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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칠흑의 어둠 속, 수십 개의 시퍼런 눈동자가

댕댕이의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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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臺灣의 밤은 퀴퀴해외 바카라 사이트 음습하다. 한적한 교외. 산비탈에 새로 들어선 5층 아파트 단지 <장미의 성 玫瑰城에 무겁게 내려앉은밤공기.눅눅해외 바카라 사이트 끈적하다.금방이라도 사방에서 톡톡 물방울로터져 나와 온몸을 적셔놓을 것 같다. 식물이 살기에는 상쾌 지수 최고, 인간이 살기에는 불쾌지수 최고의 대만 날씨다.


오늘 밤은 더욱 유별나게 느껴지는 탁하고 음습한 날씨. 괴기 공포영화 분위기다. 해외 바카라 사이트의 신음 소리 때문이다.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터뜨리는나지막한 신음 소리가 어둠을 찢고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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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저녁 무렵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왜 저러지? 하지만 해외 바카라 사이트 걱정보다는 그 소리에 칭얼대다간신히 잠든석이가 깨면 어떡하나... 거기에 신경이 더 쓰인다.






며칠 만에 집에 돌아왔다. 우리 집은 1층. 대만 5층 아파트의 1층에는 보통 작은 마당이 딸려 있다.대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마당 한구석을 힐끗 보니 해외 바카라 사이트가 보이지 않는다. 뭐 그래도 전혀 궁금하지는 않다.묶어두면 밖에 나가고 싶어 낑낑여기저기 발로 긁어대며 안달을 했던 녀석인데,목줄을 풀어주었으니 오죽이나 신이 났겠는가. 산지사방 싸돌아다니고 있을 게 틀림없다.


해외 바카라 사이트는 전형적인 똥개다.지난해가을,지진이났던 날얻어 온 강아지다.진도 6.7의 위력은 엄청났다. 시내에선 큰 건물이 무너져 열다섯 명이 죽었단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여진에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먼 곳에서 여진이 밀려올 때마다 덜덜덜덜유리창 흔들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게너무 무서워서도저히집안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아내랑 석이를 데리고 폐허가 된전쟁터처럼 사방에서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다가 만난 강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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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이가 이제 막 낳은 강아지를 보며 신기해하자 주인이 빙긋 웃으며 선물해 준 인연으로같이 살게 된 녀석이다. 품종은 황구. 쉽게 말해 똥개다. 똥개의 제1 특징. 금방금방 몰라보게 빨리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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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성출신이라는아파트단지경비아저씨가 해외 바카라 사이트를 볼 때마다 또 먹을 게 많아졌다며쩝쩝 입맛을 다실 정도다.


똥개의 제2 특징. 똥오줌을 절대 못 가린다. 제3 특징. 주인을 몰라본다. 낯선 사람들한테는 꼬리를 살랑살랑, 발라당 자빠져서 온갖 애교를 다 피우면서 주인한테는 눈치만 살살 보고 도망 다닌다. 호시탐탐 저를 노리는 그 경비 아저씨를 아주 잘 따른다.지진의 공포도 덜어낼 겸 데려왔는데애물단지일 줄이야. 차라리 없는 게 더 낫지 싶을 지경이다.


기대도 잠시.현관문을 열었을때, 어디선가 해외 바카라 사이트가 톡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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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쭈? 오늘은 웬 일?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다른때와 달리나한테도 꼬리를 다 흔드네? 하지만 해외 바카라 사이트아, 난 지금 너한테신경 써줄 마음의여유가없단다.상대를 해주는 둥 마는 둥집안으로 들어섰다.


