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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검은색 옷이요“
토요일 주말 오후 3시,
여기는 홍대입구 11번 출구 지상으로 향하는, 북적이는 에스컬레이터 위.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일주일간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던 상대방을 처음으로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간질간질한 공기가 유달리 어색했다. 사람 만나는 일에는 이제 도가 텄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이건 또 다른 이야기인가 싶어 쿡 웃음이 터졌다.
’긴장할 건 또 뭐람, 좋으면 좋은거고 나쁘면 경험인셈 치면 되지‘
괜스레 입고 있던 흰 니트를 손으로 툭툭 털어내며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내곤, 흘러내린 머리칼을 다시금 말끔히 귀 뒤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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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필 무렵의 토요일 홍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검은색 옷’을 찾으면 된다던, 꽤나 심플했던 그의 설명은 수많은 검은 착장의 사내들 무리 속에선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듯 했다.
역 밖으로 나가 인피에 밀려가며 한참을 두리번 거리던 중, 저 멀리서 역 쪽을 바라보고 선 검정 니트를 입은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사람이다.
적당히 큰 키, 하얀 피부, 멀끔한 검정니트 안에 빳빳한 하얀 셔츠를 받쳐입은 그는 봄볕을 받아 반짝이는 은색 안경테를 슬쩍 올리며 내쪽으로 다가왔다.
“혹시?“
상상 속으로만 그렸던 그를 처음 마주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