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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꿈

#22.

노인이 왔다 가고 나서 열흘 정도가 지난 무렵이었다. 새벽마다 처소 앞에서 일어났냐며 인사를 하던 바카라 녹이기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한 번도 그런 일이 없던 아이였다. 그 나이답지 않을 정도로 몸가짐이나 행동가짐에 흐트러짐이 없는 아이였다. 어지간한 비구들보다 몸가짐이나 행동가짐이 본이 되었으면 되었지 못할 게 없는 그런 아이였다. 그러던 시자가 새벽 예불도 거르더니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늘 늦게 잠을 청하는 모습을 봐 왔기에 조만간 불러 따끔하게 한 마디 일러두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점심때가 되어도 나타나지 않기에 확인하러 보낸 또 다른 동자승의 입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주지 스님, 바카라 녹이기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직접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심상치 않은 목소리에 어린바카라 녹이기 특유의 무섬증이 실려 있었다.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바카라 녹이기는 이불을 목까지 덮고 끙끙대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각까지 이러고 있을 아이가 아니었다. 어떤 이유 때문에 그처럼 사시나무 떨듯 떠는지 또한 알 수 없었다. 듣자 하니 새벽 예불을 앞두고 평소처럼 일어나려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쓰러졌다고 했다.

이마에 손을 짚어 봐도 미열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시자는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얼굴 표정에서부터 점점 숨이 가빠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카라 녹이기 얼굴을 살펴보던 주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최소한의 생기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이런 표정일 수 없는 일이었다.

얼굴에 핏기 하나 없고 입술이 바짝 마른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느새 바카라 녹이기 얼굴엔 이미 그의 생명줄이 다 소진되었음을 알리는 징후 같은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속가에라도 보내줄 걸 그랬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이승을 떠날 것이었으면 부모의 품에서 떠날 수 있게 해 줄 걸 그랬다. 불가에 귀의한 몸이라고는 하나 이제 갓 어린바카라 녹이기의 티를 벗었을 뿐, 아직까진 분명 부모의 그늘이 필요한 시기였다.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연못이 말라가고 푸르름과 맑음을 자랑하던 그 물빛이 탁하고 검게 변하는 것에 온통 신경을 빼앗기다 보니 정작 알았어야 할 것을 놓치고 말았다. 조금만 눈여겨보았다면, 늘 옆에 있던 이 바카라 녹이기의 명(命)이 다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을 텐데…….

이미 늦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주지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바카라 녹이기 곧 떠날 길을 마음으로나마 동행해 주는 것밖에 없다. 주지는 목탁을 꺼내 들었다.

원아임욕명종시 진제일체제장애 면견피불아미타 바카라 녹이기…….”

목탁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곧 몇몇 승려들이 바카라 녹이기 방을 기웃거렸다.법랍이 높은 승려들은 그 소리만 듣고도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아 쥘 뿐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바카라 녹이기는 어느 순간엔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단말마의 경련을 일으키더니 두 손을 방바닥에 놓아버렸다.

한동안 보살을명호하던 주지는 목탁을 바닥에 놓고 두 손을 모아 바카라 녹이기에게 예의를 표했다. 그는 진정으로 바카라 녹이기를 애도하고 싶었다. 어린 나이에 절에 들어와서 자신의 손과 발이 되어 준 그 노고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간의 삶이란 그저 하늘에 떠 있는 한 조각의 구름에 지나지 않음을, 그리고 그 구름이 비가 되어 산산이 흩어지는 것이 곧 죽음인 것을……. 원래부터 정해진 그 실체가 없는 구름에 연연하지 않듯이 삶과 죽음에 집착하는 것 또한 그러하리라. 인간이 죽고 사는 그 모든 것이 하나도 다르지 않음을 바카라 녹이기 역시 모를 리 없다.

바카라 녹이기 그래도 마음 한편이 쓰라림을 느꼈다. 아직 자신의 법력 한 번 펼쳐보지 못하고 꺼져버린 그 어린 영혼에 어찌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 있을까?

문득 주지는 아이가 없던 탓에 백일치성을 드려 기어이 얻은 아이였던 자신을, 이 절에 맡고 간 속세의 부모가 생각이 났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한 가지이리라. 세상의 그 어떤 부모의 마음도 한 치의 무거움이나 가벼움 따위를 따질 수 있는 일은 아니리라. 이렇게 쓸쓸하게 바카라 녹이기가 세상을 저버린 것을 그들이 알면 과연 그들은 뭐라고 할 것인가?

어쩌면 부질없는 걱정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주지는 바카라 녹이기 부모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주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바카라 녹이기 영혼이 조용히 빠져나가는 듯한 모종의 바람의 일렁임이 느껴졌다. 주지는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극락왕생을 빌어주었다. 주지는 조용히 문을 열고 나가다 바카라 녹이기가 누워 있던 곳에서 어떤 소리를 들었다. 뒤를 돌아본 주지는 뭔가가 눈앞에 일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뜰을 거닐던 주지는 일전에 다비를 치러야 한다던 노인의 말이 떠올랐다. 만약 바카라 녹이기 죽음이 노인이 말한 그 어수선한 일이라면, 결국엔 며칠만 기다려 보면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단 얘기겠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저 어린아이의 죽음에 대해 다비를 열어야 한다는 건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가정이었다. 느닷없는 바카라 녹이기 죽음도 사실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다비는 더더욱 가당치도 않는 일이었다.


경내를 돌던 바카라 녹이기 무심코 커다란 키를 자랑하며 우뚝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눈에 띄었다. 키만 컸지 잎도 다 시들고 열매조차 맺지 않은 볼품없는 나무에 지나지 않았다. 대략 십 년쯤 전에 다리를 절던 어떤 젊은 처사가 심어 놓고 간 은행나무였다. 불과 십여 년이라는 시간 안에 저만치 자랄 수 있는 나무가 있다는 것도 의문이긴 했다. 아무래도 저 나무를 얘기하려면 족히 십여 년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 각주 ]

원아임욕명종시 진제일체제장애 면견피불아미타 즉득왕생안락찰: 죽은 이들의 원한이나 좋지 않은 바카라 녹이기을 떨쳐 버리고 극락세계에 왕생하도록 행하는 ‘장엄염불’의 일부로서, 원하노니 이 목숨이 마칠 때가 되면 일체 모든 장애들이 함께 사라지고 극락세계 무량광명 아미타불 만나 뵙고, 그 즉시 극락국에 왕생함이 소원이라는 뜻

법랍: 출가하여 승려가 된 해부터 세는 나이

명호: 물건의 이름이나 사물의 호칭을 이르는 말로 여기에선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를 나타냄

극락왕생: 이 세상을 떠나서, 아미타불이 살고 있어 아무런 괴로움과 걱정이 바카라 녹이기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에 가서 다시 태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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