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9일.바카라 오토에 오른지 36일 만에 바카라 오토에 도착하던 날 아침. 익숙해진 옷을 챙겨 입고, 걷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익숙한 무게의 배낭을멨다.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한 달 동안 반복해온 아침 일상이 새삼 새로웠다. 숙소에서 출발하기 전 화장실에 들러 바카라 오토 위의 내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남겼다.지금까진 순례길을 걸으며 걸어온 거리를 계산하곤 했는데, 이젠 바카라 오토까지 남은 거리를 계산하려니 반대로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다.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늘 손꼽아 기다려온 날이었는데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니 도착을 미루고 싶어졌다.20km, 10km, 5km.바카라 오토가 가까워질수록 남은 길이아까웠다.내 바람과는달리남은 거리는 계속해서 줄어들었고 점차 SANTIAGO라는 단어가 표지판에 반복해서 보이기 시작했다.
가능한 천천히 걸으며곧 그리워질길의마지막 모습을눈에담았다. 방향을 알려주는노란 화살표, 안내 표지판, 바카라 오토이 길가 철조망에 나뭇가지로 만든 십자가, 미련을 버리듯 걸어두고 간 옷가지들, 함께 길을 걷는 '우리'의 그림자.바카라 오토 도심으로 들어서기 전설치된 커다란 SANTIAGO 글씨 앞에 잠시 멈춰 기념사진을 찍었다. 평범한 일상이 흘러가는 도시에 들어서 가게를 지나고, 집을 지나고, 놀이터를 지나 바카라 오토 대성당이 있는 광장으로 향하는 골목에 들어섰다. 배낭을 멘 사람들이 모두 한 곳을 향해 가니 더 이상 화살표를 찾을필요가없었다. 멀리서 음악 소리 같은 것이 들리고, 곧이어 나타난 낮은 계단을 걸어내려 가, 짧은 터널처럼 생긴 문을 지났다. 문을지나자광장이 나왔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여기가 바카라 오토인가?' 잠시 두리번거리다 바카라 오토 대성당을 발견했다. 아직 공사 중이라 한쪽은 철골 계단으로 둘러싸인 모습이었다. 아, 여기가그토록오고 싶어 했던'그 바카라 오토'구나.조금 기쁘고, 생각보다 무덤덤하게,36일에 걸친 바카라 오토이 그렇게 끝났다.
다비데와 손을 잡고 광장에안으로들어서, 서로의 도착을 축하하고는바카라 오토 마주 보는자리에 멈춰 섰다. 배낭을 내려놓고 벽에 기대앉아 한동안 대성당과광장에 바카라 오토다른 바카라 오토을 바라봤다. 중간에 헤어졌는지 광장에 들어서는 친구를 발견하고 얼싸안고 기뻐하는 사람, 이미 한참 전 도착한 듯 둘러앉아 자리 잡고 휴식을 취하는 그룹, 한편에 조용히 앉아 성당을 바라보는 사람,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36끝을맞이하고 있었다. 나의 끝은 생각했던 것처럼 아주 기쁘거나 감동적이지도,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았다. 그때내가 느낀기분은 약간의 후련함과 생각보다 특별할 것 없는 '끝'에 대한 공허함이었던 것 같다. 굳이 비교하자면 수능이 끝난 후 느꼈던기분과비슷했다. 혼자였다면 외로웠을지모를 순간이었지만 다행히도 다비데가 곁에 있었다.
광장에 바카라 오토 지30분이지나지 않아,바카라 오토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방씩 찍고는점심을 먹으러 길을 나섰다. 이리저리 구경하며 맛집을 찾아다니다 다비데가 고심 끝에 고른 엠빠나다 (Empanadas, 스페인식 파이) 가게에 들어가 치킨, 대구, 문어가 들어간 엠빠나다를 한쪽씩 사서 나눠먹었다.엠빠나다가얼마나 맛있었던지바카라 오토 대성당에 도착한 순간은 희미해졌지만 그때 먹은 엠빠나다 맛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남아있다. 점심을 해결하고, 알베르게를 찾아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낮잠을 잤다. 한숨 자고 일어나 다비데와 저녁을 먹고 산책하며 바카라 오토의 야경을 감상했다. 대성당을 보고도끝이실감 나지 않았는데저녁10시가 넘어서도다음 날에 대한 걱정 없이 야경을 즐기며 맥주 집으로 향하는 순간에야 이제 정말 바카라 오토이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났다.(바카라 오토자 숙소는 보통 저녁 10시가 되면 전체 소등을 한다.)
다음날 아침,오랜만에맘 편히 늦잠을 자고,배낭 없이가벼운 어깨로 숙소를 나섰다. 대성당 박물관과 바카라 오토 골목골목을 구경하고, 성당에서미사를 드리고, 순례자 사무소에 들러 바카라 오토 완주 인증서를 받으니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날 저녁, 나는 프랑스 길 끝에 있는 바다 마을인묵시아(Muxía)까지 가는 버스를 예약하고 다비데는 다음 날 마드리드로 떠날 준비를 했다. 짐을 싸는 그에게그동안빌린옷을 건넸는데 그는 한사코 받질 않았다.옷으로나마 그를 기억하고 싶어서 나도 더는 묻지 않고 옷을 다시 내 배낭에 넣었다. 다비데랑 눈이마주친순간, 엄마를 따라 우는 아이처럼 갑자기 내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그가 처음으로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도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마음에 가득 찼던 말이 흘러넘치듯밖으로튀어나왔다. 바카라 오토에 도착한 지 이튿날 아침, 다비데는 공항으로 떠나고 나는 묵시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다비데와도 첫 이별을 했다. 다시 홀로 남아 버스를 타고 순례길 끝의 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마음이 뻥 뚫린 듯이 휑했다.
길을 걷기 시작한 순간부터 매일 나에게 물었다. 나는 왜 이 길에 온 걸까. 나를 찾기 위해서일까. 꿈을 찾기 위해서일까. 무엇을 찾기 위해 나는 이 길을 걷고 있을까. 길을 다 걷고 나면 내가 이 길에 온 이유를 알 수 있을까. 길이 끝나고, 길 위에서 만난 이들과 헤어지고 나서야나는이 길이 바카라 오토에 도착하기 위한것이 아니었음을깨달았다.매순간한 걸음씩걸어온걸음들,길을 걸으며울고 웃고, 두려워도 용기를 내고,쓰러졌다다시일어서고, 나와 다투고 화해하고 결국 나를돌보며 걷는법을배웠던날들, 그리고 그 여정에 함께해준 모든 사람들, 그들이 나눠준 이야기, 내게 베풀어 준 사랑과 선한 마음들, 그 모든경험을통해배우고성장하며변화해온나. 나는 목적지에 바카라 오토 내가 아닌,36일 간 매일 고민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한 발씩 내딛던나를 만나기 위해서 이 길에 온 것이었다. 내가 찾고자 했던 모든 것들은 목적지가 아닌 길 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