보내겠다고 말했다




고3 아들이 뭐 좀 각 잡고 해봐야 할 타이밍만 되면 자살 운운 하길래, 바카라 게임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을 때였다.


"다른 애들처럼 공부나 좀 제대로 하면서 힘들다고 하덩가,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면서 맨날 죽고 싶다니 내가 어이가 없어서는... 바카라 게임, 넌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


"왜요~ 저도 바카라 게임하면서죽고 싶은 적 있었죠. 그때 생각했어요. 아, 내가 죽고 싶다고 생각했으면 대한민국 입시생 중에 죽고 싶다는 생각 안 해 본 애들이 없겠구나, 하고요."


우리 집 바카라 게임, 즉 내 친구의 딸내미로 말할 것 같으면 엄마표 육아의 정석이다. 내 친구는 육아를 인생 최대의 가치로 삼고 결혼하자마자 일을 그만둔 케이스. 그 집 딸들은 어렸을 때부터더러운(?) 아니, 해로운 음식은 전혀 입에 대지 않고 자랐고,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늘 운동하는 분위기가 몸에 배어 있었다.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책을 읽어줬는데, 그 덕에 딸 둘은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한글과 영어 모두를 집에서 뗐다. 그러다 보니 우리 바카라 게임은 초등 고학년 때 이미 <안나 카레니나를 인생책으로 꼽을 만큼 멋쟁이 책벌레로 자랐는데, 내 친구는 그런딸의 손에서 기어이 책을 뺏고 부지런히 산과 놀이터로 데리고 다니며 꽃과 나무의 이름을 알려주는 균형 잡힌 엄마이기도 했다.친구는 거저 주는 법도 없었다. 딸이 과제를 잘 수행하면 그 대가로 뮤지컬 R석 티켓을 선물했고, 바카라 게임은 그런 부모에 감사할 줄 알았다. 어렸을 때부터 문화적 소양을 자연스럽게 갖춘 딸들은 방학이면 엄마와 함께 런던으로 날아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런던 시내 크고 작은 뮤지엄을 돌아다녔다. 공부만 잘한다고 다 허용하지도 않았다.자기가 먹은 밥그릇은 자기가 씻고, 자기 빨래를 개고 가져가는 것도 모두 딸들의 몫이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훌륭한 엄마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친구의 화려한 육아영웅담(?) 중에서도 내가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핸드폰이다. 나와 이웃 엄마들이 사춘기 때 아이들 핸드폰을 깨부수고며칠 지나지 않으면 다시 사주는지지리 궁상을 떠는 동안 그 바카라 게임 우아하기 그지없이 딸의 노트북에 카카오톡을 깔아주었다. 핸드폰을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대에, 그집 딸들도 곧이고대로 받아들일 리 없었다.하지만 핸드폰에 대한갈등은 되려 풍성한 대화와 토론의 주제거리가 됐고, 지루한 싸움 끝 결론은 늘 아이들이 엄마의 고귀한 의도를 납득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되었다. 우리의 되도않은 우려와 달리그 집 딸들은 핸드폰 하나 없이도 학교 다니는 내내 인싸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선거에 출마해 거뜬히 회장을 달고,각종 행사 때마다 무대에 올라 춤을 추고 시나리오를 쓰고 뮤지컬을 올렸다. 누구보다 열심히고등학교 생활을 즐겼다 할 만 했다.


나와 달리 내 친구와 그녀의 딸은 가열된 대한민국 입시 정책과 경쟁에서 교묘히 비껴 난 방식으로 성공을 이룬 나의 롤 모델이었다.그러니 그런 바카라 게임의 입에서 "고3 때 나도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나는 다시 우리나라 입시에 대한 회의가 몰려왔던 기억이 난다..


