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3반 22번.키 125cm, 몸무게 20.5kg. 마른 몸에조그마한얼굴, 길쭉길쭉한 팔다리가 여리여리하다.아기 때부터사설 바카라먹는 일에도통 관심이 없다. 사설 바카라;또 밥 먹어야 돼? 벌써?사설 바카라; 아이는 차려진 밥상을 보며 한숨을 쉰다. 좋아하는 반찬 - 달걀찜, 카레, 곰국 - 을 내줘도작은밥 한공기만 딱 먹고식탁을 벗어난다.숙제를 마쳤을 때의 얼굴로.편식도 심했지만 한해 한해 나아지고 있다. 식습관에 관해서는 어쩜 어릴 때 나와 소름 끼치게 똑같다.
뼈가 가늘고 몸도 빼빼하지만 운동 신경은좋은 편이다.방과후학교에서 음악줄넘기와 배드민턴 수업을 듣고 있는데, 두 종목 다 재밌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이단 뛰기를 연속 10개 했다며 한껏 고양되었다. 주말에가는수영 강습에서는 접영을 배우는 중이다.아이가물속에서 유려한 웨이브로 물살을 타는 걸보고 있자니감개가 무량했다. 사설 바카라 15개월이 되어서야 걸음마를뗀늦된 아기였다. 그런
내 딸이어느새저만치 자라서제 몸을 자유자재로 쓰고 있다.
몸만 크는 것이 아니다.말은 또 어떠한가. 사설 바카라어른들이 하는 말을 듣고 기억해 뒀다가 어른처럼 말하고싶어 한다.
남편이 늦게 귀가한다고 연락 왔던 어느 날 사설 바카라가 말했다.
엄마, 오늘 친구들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 해도 돼요? 신랑 없잖아?
나는 신랑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는데, 대체 어디서 뭘 듣고 온 거지?
하늘이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하던 어떤 날은 창밖을 보며이렇게말했다.
오늘 날씨가 번가락번가락 하네?
'오락가락'과 '번갈아'를조합했을 그말이희한하게자연스럽게 들려서 웃겼다.
동생이줄넘기할 때 자꾸 발이 걸리면,
담아, 긴장돼서 그래. 아~~~ 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뛰어봐!
이렇게 언니다운 말까지건네는 아홉 살이다.
사설 바카라 밖에 나가서 노는 걸 무척 좋아한다.
우리 아파트 단지놀이터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주민은아마 사설 바카라일 것이다. 누구랑 뭘 하며그토록 오래밖에 머무는지지켜봤더니 주로 동네 동생들이랑 놀아주고 있었다. 어느 날은어둑해지도록 안 들어오는사설 바카라를 데리러 나가보았다.이미 나와있던이웃집동생들의엄마들이나를 보자 반색했다.사설 바카라;보리엄마!사설 바카라가 동생들이랑 어찌나 잘 놀아주는지 몰라요. 너무 고맙게도요."
사설 바카라가 동생들이랑 노는 이유를 짐작해 보았다.
첫째,놀이터에는동갑인친구가 없다.2학년 친구들은 대부분학원에 갔기 때문이다. 사설 바카라주 3회피아노교습소에 가는 것이 유일한 학원일정이므로놀 시간이 아주 많다.
둘째, 동생들과 놀면 리더가 될 수 있다.언제나 게임을주도하고,누군가에게뭔가를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 사설 바카라이다.아무래도저보다 어린아이들과놀아주며자신이 원하는 걸충족시키는 것 같다.
셋째, 집에 있으면 엄마가 자꾸 책 읽자고 공부하자고 귀찮게 한다. 2학년이 되자 학교에서 수시로 단원평가라는 걸치고그 결과를집에가져오는데(부모님 사인을 받아가야 함), 점수가 늘 60점 대이다. 학교 진도를못 따라가는 건가 싶어서요즘에집에서함께교과서 복습을 하고 있다.객관적인 나의 관점으로, 사설 바카라조금산만한 편이다.책에 푹 빠져서 읽는 애들도 있던데, 내딸은 아닌 것 같다.그러다 보니나는사설 바카라;집중해. 다시. 똑바로 앉아서 다시 읽어봐사설 바카라; 따위의 말을 자주 하게 되고, 그래서인지딸은엄마랑 공부하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렇지만사설 바카라 꽤 성실하다.
매일 하기로한 분량의 공부는거르지 않고꼬박꼬박해내는 편이다.국어 영어동화책 한 줄 필사, 눈높이 영어학습지, 수학 문제집한 페이지,국어 문제집한 페이지,영어 챕터북 2권 듣고 따라 읽기가 그것이다. 요즘 사설 바카라자발적으로아침6시 30분에 일어나서 위의 공부를 한다.오후에는 밖에 나가서 놀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하는 초등학생이라니.언뜻대단한 것 같지만 어제 쳤다는 수학 단원평가는 또 60점이었다.사설 바카라;수고했어.어.. 맞힌문제가더많네!사설 바카라;라고말은 했지만, 살짝 흔들렸을지도 모르는내 눈빛을 사설 바카라가알아챘을까.내가 초등2학년아이와함께사설 바카라;시험 같은거 없으면 좋겠다사설 바카라;를 말하게 될 줄은 몰랐다.
얼마전 집 앞 운동장에서 남자애들과 축구를 하던 사설 바카라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집에 들어왔다. 넘어진무릎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나는 허겁지겁 약상자를 들고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사설 바카라나를보자 왕-하고크게울음을 터뜨렸다.나는 사설 바카라;아이구, 많이 아프고 놀랬구나사설 바카라;하며아이를품에 안았다.사설 바카라가 이렇게 아기처럼 목놓아우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엄마.. 있지.. 나 밖에서는 안 울었어. 사실은 진짜 너무 아파서 울고 싶었는데 꼭꼭 참고 집에까지 왔어.
이렇게 말하는아홉 살이 애틋해서 나도 눈물이 날뻔했다.
그러고 보면 연년생 동생인 담이는 요즘도 툭하면 울음을 터뜨리는데 사설 바카라진작부터그러지 않았다. 아홉 살 소녀는 언젠가부터 속상하거나 화날 때면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다가 볼을 타고 주르륵 흐르는 식으로 울었다. 슬픈 책이나 장면을 볼 때는 소리 없이 눈물방울만 또르르흘려보낸다.
사랑에 관한 말을 좋아해서 수집한다.
그중최근에 정서경 시나리오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있다. 이 말이 너무 충격적으로 와닿아서 내 마음속 어딘가에 꽂힌 것 같다.
사랑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되게 하는 것. 그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치는 것.
나는아이가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본연의 모습을 펼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주기를 소망한다. 아이에게 더 너그러워져서 더 넉넉한 자리를 내어주고 싶다.
십 년만 있으면 성인이 되어 훨훨 떠나가 버릴지도 모르는 딸이 지금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 속눈썹 한올 한올까지 못 견디게 사랑스럽다. 내가 할 일은 사설 바카라를 잘 관찰하여 사설 바카라가 되도록 두는 일일 것이다. 더불어 아이가 자신이 존재 그 자체로 귀하다는 걸 끊임없이 알려주는 일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