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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이 좋아한 자두맛 라이브 바카라

알면서도 져주기로 함

앞서 걷던 '득(라이브 바카라)'이 나에게 급한 경고의 손짓을 보낸다. 살짝 어두운 이 호텔의 복도에서 그를 뒤따르며 걷던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신호에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와 나는 베트남 지방의 한 호텔에 들어와 이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던 참이었다. 호텔의 복도에 불이 켜있기는 하지만 방 번호를 확인하는 용도로 켜있는 정도인 것 같고, 저쪽 복도 끝의 창밖에는 어두운 진회색 구름만 달빛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걷고 있는 복도의 바닥엔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의 카펫이 깔려있고, 이 카펫 때문에 우리들이 걷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조용히 앞장서서 걷던 그는 내 방문 앞에서 멈추더니 오른팔 전체를 몸통 바깥으로 벌려 본인의 가슴 높이까지 올리고는 나를 쳐다봤는데, 나에겐 멈추라는 신호로 읽혔다.


라이브 바카라;Should I stop here?(여기서 멈춰야 돼?)라이브 바카라; 내가 묻자 나처럼 검은 정장 바지에 흰 긴팔 셔츠를 입고 있는 '득(Duc)'은 조용히 하라며 본인의 입술 앞으로 검지 손가락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러더니 1층의 카운터에서 받은 카드 키로 내 방의 문을 열고 혼자 들어갔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난 일단 방문 밖에서 그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는 내 방의 옷장을 열어보고, 옷장에 걸린 가운을 집어 들고는 손으로 툭툭 털어보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득(Duc)은 멀쩡한 침대 위의 베개를 들어 올리거나 커피포트 뚜껑을 열어보기도 하며 혼자 경호원이 된 듯 행동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테이블에 올려진 무료로 공급하는 물병을 흔들어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라이브 바카라;Everything is clear, sir.라이브 바카라; 그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며 나에게 보고를 했다. 라이브 바카라;뭐 하는 거야?라이브 바카라;라고 놀란 내가 묻자, 라이브 바카라;사장님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저의 임무입니다.라이브 바카라;라고 득(Duc)이 대답한다.


그는 우리 회사의 총무 매니저이다. 오늘은 호치민에서 4시간 정도 떨어진 베트남 남부 지방으로 대리점 사장들을 만나는 미팅을 하러 출장을 나왔고, 내일까지 이 지역에서 거래처 미팅이 잡혀있다. 회사에는 아직 통역 직원이 없기 때문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총무 매니저 득(라이브 바카라)과 함께 나온 것이다. 나이는 나와 동갑인데, 키는 165 정도에 몸무게는 60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더 말랐을 수도 있다. 남자가 너무 마른 것 아니냐고 하면, 그래도 늘 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어 보이는 팔뚝을 들어 올려 뽀빠이 자세를 취하곤 하는 직원이다. 이상하게 자신감이 충만하다.


그는 회사에서 총무와 인사를 담당하기 때문에 조금은 감성적으로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성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회사의 몇 차례 어려운 일들을 해결하는 능력을 보면, 강단 있게 앞장서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매니저이다. 역시 경륜과 자신감이 업무를 이끌어가는 데는 큰 힘이 된다. 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득(라이브 바카라)의 경우 영업 현장에는 이번에 처음 나와보는 것이고, 나도 거의 그런 편이다. 그럼에도 오늘 낮에 대리점 사장들과 미팅을 잘 끝냈고, 미팅 후에 영업 사원, 대리점 사장, 그리고 그의 지인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갖게 되었다. 처음 이런 업무를 경험해서 그런지 낮에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득(라이브 바카라)도 얼음 가득한 잔에 타이거 맥주를 여러 잔 마시더니 웃음이 돌기 시작한다.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 직원인 그는 술을 마신 뒤에 영어가 하고 싶어진 것 같다. 갑자기 영어 인사말 강의를 나이 어린 영업 사원들에게 하기 시작했다. 영업 사원들도 본인들보다 나이 많은 총무 매니저의 술기운에 기분을 맞춰주고 있다.


식사자리가 마무리될 즈음에 식당에선 과일이 나왔다. 베트남에서 잘 본 적이 없는 자두가 나왔는데, 이 자두를 들어 올린 득(Duc)이 영업 사원들에게 이게 영어로 뭔지 물어보았고, 다들 모른다고 하자 자신 있게 말했다. 라이브 바카라;It's a pineapple(이게 파인애플이란 거다).라이브 바카라; 영업 사원들은 '아! 이게 파인애플이구나!' 하는 깨달음의 표시를 표정과 몸짓을 보였다. 옆에서 듣던 나는 웃음이 났다. 라이브 바카라;이거 파인애플 아니야!라이브 바카라; 내가 말하자 의기양양하던 표정의 득(Duc)은 날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나에게 설명했다. '이게 사과처럼 생겼는데 향이 좋아서 파인애플'이라고 했다. 베트남어로 파인애플은 '텀(Thom)'이라고 부르는데 '텀'의 또 다른 뜻은 좋은 향기를 낸다는 것이다. 나름 득(Duc)의 설명은 진지하게 들린다. 그래도 어쩌나? 이건 파인애플이 아닌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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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득(Duc)에게 졌다. 이날은 그냥 이걸 파인애플이라 부르기로 했다. 다 알고 있어도 분하게 져야 할 때가 있다. 득(Duc)의 무지막지한 억지에 그냥 알겠다고 했다. 파인애플 사진을 보여줘도 술이 취한 그에겐 이길 수가 없었다. 라이브 바카라;이제 들어가자. 내일도 아침부터 거래처 만나야 하잖아.라이브 바카라; 그렇게 우린 식사 자리를 끝내고 득(Duc)이 미리 예약해 둔 호텔로 이동했다. 그리곤 처음의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득(Duc)은 날 지켜야 한다면서 내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방의 모든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한 그에게 라이브 바카라;오늘 너무 고생했고, 이제 득(Duc) 방으로 들어가서 자. 내일 봅시다.라이브 바카라;라고 얘기해 주었다. 아마도 처음 나온 영업부서와의 출장에서 많은 긴장을 하고, 베트남 현지의 거래처와 한국 사장인 나 사이에서 영어로 통역을 하느라 꽤나 신경을 쓴 모양이다. 본인은 잘 모르는 분야인 영업 파트 사람들이 잔뜩 나와있고, 거래처 사장까지 앉아 있는 자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고, 또 나에게도 본인을 어필하고 싶었던 마음도 잘 이해가 간다. 모르긴 해도 아마 나도 남들에게 이러고 있을 것이다. 남들도 모른 척 나의 모자람을 받아주고, 난 또 나름대로 나의 잘남을 어필하고 있겠지. 이렇게 서로 알면서 당해주고, 또 모른 척 밀고 나가는 것이 사회생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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