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손은 정말 약손일까

대자연의 날이다.

XX염색체를 가진 이들이라면 찰떡같이 알아들으리라.

이성의 끈 위에서 호르몬이라는 훼방꾼들이 사정없이 줄타기하며 널 뛰는 날이다. 세계 챔피언급 프로 복서가 복부에 사정없이 쨉과 훅을 날리는 듯한 고통. 그저 만사 제쳐두고 아랫배에 뜨끈한 찜질팩 올려놓고 드러누워 있고만 싶었다. 그러나 바카라인 나는 그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아, 눕고 싶다. 격하게 눕고 싶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본능에 충실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서글픈 날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간밤에 딸아이는 복통을 호소하며 새벽에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배탈도 아니고, 장염도 아니고, 위가 콕콕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나. 그 덕에 뜨끈한 찜질팩은 아이 차지가 되었다. 으레 그래왔듯이 나만의 비기로 '바카라 손은 약손이다'를 구성진 가락으로 흥얼거리며달항아리 빚듯이 바카라 배를 살살 문질렀다.

"니 오늘 학교 마치고 뭐 먹었어?"

"문방구에서 망고젤리 사 묵었는데......"

"내가 불량식품 먹지 마라켔쩨? 그거 몸에 안 좋단 말이야."

늦은 밤이라 병원에 가질 못하니, 바카라의 ‘촉’이라는 청진기로 평소 눈엣가시 같았던 군것질 습관을 원인으로 '콕' 집어 진단을 내렸다.언제 잘꼬? 후딱 재우고 야간의 자유를 누려야 하는데. 통증 탓에 정신이 말똥말똥 해져버린 아이는 바카라 손이 조금이라도 떨어질라 치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단다.

‘자기주장 내세울 땐 언니라더니 이럴 땐 아주 애기구만, 애기야.‘

찜질팩과 마주한 손바닥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맷돌질로 점차 뜨거워짐을 느끼며, 생뚱신이 발동했다.(생뚱맞은 소리를 할 때마다 생뚱신, 엉뚱신이 붙었다고 놀리는 우리 가족들 사이의 밈이랄까.)

‘바카라 손은 약손’이라는 치유의식은 언제 적부터 전승된 걸까.옛 조상님들의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대한 미신적인 행위인 걸까, 아니면 의학적인 근거가 있는 치유 방법인 걸까. 별안간 고개를 든 궁금증에 찾아보니 정말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마사지였다.

“복통과 설사는 보통 배가 차가워져 위장기능이 저하되고 장의 연동운동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따뜻한 손으로 배를 자극하는 것이 실제로 복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바카라 손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손이 배를 지압하면 복부 혈관이 확장돼 혈류량이 늘고, 신체를 긴장시키는 교감신경의 활동이 억제되면서 수축했던 장이 풀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더불어 배를 꾹꾹 누르는 행동은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해 원활한 배변 활동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