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초대였지만 흔쾌히 동참하기로 바카라 룰.짧고 옅었던 인연을 소중히 여겨 잊지 않고 불러준 고마운 배려였기 때문이다. 참석하기로 예정된 14명이 정확한 시간에 모두 모였다. 독특한 구성원들이었다. 모임을 주최하신 성공회 신부님과 사모님, 개신교 목사님 두 분, 가톨릭 수녀님 두 분, 그 외 가나, 케냐, 싱가포르에서 유학 온 외국인 유학생 네 명, 나를 포함한 민간인 네 명.
출발점에서 간단한 순례 일정 안내와자기소개, 오늘의 순례 마음가짐을 말하는 출발 기도시간이 있었다. 신부님을 비롯해서 모두 진지바카라 룰.
봉고차 한 대와 승용차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전진교를 지나 차에 탄 채 신분증을 맡긴 후 민통선을 통과바카라 룰. 민통선 내에 거주하는 농부 주민의 초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입장이었다. 민통선을 통과한 후 한참 지나 차에서 내렸다. 마중 나온 농부 아저씨와 인사를 건네고 거기서부터 임진강을 따라 도보 순례를 시작바카라 룰. 입구를 통과할 때 보초 임무 중인 군인들 네댓 명을 만났을 뿐 걷는 내내 우리 일행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바카라 룰.
임진강을 끼고 걷는 흙길은 넓고 길게 잘 닦여 있었다. 시야가 툭 트인 넓은 평원과 끝없이 펼쳐진 맑은 하늘, 서늘한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몸을 굽히는 임진강가 갈대숲은 바카라 룰롭고 고요했다. 고요를 넘은 적막이 몸과 마음을 편안히 감싸 주었다.
신부님은 계속 침묵하시며 가장 선두에서 앞장서 걸으셨고 우리들은 걷는 속도에 따라 자연스레 옆에서 함께 걷게 되는 일행들과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기도 바카라 룰. 잠깐 두 분 수녀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예수님의 작은 자매회 소속이라는 두 분은 예순을 넘으신 듯바카라 룰.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며 예수님을 본받아 낮고 가난한 일상을 꾸려 가신다고 바카라 룰. 근처 파주에서 작은 집 한 채를 구해 네 분이 공동체의 삶을 사신다며 맑고 순박한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 팔천 원 짜리 점심을 사 먹은 뷔페식당에서는 깔끔하게 깎아 후식으로 준비해 온 단감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셨다.
초겨울의 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딱딱한 길과 햇볕에 녹아서 질퍽질퍽 미끄러운 흙탕길이 있어 군데군데 우리의 발걸음을 긴장시켰다. 운동화 바닥은 금세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잘 닦인 고운 흙길 양쪽 풀밭들에는 아직 지뢰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길을 벗어나지 말라는 주의도 들었다.
70여 년 전 최고의 격전지였던 이곳, 아무것도 모르는 채 서로의 총알받이가 되어 수많은 젊음들이 시체로 나뒹굴었던 이곳. 잔혹했던 전쟁의 흔적들을 긴 세월 속에 깊이 파묻어 버린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말 없는 자연은 참으로 바카라 룰롭고 고요하고 아늑하다. 찬란한 윤슬을 빛내며 조용한 잔물결로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 짙푸른 강물, 차갑게 뺨에 와닿는 상쾌한 바람, 서늘하게 코끝을 파고드는 상큼한 맑은 공기, 쨍하니 파랗게 맑은 하늘을 무리 지어 나는 기러기와 유유히 창공을 오르내리는 독수리, 그들의 거침없는 비상과 하강으로 투명하고 가없는 푸른 공간 속에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직선과 곡선들.
초겨울의 차분히 정돈된 자연은 몸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도시 생활의 분주함과 복잡함을 깨끗이 씻어 내린다. 찌든 땟국물처럼 몸과 마음에배어 있는 번잡한 일상의 묵은 먼지를 가볍게 거두어 간다.
고요한 바카라 룰, 함께 걷는 이들의 순박한 미소, 문득문득 멈춰 서서 짧게 나누는 묵상과 기도. 광활하게 전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보다 더 의미 있고 강하게 와닿는 순박함이 있다.
3년 전부터 매주 첫 토요일, 이렇게 만나 순례길을 함께 걷는다는 그분들을 알게 된 것은 행운이다. 오늘은 특별한 일정이었고 보통 때는 각자 도시락을 지참하여 임진각까지 매번 같은 길을 도보 순례한다. 간절히 품는 기원은 하나, 바카라 룰다. 나의 바카라 룰, 가족과 이웃의 바카라 룰, 조국의 바카라 룰, 세계의 바카라 룰, 우주 만물의 바카라 룰.
집에서 출발 소집지까지 편도만으로 두 시간이 걸리지만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가장 복잡한 구간에서 승차한 전철 안이 점점 한적해지고 문산행 경의선으로 갈아탄 순간부터 교외로 나왔다는 청량함이 이미 전철 안에서까지 느껴진다. 토요일 아침인데도 일터로 향하는 듯한 풋풋한 젊은이들을 주 고객으로 싣고 번잡한 서울로부터 점점 더 한적한 먼 곳으로 달리는 공간이다.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는 창밖 풍경을 내다보기도 하고 점점 비어 가는 좌석이 주는 한가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미 치유가 시작된다.
매월 첫 토요일의 이 시간을 기대해 본다.
비목
한명희 작사,장일남 작곡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양지 녘에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