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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바카라 아라에게 자기 전공을 권하지 않을까?

바카라 아라 꼭 대학에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대학을 가지 않기로 선언한 첫째 바카라 아라과 달리 둘째 바카라 아라은 다행히(?) 대학을 가고 싶어 한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성실한 둘째 바카라 아라은 올해 고1이다. 작년까지 매년 모범상을 받았고, 학생회와 회장을 도맡아 하고 있으며, 운동하러 가거나볼링장이나 영화관에 갈 때 친구들을 한 무더기씩 몰고 다닌다.


바카라 아라은 어렸을 때부터 모든 운동에 능통했고, 어떤 운동에서도 뒤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형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갈고닦은 달리기 실력 덕분에 계주를 시작으로 배드민턴과 축구와 탁구 대표 선수로 활동했으며, 수영과 농구는 늘 취미로, 요즘은 배구에 꽂혀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난다. 그러니, 지금 고만고만하게 유지하고 있는 바카라 아라의 성적으로는 맨날 공부만 하는 아이들을 따라잡거나 비약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전무했고, 따라서 우리는 바카라 아라이 어릴 적 꿈처럼 체육 교사나 스포츠 관련 학과로 진학하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바카라 아라은 급 전공을 변경했다. 어느 날 뜬금없이 '건축학과'에 가겠다는 것이다. 이유를 묻자, 자기가 주말마다 배드민턴을 치러 가는 옆동네(신도시 부자동네) 선배 누나네 부모님이 건축쪽이라는데, 돈이 아주아주 많으신 거 같다는 거다. 그래? 아버지가 구체적으로 뭘 하시는데? 내가 재차 묻자 바카라 아라이 약간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는 건축업자라고 들었고, 어머니가 부동산을 하신다는 거 같았어."


하하. 바카라 아라아, 그 집은 건축이 아니라 부동산 때문에 부자인 거 같은데? 네가 아무래도 잘못짚은 거 같다.바카라 아라의 얘기를 듣자마자이 사실을 정정해 주고 싶은 본능을 누르고 나는 다시 물었다.근데, 건축이 뭐 하는 건진 알고 하겠다는 거야?다행히 바카라 아라은 어디선가 들은 풍월을 우리 앞에 읊었다. 건축도 디자인하는 쪽이 있고 공학 쪽이 있는데... 어쩌고 저쩌고.


건축에 대해서라면 우리라고 바카라 아라보다 더 잘 아는 것이 없었다. 우리 집안으로 말하자면 양가 모두 건축 쪽으론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바카라 아라 말을 잠시 듣고 있던 남편이 부랴부랴 건축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교회 집사님을 떠올렸다. 남편은 실행 능력 하나는 빛의 속도다. 바카라 아라에게 진로든현실적으로든 무슨 도움이 될 만한 말이라도 해줄 수 있을까 하여, 그 길로 핸드폰을 들고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안방에서 뭔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 이윽고 전화를 끊고 나온 남편.


"집사님이 주일날 언제라도 시간 내주겠다고, 말만 하라고 하더라. 근데, 건축학과 오지 말래. 너무 힘들대. 왜 굳이 건축학과에 오냐고. 자기 바카라 아라이라면 안 권한대."




오늘날 바카라 아라들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지 않는다. 아버지가 하루종일 밖에 나가 일하는 동안, 바카라 아라들은 학교에 가서 공부한다. 예전처럼 아버지가 일하는 일터에서 아버지가 하는 일을 보고 자연스럽게 자라 아버지가 하는 일을 물려받지 않는다. 아버지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바카라 아라이 아버지를 만나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아버지들은 늘 피곤에 찌든 몰골로 TV나 핸드폰과 한 몸이 된 채 누워 있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 일은 너무 힘드니, 너는 다른 일을 해라.


왜 아버지들은 대학에 꼭 가야 한다면서 자기 바카라 아라에게 자기 전공을 권하지 않는 걸까. 건축학과로 인서울 하려면 적어도 내신등급을 2점 대는 맞춰야 가능하다. 게다가 옛날부터 건축학과는 누구나 가지 못해 안달하는 인기 학과 중 하나다. 근데 왜 남들 다 부러워하는 과를 나와 지금 자기 이름의 건축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기 직업에 만족하지 않을까.


건축학과뿐이랴. 남편은 30년 전 그 옛날에 컴퓨터 공학과를 나왔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훨씬 전, 워드와 엑셀과 오피스가 막 퍼져나가던 때. 운 좋게도 누구보다 먼저 선견지명을 가지고 가장 잘 나가는 과에 편승했다. 지금 반도체 장비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니 남편이 하고 있는 일도 전공과 무관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한번도 자신의 전공이나 일을바카라 아라에게권한 적이 없다.


얼마 전, 건설현장에서 중장비 다루는 일을 하는 이웃을 만난 적이 있다. 마침 남편은 은퇴 후를 대비하여 중장비 자격증을 따리라 벼르고 있었고, 마침 업자를 만나자 그 얘기를 입에 올렸다. 그러자 그 이웃 아빠도 똑같이 손사래를 치며 우리를 말렸다. 이 업계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그러냐며, 절대 들어오지 말란다.


남들 다 부러워하는 학과를 나와 전공에 맞춰 살고 있으면서도, 아버지들은 자기의 직업을 바카라 아라에게 권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내가 제일 이상한 건, 그런 아버지들이 바카라 아라에게는 꼭 대학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니, 뼈빠지게 공부해서 대단히 많은 돈을 벌면서 만족하며 살 것도 아닌 대학에 왜 가야하는지, 우리는 아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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