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좋은 글은 적당한 우울감에서 나오는 듯

바카라 전부를 다시 시작한 건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될 거라는기대 때문이다. 익명의 공간에서 맘껏 넋두리를 휘갈기다 보면 나도 모르는 응어리가 좀 풀리지 않을까 싶어서. 실제로 꽤 많은 도움이 됐다. 뭔가 쏟아내고 싶지만 들어줄 사람은 없을 때, 눈치 안 보고 마구마구 써댔더니 나름대로 배설의 카타르시스가 좀 생기더라고.


그런데 웃긴 건, 상태가 정말 나쁠 때는 오히려 글을 쓸 수가 없다는 점. 정말 안 좋을 땐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가 없기도 하고, 사실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으니까.반대로 상태가 좋을 때도 글쓰는 게 쉽지 않다. 일단밀린생업들을처리해야 하, 그땐뭔가쏟아내지 않아도 괜찮다보니 아무래도 우선순위가밀리거든.그러니까,이 잘 써지려면적당히 우울야 하나보다.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글을 잘 썼을 때는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 아니었나 싶다.그때 썼던 글의 흔적들을 오래된 일기장이나 학교문집에서 발견할 때면 흠칫 놀란다. 와.. 내가 이렇게 글을 패기 있게 쓰는 애였어?문장은 거칠지만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아주 펄떡펄떡 하는구만. 그랬던 소녀가 이렇게 무기력한 중년이 되다니.영고일취,인생무상.


예전에는 젊은 바카라 전부가들이 스스로를 괴롭히다가 불행하게 삶을 마감한 이야기에 헛웃음이 나곤 했다. 딱히 불행할 일도 없었던 것 같은데,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 소위 '바카라 전부하는 사람'들은 대체 뭐 그렇게 엄살이 심해. 바카라 전부이 그렇게 어려우면 그냥 때려치우고 취직이나 하든가..그런 말을 하고 다녔다.지금 생각하니까 참 어렸네. 어린 나야, 역시나 참 패기가 있었구나.


이제 이모양 이꼴(?)이 되고 나니, 조금씩 그 사람들의 불행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같은게 뭐나 된다고이런 말을하나 싶지만, 어쩌면그때의내가생각했을 수도 있다. 바카라 전부하는 사람이라 예민한 게 아니라, 예민하기 때문에 바카라 전부을 하는 걸지도몰라. 불행하면서도바카라 전부을 고집했던 게 아니라, 바카라 전부을 한 덕분에 그나마 덜 불행했을지도모르지.역시..한 번 당해보는 것만큼 확실한 역지사지가 없.


물론 모든 바카라 전부가들이 예민하거나 불행하진 않겠지.하지만감수성과 배출욕구는 평온한 상태보다 격동의 상태일 때더 커진다는 건확실히알겠다.그러니이제부터는 작가들을 좀 다른 방향으로 바라봐야지.엄살에 아니라 섬세한 거라고.


그리고 나도, 이 충동적인 상태가 주는 장점을 그나마 하나 찾은 셈이다. 누가 알아? 지금 내가 싸지르고 있는 이 글이 나중에 '어느 불행했던 무명작가의 기록'으로 후세에 전해지게 될지.


바카라 전부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