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가님이바카라 게임 부르다가, 경희 씨바카라 게임 불러봅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야간열차를 타고 부산에 갔다고요? 우와 역시나 행동파 경희 씨답습니다.
네, 저는 바카라 게임이에요. 늘 그랬어요. 그게 저에겐 제일 마음이 편하거든요. 저는 야간 열차를 타는 대신, 틈틈히 쉬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가끔 말이죠. 저는 학교를 쉬었습니다. 딱히 이유는 없어요. 학교엔 전화를 해서 "선생님, 저 감기에 걸렸어요."라고 거짓말을 했어요. 아니 거짓말이 아닐지도 몰라요. 정말로 머리가 아프고 열도 좀 나는 것 같았거든요. 그땐 몰랐지만 어쩌면 생리전 증후군이었을 수도 있어요. 여하튼 컨디션도 별로고, 학교에 가봤자 공부가 될 것 같지도 않았거든요. 뭐 그런 날이 좀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저는 석달에 한 번쯤 학교를 쉬었어요. 경희 씨가 말했듯 저는 '바카라 게임'이에요. 네 성적이 좋았어요. 그래서 바카라 게임일 수도 있어요.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는 유일한 학생이라고 저를 모르는 교사는 없었어요. 네 그런 이유에서도 바카라 게임일 수도 있어요. 게다가 생긴 게 쌍꺼풀도 없는 눈에 아기자기해서 뭐 큰 일을 저지를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아요. 그런 이미지도 있어서 '바카라 게임'처럼 보이기만 하는 건지도 몰라요. 여하는 '바카라 게임'처럼 보이기 때문에, 제가 전화를 해서 감기라고 하면 담임선생님은 제일 먼저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걱정이 아닐지도 몰라요. 다 알면서 그랬는지도. 여하튼 다른 말씀 없이 그냥 믿어주셨어요.
개근상 따위는 당연히 받아본 적이 없어요. 틈틈히 쉬었으니까요. 딱히 쉰다고 뭘 하는 건 아니예요. 교과서를 펴서 읽기도 하고, 하늘만 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거나 책을 읽거나. 역시나 '바카라 게임'다운가요? 그렇게 쉬었어요. 쉬다가도 '괜히 쉬는 건 아닐까. 내일 수업을 못 따라 가면 어쩌지?'란 생각이 들었고, 찜찜한 마음도 있었지요. 그래도 그렇게 석달에 한 번 숨통을 틔워주면, 또 석달은 학교에 다닐 수가 있었습니다. '바카라 게임'의 외투를 입고서 말이죠.
제가 학교를 쉴 수 있었던 건, 저희 부모님 덕분입니다. 엄마는 한 번도 학교에 왜 안 가냐고 묻지 않았어요. "엄마, 나 쉬고 싶어."라고 말하면 "그러렴."이라고 말하며 같이 커피를 마셨습니다. 학교는 억지로 가는 곳이 아이라고 엄마는 생각했던 것 같아요. 더불어 엄마도 제가 '바카라 게임'이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랬을 수도 있어요. 엄마는 싫은 눈빛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냥 저에게 맡겨주셨습니다. 그렇게 믿어주었기에 저는 오랜동안 제가 좋아서 '바카라 게임'으로 살아온 게 아닐까 싶어요. '믿음'이란 참 중요하지요. 게다가 부모의 '믿음'은 아이를 키워주고 지켜줍니다. 저도 저희집 세 아이들을 믿어주고 싶어요. 아니 꼭 믿어야지요.
그런 '땡땡이'가 저에겐 '야간열차'였던 것 같아요.
바카라 게임에도 야간 열차가 있냐고요? 바카라 게임에서 타면 머나먼 눈의 나라 홋카이도에서 내려주는 고급 '카시오페아'란 열차가 있답니다. 먼 훗날 나이가 들면 한 번 타보고 싶네요. 저는 열차하면 시베리아 철도가 떠오릅니다. 꼭 한번 그걸 타고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그 머나먼 장정을 떠나보고 싶어요. 글도 쓰면서요. 왠지 시베리아 철도에 오르면 괜찮은 소설이 하나 나오지 않을까요? 그런 꿈을 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