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전철을타고

내리면9번 출구로나와또걸어서

느지막이출근하는 오전

어딜가는데?

을지로4가역에서 덕수중학교 뒷길

키 작은 꽃이고갤치켜들고

내게 묻는다

파란색종이위에

신나게 뭉게구름을그리는 하늘을

저만큼바라보고걷는데

무슨바카라 찍어먹기 배팅해?

샛노랑꽃을보고

누구의옷이 기억나는 거 아니냐고

첫사랑추억하는 건아니냐고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경계석

틈새에 앙증스레피어난풀꽃이또

말시비를 거는데

사실 내 속마음은 지난해 이맘때

육십하나 봄을 두고떠나간

친구가 바카라 찍어먹기 배팅났다

모닝으로달리거나 따릉이를 타고

다들 일찌감치 지나가버린

그 길을

흐르는 구름같이

가분히 떠다니는민들레풀씨같이

걸어서 간다, 지나간다

그 길, 2024, Mixed media, 300mmX60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