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릴 때 그려지는 한 장면이 있다. 책이 가득한 대학 바카라 프로그램, 반짝이는 책 먼지 속에 있는 내 모습이다.
80년대 대학 바카라 프로그램에서 책을 보려면 도서 색인 카드를 찾아서 대출증에 수기로 기록하여 사서에게 제출한 후 기다렸다 받아가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책 실물은 보지 못한 채 색인 카드 목록을 뒤져 보고 싶은 책을 고르곤 했다.
대학원생이 되니 학교 서고 출입이 가능해졌다. 책꽂이 가득한 서고로 첫 발을 내딛을 때의 벅참이란...
거기 있기만 해도 좋았다. 바카라 프로그램 서고는 나의 놀이터이자 안식처였다. 한때 나의 꿈은 헌책방 주인이었다. 종종 보물 같은 책을 발견하면 신나서 대출하고 인천에서 신촌까지의 전철 안에서 먹어 치웠다. 바카라 프로그램 대출 카드는 기록이 넘쳐 한 학기에도 여러 번 재발급받아야 했다.
이제는 그 바카라 프로그램이 스마트폰으로 들어왔다.
인터넷 전자책 서비스는 은혜가 넘치는 세상이다. 이만한 투자 대비 효과는 없다.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는 이유는 책이 가장 많고, 휴대폰 제휴 요금제로 거의 무료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자책은 주로 태블릿으로 읽는데, 책이 너무 좋으면 실물을 구매하기도 한다. 전자책이 잘 안 읽힌다는 사람도 꽤 있다. TTS로 듣기만 해도 좋다.
며칠 전 지인에게 밀리의 서재를 추천했더니 읽을만한 책도 달라셔서 최근 책장에 담아두었던 리스트를 정리해 드렸다. 이 글을 읽는 분에게도 조그만 도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