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낭만을 대놓고 표현한 도시는 처음이다. 낭만이라는 단어를 눈에 보이는 도시 형태로 만들면 딱 퀘벡일 거다. 드라마 도깨비 나왔던 캐슬 호텔 '샤토 프로트낙'만 우아할 거라 생각하고 갔던 뭘 모르는 바카라노하우자는 올드타운 메인 스트리트로 나오자마자 크게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하나 우아한 곡선으로 만들어 건물에 대롱대롱 매달아 둔 간판.
톤 다운된 회색빛 벽돌.
시원스럽게도 뻗어있는 세인트로렌스강.
곳곳에 있는 가로등과 건물에 달린 등 디자인까지로맨스영화세트장을방불케 하는아름다움이었다.
마침 또 날씨가 겨울이다. 얼었던 강이 녹으면서 조각나 빙하들이 둥둥 강의 흐름을 따라떠다니고 눈이 공원과 언덕에 듬성듬성 혹은 여전히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마저 계획적으로 느껴졌다.
지구상에서 가장 낭만적인바카라노하우한번만들어보자 굳게 작정하고만든바카라노하우가아닌이상이런결과물이나올수가있나? 신데렐라 무도회장이 있었을 것 같은 샤토 프로트낙 호텔은 그저 랜드마크에 불과했구나 이제야 제대로 바카라노하우을 알게 됐다.
캐나다도 바카라노하우도 관심 없었다.드라마 <도깨비에 열광해 재방송할 때마다 재미있게 보지만 퀘벡을 바카라노하우하는 내 모습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매체에 나오는 모든 풍경은 다 예쁘기 때문이다. 이미 수년간 여러 촬영지를 가본 바카라노하우자이기에 드라마에 열광한다고 촬영지에 홀라당 반하지 않는다.
진작에 넘어갔어야 했을까.뉴욕까지온 김에가까운캐나다한번들여다보고가자며온 바카라노하우에서 내가 본 모든바카라노하우 중 제일 예쁘네어쩌네-를말하게될 줄이야. 드라마에 등장한 몇몇 장소들은 바카라노하우의 매력을 맛보기 스푼 하나 정도로 표현한 거였다. 도깨비의 묘비도 찬란하게 아름다운 도깨비도 촛불도 없었지만 눈에 보이는 그것들이 없다고 가장 중요한 낭만이 없는 건 아니더라.
눈에 보이는 그리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365일 크리스마스 같았다. 드라마에도 등장했던 크리스마스 용품 전문점의 외관이 아니더라도 해가 질수록 불빛으로 아름다워지는 거리들은 2024년 연말을 당겨왔다. 바카라노하우 올드타운에서 어느 가게가 연초부터 캐럴을 튼다? 그리 이상하지 않은 플레이리스트라고 확신한다. 그저 그 동네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틀었을 뿐이다.
바카라노하우에 있는 동안 드라마 속 지나가는 행인 N번째 역할을 맡은 것 같은 기분이 내내 함께했다.
퀘벡에 있는 동안 비도 맞았고 눈도 봤고 맑은 하늘과 핑크빛 일몰도 봤으며 흐린 날도 만났다. 짧고 굵게 모드 날씨를 경험한 결과, 퀘벡은 날씨 영향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도시가 아니다. 바카라노하우하다 보면 흐린 날에 아쉽거나 허탈한 때가 있다. 맑은 날이 최상일 거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 편향을 바카라노하우에서 많이 벗겨냈다.파란 하늘이 아니라고 해서 그 바카라노하우의 매력이 반드시 떨어지는 것은 아니구나!다짜고짜 실망해서 바카라노하우의 매력을 흐린 눈으로 보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