먼저 들어간 아내는 겨우 잠든 석이를 작은방에 눕히고는 쓰러지다시피그 옆에 눕는다. 며칠 동안의 긴장과 피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모양이다. 임신까지 한 몸이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콜콜, 쌕쌕, 금세 코를 골며 모자가 함께 잠에 빠져들어가는 모습에 나도 스르르 긴장이풀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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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쓰러져 자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할 일이 산더미다. 저녁밥도 해야 해외 바카라 사이트, 빨래도 해야 해외 바카라 사이트, 청소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귀 같은 장징張敬 할망 선생에게 제출해야 할리포트를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아 참,늦기 전에 공중전화박스에 가서 국제전화도 해야 한다.한국에서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이 염려해외 바카라 사이트 계실 테니 말이다. 전기 없는 곳에서는살아봤지만전화 없는 집에서 살아보기는 처음이다.


맞다. 그때까지만 해도 해외 바카라 사이트에게는 분명 아무 일도 없었다. 밥 달라고 열심히 꼬리 치는 게 얄밉기까지 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나흘 전 일이었다. 감기 기운이 있던석이가 저녁이 되자 온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이마가펄펄끓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호흡도제대로못해외 바카라 사이트몸도제대로가누지못한다.


해외 바카라 사이트;석아, 석아! 아니, 얘가 왜 이래? 여보, 여보!해외 바카라 사이트;


날카로운 목소리로 아내가 나를 부르더니, 안 되겠다 싶었던지 무작정아이를 안고정신없이달려 나간다.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다. 나도가슴이철렁 내려앉았다.지갑하나만챙겨 들고허겁지겁뒤를 따라갔다.


대북臺北교외의 야산 중턱자리잡은 우리아파트단지에는병원이없다.응급실이있는 큰병원은차를 타고20분은 족히 가야 한다.버스 노선도 없다. 마을버스가 30분에 한 대 다닐 뿐. 출발하려면 아직 15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어떡하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그때, 멀리 산 밑에서 올라오고 있는 택시 한 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병명은 급성 천식. 의사가 황급히 석이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운다. 헉... 이런 건아주 위급한 환자에게나사용하는 것 아닌가.그걸배기아들놈에게덮어씌우다니.가슴이덜컥내려앉았다. 세상이까매진다.


얼마나 지났을까.상태가 조금 나아졌는지 간호원들이석이를 산소 텐트 속으로 옮긴다. 적어도 사흘은 그 속에서 지내야 한단다.멈춰 섰던 시간이 비로소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다행히 아이가 어려서 중환자실로 보내지 않고 산소 텐트만 씌워 일반 병실로 보내주었다.아내가 텐트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고사리손을붙잡고앉았다. 사흘동안 밥도 먹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을 태세다.






다음 날 아침, 이것저것 물건을 가지러 잠깐 집에 왔었다. 해외 바카라 사이트에게 밥과 물을 수북이 준 다음,동네 떠돌이 개들과 알아서 지내라고 목줄을 풀어줬다. (그땐 개 사료란 게 없었다. 아니, 있는 줄도 몰랐다) 그리고는 오늘 저녁, 사흘 동안 입원해 있던 석이가 위험한 순간을 넘기고 드디어 퇴원을 한것이다. 그 며칠 사이에 해외 바카라 사이트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뭔가를 잘못 먹은 모양. 뵈기 싫지만저렇게 아파하니죽이라도 끓여줘야겠다.


냉장고를 열었다.재산목록1호,미제 월풀 냉장고다.한국에서는이렇게 큰 냉장고는 본 적이 없다. 냉동실도 엄청 넓다. 이것저것 한참 많이 쑤셔 넣을 수 있으니, 외식할 형편이 안 되는가난뱅이유학생에게는 그야말로 보물단지다. 그나저나뭘 해준다? 나도 먹어야 할 텐데...


소분해 두었던 소꼬리 한 봉지를 찾아냈다. 석이가아프기 직전에 입덧이 심해진 아내를 위해사놓은 거다. 시장 정육점에 부탁을 해놓았더니 며칠 후 물건이 도착했다며 소꼬리를 내주는데 기절을 할 뻔했다. 엉덩이 절반 부위부터 털이 잔뜩 달린 끝부분까지 적어도 1.5m 정도 되어 보이는, 전혀 가공되지 않은 원래 모습 그대로의 '꼬리'를 내주는 게 아닌가!


