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브라운 컬러의1인용 리클라이너는 '게으른바카라 아라'이라는 미국 브랜드의 제품인데, 거대한 사이즈의다소투박스러운소파이다.오래전우연히 백화점 가구 매장에서 한번 앉아보았는데, 그 편안함에 반해 기꺼이 구매하였다.1인용 소파치고는고가의 제품이었지만, 그것에 대한어떤 강렬한 끌림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인테리어 파괴자라는 악명이붙어있는이 아이를 8년째 소유해오고 있는 건이제껏 이보다 편안한 바카라 아라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게으른 바카라 아라 위에 앉아 레그레스트 펼치고 체중을 뒤로 실으면 180도에 가까운 각도로 변신한다.인체의곡선에 맞춘 듯한푹신한 침대가따로 없다.베개 하나를 무릎에 올려놓고 그 위에 책을 펼치면집에서내가가장 사랑하는 독서스팟이 되지만,결정적인 단점이 있다.이내 잠들어버려서정작책을 읽지 못한다는사실이다.그러므로책을 들고 이 바카라 아라 위로 올라간다는 건잠들지도 모른다 혹은 잠들어도 괜찮다라고 여기는 일이다. 같은 이유로급히 읽어내야 할 텍스트를 들고 이 바카라 아라에 앉는 건 곤란하다. (책은 자고로 도서관 열람실 바카라 아라에서 가장 잘 읽히는 법이다.)해야 할 일이 사방에 산적해 있는 학기중일 때보다한가로운휴직기간에게으른 바카라 아라과더 친밀해지는까닭이다.
만삭의 몸이었던 두 번의 시절,쉬이 잠들지 못하던내가 퍽의지한 것도 이 바카라 아라였다.배불뚝이었던 나는바카라 아라 위에 모로 누워 한쪽다리를 암레스트에 올려놓고나서야잠들었다. 아이가태어난 후에도 수유할때,트림시킬 때,아기의등을 토닥거리며 이 흔들바카라 아라에밤낮으로앉아있었으니나는 게으른 바카라 아라에게참으로많은 순간을 빚져왔다.
고백하건대,작년이사즈음이 소파를 버릴까 말까잠시 고민했었다.우연히 지인의 집에서 어느 아름다운 안락바카라 아라를 보고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마치 미술관에 전시된 오브제인 듯 우아하고 세련된자태를 뽐내던 그 바카라 아라. 북유럽장인이최고급 가죽으로 제작했다는그 아이의천문학적인가격에나는 한 번 더 놀랐다.주인장의 허락을 얻어조심스레 앉아보았더니어쩐지황송한,낯선 편안함이 있었다. 와 최고급 천연가죽은 촉감과 향도 다른 것 같아-. 감탄하며집에 돌아왔다. 그날 거실에서마주한 내 소파는 뭔가 처연해 보였다.몸을 뉘이니 예의 익숙한 포근함이 나를 감쌌다. 천연가죽 냄새 대신 우리 집 냄새, 우리 가족의 살냄새 같은 것이 났다.
사물에도영혼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아무래도 난투박하고 못생긴 나의게으른 바카라 아라을 버리지 못할 것 같다.어느 재활용품센터에덩그러니버려져 있을내 바카라 아라를 상상하면, 그와 함께했던 나의 시절도 함께 증발해 버릴 것같아서일까. 그 장면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애닯고 슬퍼진다. 소파에서 낮잠을 자다가 깨서는,애먼소파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글썽이던 오늘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