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구례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산 아래 바카라 노하우 가게에 들러 유리 문진 하나를 손에 넣었다. 투명에 가까운 살구빛 분홍색이 감도는 판유리 다섯 장이 겹쳐진 사이에 홍매화 두 송이가 납작하게 잠들어 있다. 그 매화는 올봄 선암사에 피었던 거라고 뒷면에 붙은 스티커에 정자체로 적혔고. 한순간 피었다 지고 마는 꽃과 투명하게 빛나지만 단숨에 깨질 수 있는 판유리의 조합, 두 개의 아스라한 것들의 만남은 어떤 간절함의 축적 같다.
사라질 운명의 것을 포개 하나의 성을 지은 작가의 바카라 노하우라니. 연약한 두 대상을 맞대 견고하게 가두고자 했던 마음은 무얼까. 유리로 봉인한 홍매화의 바카라 노하우랄까, 유리와 홍매화로 봉인한 작가의 바카라 노하우랄까, 그것들이 손 안에서 애틋했다.
요즘 딸아이는 바카라 노하우에 빠졌다. 바카라 노하우이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에게 색색깔의 왁스가 들어있는 상자와 도장 세트를 선물해 주었다. 작은 알약처럼 생긴 왁스 조각을 금장 도금된 작은 스푼에 담고 촛불에 녹인다. 그런 다음 작업판 위에 붓고 도장으로 찍으면 여러 가지 색이 마블링된 왁스 위로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다. 붉은색이나 노란색으로만 기억하던 밀랍 대신 아이에겐 알록달록 고운 색의 여러 가지 왁스 조각이 있고, 눈꽃, 천사, 나무, 잎사귀, 꽃, 글귀가 새겨진 열 개의 도장이 주어졌다. 찍을 때마다 예측불가능한 색의 혼합 위로 도장에 새겨진 무늬가 옮겨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