입시 관련해서 바카라 게임에게 들은 또 다른 충격적인 대답 하나는 국어공부에 관한 것이다. 수능이 끝난 작년 이맘 때쯤.명색이 학원계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나 또한 당연히 2023년 국어 수능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다. 마침 바카라 게임의 엄마와 통화 중이던 나는 어느 새 바카라 게임과 삼자통화를 하며 수능 국어 문제의 출제 경향에 대해물어보고 있었다. 내년이면 수능을 봐야 할, 그러나너무 오랫동안 공부를 놓아버린 아들 걱정을 겸하며.중학교부터 공부를 놓아버린 아들이 이제라도 국어공부를 시작했을 때의 그 희박한 가능성에 대해 반쯤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근데바카라 게임의 생각은 달랐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국어는 정말 그동안 바카라 게임 안 했어도 괜찮아요. 이제라도 몇 달만 빡세게 바카라 게임하면 된다니깐요. 학원에 가서 지문 구조 분석하고 문제와 사지선다 유형 파악하고 시간 내에 풀 수 있게 연습만 하면 2~3등급 정도 맞출 수 있어요~."


바카라 게임은 초등학교 때 이미 학교 도서관에 꽂힌 책을 모두 읽고 나오겠다고 결심한, 자타공인 대한민국 상위 0.01%의독서인이다. 물론 계속 홈스쿨링만 고집한 건아니었다. 좀 늦었지만,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다른 애들처럼 영어와 수학 학원을 다녔고,국어 또한 고등학교 때에는 입시학원에 잠시 다녔다. 그리고 나와 친구는 바카라 게임이 국어 시험만큼은 늘 1등급을 놓치지 않았던 이유를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린 그녀의 풍부한 독서경험 때문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그러니 그날5년 가까이 국어공부와는 담을 쌓은 내 아들도 맘만 먹으면 몇 달 안에 국어를3등급 까지 맞출 수 있다고 하는 바카라 게임의 말이 나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바카라 게임;OO야, 너는 어렸을 때부터책 읽는 게 몸에 배서 네 누적된 독서량이 국어 점수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요즘 죄다 문해력 얘기 하잖아. 수학 영어 아무리 잘해도 국어 못하면 꽝이라고.독서교육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게 하루아침에 되겠니. 말이 나와서 말인데, 솔직하게 말해 보자. 그럼, 네가나중에 딸을 낳아서 다시 키운다면 너처럼 책으로 키울래? 아님 일찌감치 입시 학원 보낼래?바카라 게임;


바카라 게임은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바카라 게임;대한민국에서 좋은 대학을 가는 게 목표라면, 저는 일찌감치 학원 보낼 것 같아요. 수능은 지문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와 독해력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시간 내에 빨리 파악해서 정답 맞히는 게 중요하니까요. 국내에서 좋은 대학을 보내겠다고 한다면 학원으로 빨리 밀어 넣는 게 나아요.바카라 게임;


물론 내 아들은 이런 희망찬 충고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무 도전도 하지 않았지만, 정작 우리가 실망한 것은 아들 때문이 아니다.그간 독서와 문해력에 대한 우리의 실천과 신념에 반하는 바카라 게임 딸의 고백 앞에 우리는 적잖이 배신감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책 보고 글 쓰고 뮤지컬 관람하는 게 제일 재밌었던 바카라 게임은, 다른 수험생들처럼 한때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열심히 국영수를 공부해 그 어렵다는 대학에 들어갔다.자신이 기대했던 것보다는 조금 마음에 덜 찬 대학의 연극영화과였지만, 지금 너무 재미있게 대학에 다니고 있다.하루 종일 시나리오 쓰고,무대 소품 만들고, 조명을 쏘고, 선곡을 하고 매일 밤새는 일의 연속이다. 게다가 매주 연극과 뮤지컬을 의무적(?)으로 관람해야 한다. 그러니 매일매일 대학 다니는 게 신나지 않을 수가 없다.고등학교 때라면 국영수 공부에 집중해야 해서 자투리 시간을 쪼개어 겨우 눈치 보며 했던 그 것. 공부 잘하면어쩌다 한번 상으로 관람했던 그것을 이제자신의 업으로 삼았으니 즐겁지 않을 리 있겠는가.


그러니 이제 대학생이 된 바카라 게임의 엄마이자 나의 육아 롤 모델인 내 친구는 만날 때마다이런 하소연이나 하게 되는 것이다.


저렇게 맨날 연극이나 하며 살 걸...
영수 바카라 게임, 그 어렵고 쓸데없는 건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배우게 했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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