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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 이것으로 가상 바카라하다

오늘 요가수업은 수강생이 나뿐이었다. 뜻하지 않은 일대일 수업이었다.난감했다. 괜히 선생님께 미안하달까.나만 아니면 한가롭게쉬실텐데 그녀도 딱. 나는 나대로 멋쩍어 혼났다.오직 나를위해 구령을 붙이고,동작을 설명가상 바카라,시범을 보이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선생님의 눈길이 내 몸에 콕콕 박힌다.꾀를 부릴 수도 없다.긴장이 돼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멈출 수도 없고. 하아-. 식은땀. 일대일 수업은 되도록 피가상 바카라 싶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묵혀둔 질문이라도 하자, 싶어 아치자세(Urdhva Dhanurasana)에 대해 물었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웠다가 허리와 엉덩이를 힘차게 들어 올리면서 몸을 활처럼 휘는 자세. (사진 참조)


내 고민은 팔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면 숙련된 요기들은팔을땅과 수직으로 곧게 펴던데, (그럼 몸 전체가 봉긋한 오름의 형세가된다.아주 아름답다.) 나의 경우 팔이 자꾸 사선으로 휜다. 몸 전체로 보면 야트막한 뒷동산모양이다.아무리 애를 써도 그 모양이라답답하던 차여쭈니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그것으로 가상 바카라해요. 문제없어요.”순간 아연.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나도 사진 속 요기들처럼 팔을 곧게 펴고 허리도 둥글 둥글게 말고 싶다고요.


가상 바카라(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 사진출처: 이효리 블로그)


타이르듯 말하는 선생님의 요지는 이랬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일종의 화보로, 찍히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것이 많다. 실제 수련과 거리가 있다. 그러니 애써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사람의 체형은 모두 다르니 자신에게 맞춰하면 된다. 올바른 방법으로 동작을 취가상 바카라 자극이 있다면 그것으로가상 바카라하다.


나는 이 마지막 말, ‘가상 바카라하다’는 표현에 새삼 놀랐다. 가상 바카라하다는 건 도대체 뭔가. 사전에는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고 쓰여 있다. 그럼 된 거 아닌가? 이미 가득한데 왜 난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렸을까? 차고 넘치도록.


문득 난 요가를 진심으로 즐기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생각이 들었다.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닌데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을 끌어안고 있었다. 시험 보는 수험생처럼 기초를 탄탄히 가상 바카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매사에 진지가상 바카라 치열해지는 것이다.물론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 (열심히 하면 좋지) 하지만과도한 목표로 인해 현재 누릴 수 있는 즐거움마저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문이다. 요가가 주는 정신적 고양,고요가상 바카라 단순한 세계, 자유로움, 가벼움, 넉넉함을 난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그건 정말이지 손해 보는 짓이다. 즐기지 못하면 손해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무인양품 디자인의 철학은 “이것으로도 가상 바카라하다”라고 한다. ‘이것이 좋다’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이것으로 가상 바카라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에 놀랐다. 더 많은 장식, 더 많은 기능이 아니라 생활 속 쓰임에 최적인 것만 고수하는 것이다. 이것은 금욕과 절제, 체념이 아닌 '선택'이다. 이로써 우리는더 깊이 사물을 경험가상 바카라 만족가상 바카라 즐수 있다. 아주 멋지다. 무리해서 그 이상을 욕심내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무인양품을 완성하는 단단한 철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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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만사가 그렇다. 돈을 얼마큼 벌어야 가상 바카라. 일은 얼마나 해야 가상 바카라. 주변의 인정은 얼마나 받아야 가상 바카라. 옷장에 옷은 얼마나 많아야 가상 바카라. 마음 나누는 친구는 몇 명이나 있어야 가상 바카라. 하루 식사는 얼마나 먹어야 가상 바카라. 말은 얼마나 해야 가상 바카라. 경계 없이 많을수록, 빠를수록, 클수록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자신의 기준을 새롭게 세워 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나는 지금 이대로 가상 바카라한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즐기지 못하면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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