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영화감독이 되었다.

화요일 오전 회사...그날도 여느 날과 다른 것 없었다.

다른 거라고는 010으로 시작되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 것이었다.

바카라;정보라 고객님이신가요?오늘 카드 수령하셔야 하는데...바카라;

한 달 뒤 출발하는 유럽 여행을 위해 발급받은 카드가 발송된다는 전화였다.그렇다. 나는 1년 4개월을 다닌 회사를 퇴사하고, 내 생의 첫 유럽 여행을 간다!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뮌헨에 가는 비행기표를 알아보는 중 010으로 시작되는 또 다른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이번엔 뭘까.

바카라;정보라 감독님 맞으시죠?바카라;

감... 감독님..? 감독님? 바카라?

한 달 전 춘천바카라에 출품한 기억이 났다. 발표일로부터 6일 전이었다. 와, 나 진짜 이런 전화 처음 받아봐!

바카라;어, 맞아요!바카라;

바카라;정보라 감독님이 출품해 주신 작품 저희 한국단편경쟁작 후보로 올라가셨어요. 출품 감사합니다.바카라;

바카라;네? 감사합니다...바카라;

바카라;공식발표일은 29일이라 아직 포스팅은 삼가주시고요...바카라;

네? 제가요?

바카라;감사합니다...바카라;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는 나의 태도에 수화기 너머의 담당자님도 기뻐 보였다는 건 내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전화를 받고 카톡과 온갖 메신저로 제 모든 친구들에게 소식을 알렸습니다. 드디어 삽질만 하는 줄 알았던 내가!! 어딘가에 공식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서 정말 기뻤습니다. 편입 성공 이후로 공식적인 성취는 이것이 처음입니다. 저 앞으로도 작업해도 되나봐요...(물론 이거 안 됐어도 했을 겁니다..)

아무튼 여러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