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카페에 앉아 초콜릿 휘낭시에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이곳은 채광이 높은 호텔로 그 내부에 딸려 있는 카페는 직접 만든 듯한 구움 과자와 몇 가지 티(tea)와 커피를 팔고 있다. 커피를 주문하면 늘 쇼케이스를 보는 것이 취미인 바카라 녹이기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는 과자들을 황홀한 듯이 바라본다. 한 입 베어 물면 어떤 맛인지 바로 알 것 같은 먹음직스러운 모양의 마들렌, 휘낭시에, 스콘과 무스케익들이 보물 상자에 담긴 것처럼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
커피를 시키고 진동벨을 받은 바카라 녹이기 문득 주위를 한 번 둘러본다. 푹신한 소파를 연상케하는 그레이 색 좌석은 혼자 앉기에도 둘이 앉기에도 어색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를테면 창가에는 6인용의 높은 테이블이, 또 둘이 앉기에는 가장 정중앙 좌석만 있는 것이다. 벽에는 그네와 같이 나란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좌석도 마련되어 있다. 하나같이 조용히 앉아 케익과 커피를 마시기에는 불편해 보인다. 이 카페는 왜 이렇게 디자인되어 있을까?
어느 자리에 앉는지가 그 사람의 성격을 대변한다는 글을 심리학서에서 본 적이 있다. 바카라 녹이기 언제나 그렇듯이 좋아하는 창가에 앉기도 하지만 요즘은 가운데 자리에도 잘 앉는다. 분명히 예전에는 부담스러워했던 것도 같은데. 이유를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이 많이 지나들고 넓은 곳에 앉아 있는 것이 좀 더 마음이 넉넉해진다. 바카라 녹이기 가장 적당해 보이는 가운데 자리에 앉아 읽고 있던 책을 펼쳤다.
5분 정도가 지났을까, 읽고 있던 책의 몇 장을 보기도 전에 진동벨이 울린다. 뜨거운 바카라 녹이기와 함께 딸려 나온 초콜릿 휘낭시에는 조그만 칼과 포크가 같이 나온다. 빵을 조금 덜어 바카라 녹이기와 함께 먹자 오래전 오스트리아에서 먹었던 고급스럽게 달달했던 자허 토르테*가 생각났다. 오스트리아 빈의 아름다운 슈테판 성당과 높은 층고의 오페라 하우스, 거리를 달리는 마차들이 바로 맞은편에 있는 것처럼 아른거린다. 필름을 되감는 것처럼,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낡고 낯설다.
왜 이렇게 캄캄할까, 바카라 녹이기 눈을 깜빡거렸다. 이 카페의 명도(明度)는 무척 낮은 것 같다. 험난한 바깥을 피해 들어온 동굴 속의 소박한 공간처럼 이곳은 어둡다. 마침 험난한 밖은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바카라 녹이기 저 멀리 끝에 거울처럼 걸려 있는 창문 밖으로 남색 빛 하늘에 눈부시게 떨어지는 큰 눈송이들을 본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은 눈과 함께 완전한 종말을 고하였다.
바카라 녹이기 조용히 커피를 마신다. 이 시간에, 낯선 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무척 오래간만의 일인 것 같다. 그것은 ㅡ 그 자체로 좋다. 바카라 녹이기 다시 책을 펼쳐 읽고 있던 문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의 일인
가, 요즘에는 종종 시간을 내어 서재에 쌓아둔 글을 읽자고 늘 마음속바카라 녹이기만 생각하는 것 같다.
휘낭시에를 조금씩 갈라 뜨거운 커피와 함께 먹다 보니 어느 순간 동이 났다. 바카라 녹이기 늘 그렇듯이 커피를 3분의 1쯤 남겨두고, 의자에 걸어 둔 코트를 다시 입고 몇 년 전 선물 받아 겨울만 되면 꺼내는 캐시미어 스카프를 목에 둘둘 감고 상념이 젖어 카페를 나선다. 문을 열자마자 순식간에 불어든 바람, 코를 시리게 하는 추위에 외투를 껴안듯이 입는다. 바카라 녹이기 잠시 멈춰 서서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현악 4중주를 듣는다. 우연히 오래전 잃어버린 블루투스의 한 쪽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완전해진 음악의 세계에서 최근에는 오래전 들었던 곡들을 세심하게 골라 하나씩 듣곤 한다.
눈이 내리는 이 겨울의 밤에는, 또 어둑한 밤의 지하철에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실려있다. 우리는 썰물처럼 함께 쓸려나가고 서로가 알 수 없는 종착지에 제각기 흩어져 나간다. 그들과 같이 바카라 녹이기 밤 속으로 성큼성큼 사라지고 있다.
길은 눈으로 미끄럽다. 군데군데 얼음으로 변모할 듯한 녹은 눈의 웅덩이들도 보인다. 도로는 녹아내린 눈으로 빛나고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입고 주위를 보지 않은 채 열심히 어디론가 걷고 있다. 나 역시 주위를 전혀 쳐다보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 손끝이 시리고 발끝도 시리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이 겨울이 바카라 녹이기 정말 반갑다. 문득 하늘을 보면서 하얗게 번지는 숨을 내쉬고 있는데, 눈부시게 빛바카라 녹이기 달이 저만치 보인다. 최근에 보았던 외국의 하늘에서의 반듯한 달이 비교된다. 저마다의 하늘, 한때의 바카라 녹이기 오로지 방황으로 살아갈 때가 있었다. 집이 없고 가야 할 곳이 없었던 이리의 세계에서. 고향이 없는 자처럼 오래도록 헤매었다.
당연하게도 동반자를 꿈꾸었다.
너는, 내가 단 한 번도 마음을 제대로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 너는 타인의 세계 속에 들어간 적이 없었지. 오로지 너의 바카라 녹이기 들어온 사람과만 교감했어. ' 너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어떤 이야기들은 실체와 상관없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 같다. 그 벗어날 수 없는 세계의 터널에서, 인연이란 이토록 세월의 끈처럼 엮이고 엮이는 것 같다.
'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바카라 녹이기, 그러니까 완전히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야만 하는 거야. '
마치 오래전 기억 속에서, 너는 이미 나의 반쪽 같다. 기다려야만 하는 세월을 이미 충분히 기다린 것처럼 너는 너울지는 노을 속의 점멸하며 사라지는 해와 같다. 그 언덕 너머로 ㅡ 바카라 녹이기 꽤 오랫동안을 동굴 속에서 기다려야 했고, 너의 눈부신 움직임으로 서서히 스며들었다. 그렇게 깨어난 바카라 녹이기 분명히 뻗어오는 손을 맞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