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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따거 스트레스

누구는 바카라 따거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데, 나는 바카라 따거이 스트레스다. 누가 내 필요한 옷가지며 생활용품까지 품질 좋고 가격 좋은 것으로 알아서 사다 주면 참 좋겠다.


바카라 따거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일이라 전혀 즐겁지 않을뿐더러, 영수증으로 뭉쳐진 총금액의 숫자는 그야말로 스트레스다. 다음 달 신용카드 결제가 미리부터 걱정된다.

한두 개만 사면 되지 않나? 그거 하나 사려고 거기까지 가야 해서 싫다.


한때는 나도 바카라 따거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필요한 물건도 살 겸 화려한 디스플레이도 구경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지만, 가벼웠던 마음은 언제나 필요하지도 않은 청바지를 보며 큰 맘을 먹게 하고, 큰 맘을 먹는 것이 청바지 하나로 끝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넓은 바카라 따거몰을 휘젓고 다니느라 무거워진 다리와, 어느새 훌쩍 지나간 몇 시간, 그리고 가벼워진 지갑은 모두 스트레스였고 결국 남은 것은, 바카라 따거이란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라는 인식이었다.


매장에서 좋아 보이던 것이 집으로 가져오면 이미 내 것이 되어서일까? 사랑은 반으로 줄어든다. 새 옷과 새 신발도 한두 번 입거나 신고 나면 새것의 쨍함은 자취를 감추고, 있던 것들 사이에 섞여 더 이상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사랑이 오래가는 경우도 있긴 하다. 아주 드물지만.


똑같은 외출인데 옷 입고 산책 가는 것은 즐거움이고, 차 몰고 바카라 따거가는 것은 스트레스다.


바카라 따거 산다기보다 바카라 따거 둘러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설도 있다. 바카라 따거 사지 않고 보기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스트레스가 풀린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정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하긴 때론 필요한 것도 안 사고 버티는 나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다.


운동화가 필요하면 딱 운동화만, 호박이 필요하면 딱 호박만 사 오는 성향이라, 광활한 바카라 따거몰은 너무 넓어서 답답하고, 진열된 수많은 불필요한 물건들은 시야에 걸리적거릴 뿐이다.


요즘 같은 만능 배달시대에 온라인 바카라 따거을 해도 된다지만, 품목을 하나하나 훑어보고 비교한 다음, 장바구니에 담아뒀다가, 다른 바카라 따거몰에 로그인해서 똑같은 과정을 또 하고, 비교하고… 으윽, 헤데잌!

약은 죽어도 안 먹는 내게, 두통은 바카라 따거.

상세한 제품설명에 주르륵 리뷰까지 읽고 나면 흰머리가 500개쯤 치솟는 것 같아 대충 끝내고 얼른 빠져나온다.


결과적으로, 물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여 바카라 따거을 가도 물건을 제대로 고를 줄을 모르고 불편할 뿐이니, 바카라 따거은 영락없이 다시 스트레스다.


자연히 입을 옷은 별로 없고, 신발도 계절별로 한 두 켤레에, 주방용품은 개화기 이전의 수준이다. 필요한 도구나 물건이 없어서 가끔 불편할 때도 있지만, 바카라 따거하는 것이 싫어서 사지 않는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 식료품은 안 살 수 없어 열흘에 한번 하는데 이것조차 월단위로 하고 싶다.


내가 먹고 쓰는 물건도 이럴진대 선물은 말할 것도 없다. 남이 사용할 물건을, 이왕이면 좋아할 선물을 주고 싶은데 어디부터 바카라 따거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혹시나 맘에 들까 안 들까, 클까 작을까를 헤아리며 바카라 따거몰을 두루 돌아봐야 한다는 것은, 풀어도 풀어도 안 풀리는 다항식 인수분해 곱셈공식 수학문제를 대하는 스트레스와 맞먹는다.


당연하게 가족 생일이나 기념일에는 현금이 오고 가고, 크리스마스날 산타가 우리 집에 발 끊은 지는 아주 오래전이다. 좀 삭막하지만 할 수 없다.


바카라 따거을 싫어하니 돈을 많이 모으지 않을까?

노! 결코 아니다!


바카라 따거을 좋아하면 돈을 쓸지언정 물건이라도 남을 텐데, 바카라 따거을 싫어하는 내겐 돈도 물건도 남은 게 없다.

좋아할 걸 그랬나...





덧붙이는 글:

2024년 한 해동안 제 글을 찾아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소비를 지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몹쓸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어지러운 시국으로 심란한 마음이지만, 밝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어둠이라고 생각하며, 독자님들 가정에 평화와 행복이 늘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대문사진 출처:Pixabay로부터 입수된Pexels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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