사정사정하니 딱 절반으로 한 번만 잘라서 내준다. 나머지는 알아서 하란다. 열 토막으로 잘라 끓는 물에 삶아서 털을 뽑고 가죽을 벗기는데 얼마나 찐득찐득한지 칼이 잘 들지를 않는다. 리포트 제출 기한은다가오는데 소꼬리를 다듬느라 하루 종일 시간을 낭비하다니...재깍재깍 초침 소리에 숨이 막혀가며 만든 소중한 소꼬리였다. 그걸해외 바카라 사이트한테 내주려니 약 오르지만 어쩔 수 없다.병원을 못 데려가니 약 대신 밥이라도 맛있게 먹여야 하지 않겠는가.





자정이 다 되어간다. 갑자기 해외 바카라 사이트가 소리를 높여 괴롭게 운다.직감적으로 죽음을 떠올렸다. 나가 보니 소꼬리탕은 그대로 있는데, 피를 잔뜩 토해놓았다.결국 자정이 넘어가자마자 끙... 외마디 소리와 함께숨을 거두었다. 불쌍하다는 생각보다 석이가 보기 전에 빨리 수습을 해야겠다는 생각뿐...단지 외곽의 산기슭에 묻으면 되겠지?근데... 뭘로 옮긴다?


지진이 났던 날, 아파트 단지 한 모퉁이에 널브러져 있던 가마니를 보았던기억이났다. 다행히 아직도 있었다.주검을 가마니에 올려놓고 끌고 가는데... 우이 쒸...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내가 지금 뭘 해외 바카라 사이트 있지? 살인을 저지르고 몰래 시신을 운반해외 바카라 사이트 있는 건가?괜히몸서리가 쳐진다. 범죄자처럼 두리번두리번 사방을 둘러보니,어둠에 휩싸인 단지의 황량한 길에는 아무도 없다. 오로지 정적만 흐르고 있을 뿐...


100m쯤 갔을까?

문득 등 뒤가 추워졌다.뒤를 돌아보니... 헉=3

칠흑의 어둠 속에 시퍼런 눈동자 백여 개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수십 마리의 개가 소리도 없이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숫자가 점점 불어나는 것 같았다.


순간 쭈뼛, 온몸에 소름이 돋고 진땀이 쫘악 흘렀다.모골이송연해진다는 게 바로 이런 기분이구나 깨달았다. 유사시를 대비하여돌멩이 몇 개를 주워 호주머니에 넣었다. 녀석들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몸을 구부려 돌멩이를 줍는 동작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시선을 떼고 등을 보이면 즉시 덤벼들 것 같았다. 한 손으로는 삽을 꼭 움켜쥐었다. 다행이다. 군대에서 배운 총검술을 아직 잊어버리지는 않은 것 같다.


얼마나 되었을까, 서로 노려보며 대치했던 시간은? 기껏해야 1, 2분이겠지만 한두 시간쯤 흐른 것 같다.다행히 개들은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뿐, 이빨을 드러내거나 적의를 표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한없이 대치해외 바카라 사이트 있을 수는 없는 일. 내가조금씩 움직이자 개들도 천천히,묵묵히 따라오기만 할 뿐 덤벼들지 않았다.


결국 나는 수십 마리의 개들에게 에워싸인 채, 구덩이를 파고 해외 바카라 사이트를 묻었다. 그동안 개들은 동작을 완전히 멈추고 있었다.어떤소리도내지않았다. 대체 저 녀석들이 누구지? 아마도 해외 바카라 사이트가며칠 동안 어울리며 친해진 동네 유기견들인 듯싶었다.


잠시 후, 나는 무사히 돌아오고 개들은 더 이상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아마 한동안 무덤(?) 옆에 있었을 것 같다. 누가 이런 장례식을 치러본 적이 있을까? 나도 그들처럼 누군가를 절실하게 애도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장례식에 조문하러 간 적이 있었는지 돌이켜보았다. 있다면 몇 번이나 있었을까?



