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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통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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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바카라

의심하지 마

성탄절 다음날부터 시작된 몸살과 감기기운이 열흘 가까이 머물다 이제야 개운해졌다.

주 2~3회씩 하던 운동도 감기몸살 덕에 멈춰졌다. 이제 좀 컨디션이 돌아오나 싶어 달리고 돌아온 다음날은 여지없이 몸살기운이 다시 찾아오길 반복했다. 그래서 감기기운이 더 길어졌나 싶게 이번 감기는 오래갔다.

바카라은 오랜만에 마음도 몸도 가벼워 오전부터 부지런히 집에서 할 일들을 하나씩 해치웠다.


우리 동네 콩나물 해장국집은 24시 영업이라 아무 때나 찾아가도 헛걸음하는 일이 없다. 웬만한 식당에 휴무일, 브레이크 타임이 생기고부터 허탕 치는 일이 제법 있던 나에게 24시간 운영하는 이 가게는 언제나 찾기 좋다. 게다가 단돈 6,000원으로 즐기는 한 끼는 매우 만족스럽다. 콩나물 가득 들은 한 그릇을 뚝딱해도 소화가 안 되는 법이 없다.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 다가오자 어서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에 급히 집을 나서 감기가 뚝 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카라 점심은 뜨끈한 콩나물 해장국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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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데 뜨거운 김이 렌즈에 따라 붙는다. 바카라도 나를 만족시켜준 소울푸드



동네 도서관에는 늘 주차전쟁이다. 만족스러운 식사 후 반납할 도서들을 챙겨 도서관으로 향했다.

바카라도 역시 주차장이 만차에 양쪽으로 이중주차 중이라 이중주차 마지막 대열에 합류하고 내리던 순간 주차자리의 차가 한대 빠진다. 럭키비키^^ 이런 날은 반납만 하고 돌아갈 수 없다. 책을 둘러보고 읽고 싶던 책들을 검색해 몇 권 빌려 여유 있게 볼일을 마쳤다.


오랜만에 좋은 컨디션으로 볼일도 마쳤으니 운동도 시작해 보기로 한다.

대신 무리하지 말고 바카라은 짧게 뛰어보기로 했다. 30분만 뛰자 싶어 나왔지만 그동안 쉬었던 탓인지 조금 버거워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뛰고 걸었다. 기분 좋게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늘 입던 옷으로 갈아입으려던 순간 눈에 글자가 보였다. 옷에 한글로 뭐가 쓰여있네?


집에서도 깔끔하게 홈웨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있던데 나는 그렇지는 않다.

버리기 직전의 옷이나, 저렴히 득템 한 평범한 티셔츠를 집 옷으로 정해 주야장천 그 옷을 입는다.

이번 겨울 나랑 동고동락 중인 티셔츠는 언니에게 받은 핑크색 플리스 티셔츠다.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언니는 종종 자가 나이를 생각 못바카라 봤을 때 예쁜 짧고 귀여운 옷들을 사들인다.

그래서 우리 집 딸들에게 오게 된 옷도 꽤 된다. 그녀들이 초등학생일 때..

핑크 플리스 티셔츠도 귀여워서 샀지만 곧 50이 되는 본인은 이제 입을 수 없다며 나에게 준 옷이다.

나도 뭐 이 옷을 입고 나갈 용기는 없지만 가볍고 따뜻해 집에서 입기 좋아 추워진 11월부터는 쭉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바카라은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고 대충 휘리릭 벗어던진 이 티셔츠가 나에게 위로를 건넸다.




저 문구는 뭐지? 바카라 처음 본 문구였다.

라벨을 뒤집어 볼 일이 없으니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었는데 바카라은 옷을 뒤집어 대충 벗어둔 덕이 저 문구를 만날 수 있었다. 운동 후 돌아온 나에게 보내주는 응원의 메시지 같았다.


'이 옷을 만든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 뒷면에까지 저렇게 세심하게 응원의 메시지를 넣어주셨구나' 싶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누군가는 이 글을 만나 위로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비용을 감수바카라 수고롭게 저 작업을 했을걸 생각하니 그 위로가 더 진하게 다가왔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바카라를 전해줄 수 있을까?




한 달 전부터 실천해오고 있는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배려가 있다.

작은 배려 실천하기는 이 이야기를 듣고 감동이 되어 나도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정한 것이었다.


그분은 아주 사소한 일부터 배려를 실천하신다고 했다. 예를 들면 마트에서 우유나 두부같이 유통기한이 중요한 상품은 내가 금방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기간이 짧게 남은 상품으로 골라 구입한다는 거였다. 좀 충격이었다. 나는 가장 제일 뒤에서 유통기한이 많이 남은 두부를 찾아내 하루라도 유통기한이 길게 남은 걸 찾으면 그걸 들고 뿌듯해하며 현명한 소비였다 자부하기 때문이다.

그 두부로 바카라 저녁 조리를 할 거여도 늘 그렇게 소비했었다.

어쩌면 조금도 손해 보기 싫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해 듣고 운전바카라 돌아오면서 나는 어떤 배려를 실천할까 고민하다가 손쉽게 매일 할 수 있는 한가지를 생각했다. 주차장 좋은 자리를 내어주자라는 결심이었다.


나는 정시 출퇴근 하는 일이 아닌 오후에 몇 시간만 일을 하는 편이라 주차장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가 쉬웠다. 명당자리라 불리는 출입구가 가까운 자리가 거의 내 고정 자리였다.

그런데 내가 양보하면 내 뒤에 오는 누군가는 기분 좋게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얼마 전부터는 앞에 있는 자리는 비워두고 멀리 주차바카라 걸어 다닌다.

아무도 모르는 심지어 남편도 모르는 나만의 배려지만 실천할 때마다 뿌듯바카라 감사한 마음이 든다.


바카라 내가 티셔츠에게 받은 위로처럼 나도 누군가를 위로할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에게도 핑크색 플리스 티셔츠의 바카라가 전해지길 바래요.



의심하지마,
넌 잘바카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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