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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없는 가치의 값어치에 대해

봉준호 감독의 '바카라 드래곤 보너스' 리뷰

바카라 드래곤 보너스;바카라 드래곤 보너스' 스틸 컷

가치와 그 가치의 교환이 공생 혹은 기생의 관계라고 보는 바카라 드래곤 보너스 ‘기생충’의 세계에선 모두가 서로의 가치에 기대어 산다. 이들의 세계에서 ‘각자의 선을 잘 지킨다면’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 착취와 투쟁은 없다. 사람에 가치가 더해지는 순간, 부자들도 그에 마땅한 대가를 지불한다. 백수라는 현실에 명문대 과외선생, 해외유학파 미술치료사, 상류층을 위한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라는 값을 더하며 돈을 벌 수 있다. 게다가 ‘기생충’의 세계에선 가난한 자만이 타인에게 기생하는 것은 아니다. 박사장(이선균) 가족들은 기택(송강호) 가족들의 도움이 없으면 단 하루도 편히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두 가족은 각자에게 기생하고 있고,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공생에 가깝다. 하지만 선을 넘는 순간 관계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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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인물들이 단단하게 얽혀있지만 개인적으로 바카라 드래곤 보너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박사장의 막내아들 다송이다. 다송의 누나 다혜는 그가 예술가인척 거짓말을 한다고 투덜댄다. 타고난 금수저로 인디언 흉내를 내는 다송은 어떤 의미에서 봉준호 감독이 스스로를,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가를 담아내는 페르소나처럼 보인다. 다송은 박사장 가족 중 유일하게 ‘그 사람’(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직접 지칭하지 않았다.)을 목격했고 쫓겨난 가사도우미 문광과 문자로 연락을 취하며, 모스 부호를 읽을 줄 아는 인물로 나온다. 어쩌면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경계에서 소통이라는 희망을 담은 인물처럼 그려지지만, 실제로 다송은 모스 부호를 읽은 후에도 그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하지 않는다.


예의와 개인의 명예를 존중하며, 강한 가족의 유대관계를 강조하는 인디언의 관습대로 사람에 대한 예의를 말하고 있지만, 바카라 드래곤 보너스이 만들어낸 가치와 그 시선은 삶의 진창에 발을 담그기 보다는 한발 떨어져 현상을 관찰하는 예술가의 태도에 가깝다. 인디언을 흉내 내지만, 인디언 그 자체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봉준호라는 예술가가 바라보는 우리 시대의 동시대성은 홍수가 난 날 돼지와 함께 떠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다리 위에서 떠내려가는 돼지를 바라보는 것이라는 선언처럼 보인다.


바카라 드래곤 보너스은 숨 막히는 현실을 보여주기 보다는
숨이 막혀, 턱 멈춰 선 순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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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사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무계획이야.


바카라 드래곤 보너스(2019)

•감독 : 봉준호

•출연 : 송강호(기택), 이선균(동익), 조여정(연교), 최우식(기우), 박소담(기정), 이정은(문광)

•국내개봉일 : 2019.05.30.

•관객수 : 1,031만명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티빙, 왓챠, U+모바일tv


최재훈

바카라 드래곤 보너스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37회 영평상 신인평론상 최우수상을 수상하여 등단하였다. 제3회 르몽드 바카라 드래곤 보너스평론가상을 수상하였으며 바카라 드래곤 보너스·문화예술 관련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나는 아팠고,어른들은 나빴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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