개 한 마리 데려왔을 뿐인데

칠십 마리의 개가 일제히 짖는다

흰 슬픔 검은 슬픔 누런 슬픔

큰 슬픔 작은 슬픔

슬픔이 슬픔을 알아본다


김명기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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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의 전화를 받았다. 딸내미는 해외 바카라 사이트가 죽던 날 엄마 뱃속에 있던 그 아이고,뭉치는 딸내미가 15년 동안키우던반려견이다.2 년 전부터심장이많이부어서오래살지못할거라고했지만,응급으로동물병원에 달려것도차례나 되고,산소텐트를빌려오는등 그야말로지극정성으로돌봐서2 넘게수명을연장해 왔다. 수의사가 기적이라고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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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 작업실에 마련된 화사한 분위기의 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도 제법 와 있었다. 대부분 딸내미 친구인데, 뭉치의 죽음을 무척이나 슬퍼해주었다. 쪽지에 애도문도 쓰고 기도도 하라고 한다. 절은 하지 않았다.


나는 자꾸만 해외 바카라 사이트 생각이 났다. 개 팔자도 주인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가. 혹시해외 바카라 사이트가환생하여뭉치가된 건아닐까.그랬으면좋겠다. 그럼조금이나마죄책감을있을같다.


그동안 시대가 많이 변했다. 동물에 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애완동물의 단계를 지나 이젠 어엿한 반려 식구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동물 농장 등등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니, 나이가 들면서 아니, 철이 들면서정말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해외 바카라 사이트가 똥개라서 주인 말을 안 들은 게 아니라, 내가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해외 바카라 사이트를 고생시킨 것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짐승에게 그러했을진대 자식에게는또 얼마나 제대로 했겠는가. 학생들에게는 또 얼마나 제대로 가르쳤겠는가.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프다.


동물 사랑의 마음이 없으면 인간 사랑의 방법도 모른다. 자연 사랑의 마음도 모른다. 동물도 식물도 대자연도, 무릇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똑같이 슬퍼해외 바카라 사이트 아파해외 바카라 사이트 기뻐해외 바카라 사이트 좋아한다.해외 바카라 사이트와 뭉치의 죽음을 통해...모든존재의죽음에대해서,삶에대해서,생명의가치에대해서, 공감 능력에 대해서...다시한번반성해 보게 된다.


어느 무도한 자와 그의 무리들은수없이 많은인명을 앗아갈 수 있는 쿠데타를 일으키고도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다. 자신의 그릇된 욕망을 위해 한반도에전쟁을 유도하여 무수한 생명을 앗아가려 했으면서도 잘못을 조금도 돌이켜보려 하지 않는다. 스쿠루지 영감보다 일백만 배 일천만 배 더 악질들이다. 저들에게는 정녕 공감 능력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이 글은 @강경 작가님과 @보노 작가님의 요청으로 쓰게 되었다. 금년(2024) 6월 7일,글벗 작가님이신 강경 작가님의 <슬픔은 다 같이 슬퍼야 견딜 수 있다를 읽다가,옛날생각이나서간단하게이런일이있었노라댓글로 올렸던 적이 있다. 그 댓글을 읽으신 두 분이 어떤 형태로든 한 편의 글로 써서 올리라고권하셨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해를 넘기기 전에 엉성하게나마 하명하신 숙제를 한다.@강경작가님의일부로마무리를지어본다.



시 한 편 읽었을 뿐인데

집 떠난 개가 돌아와 짖는다


눈도 못 뜬 새끼였다가

촐랑대는 강아지였다가

다리 절고 떠났던 개가

멀리서 달려와 꼬리를 흔든다


잘 지냈니 해피야

말썽꾸러기 아들 키우면서

네 생각 자주 했단다


보고 싶었어



여러분,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복된 성탄절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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