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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니면 누가 너랑 사니?

부부의 언어


주말 저녁, 빠른 육퇴 후 바카라 야식으로 비빔면을 준비하고 부른다. 나는 얼른 식탁에 앉아 군침을 꼴깍 삼킨 후 젓가락을 집어 들고 호로록 소리를 내며 비빔면을 빨아들인다. 비빔면을 먹는 나를 가만히 지켜보던 바카라 말했다.


바카라;하... 참 손 많이 가는 스타일이야. 나 없으면 어떻게 살래?바카라;


평소에 잘 흘리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에게 바카라 종종 하는 말이다. 밑을 보니 비빔면을 빨아들이면서 튀긴 양념들이 하얀 식탁 위를 장식하고 있다. 쿨하게 인정한다. 나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니까.


바카라;그렇지? 내가 좀 손이 많이 가긴 하지. 근데 우리 여름이(나를 쏙 빼닮은 딸)도 그럴 거 같은데 어떡하지?바카라;

바카라;괜찮아, 나 같은 남자 만나면 되지바카라;


참나. 어디서부터 나오는 자신감인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태연하게 말하는 바카라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부부 사이엔 종종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있다.


바카라;나니까 여보랑 사는 거지.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어봐라바카라;

바카라;누가 할 소리? 나도 마찬가지거든~ 나 아니면 진짜 여보랑 못 산다바카라;


엄마도말한다.

'엄마니까 아빠랑 살지~ 다른 사람은 못살아~'

언니도 말한다.

'너네 형부 성질 진짜.. 너는 몰라서 그래~ 나니까 사는 거야~'


우리는 왜 배우자에게'나니까 너랑 산다'라는 말을 할까?


어쩌면 이 말은 배우자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는 말 아닐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나는 너에게 꼭 맞는 사람이야', '우리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야'라는 숨은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바카라 나를 애처럼 바라보며 저런 말을 할 때면 마음이 조금 말랑해진다. 나의 모자란 부분을 너그럽게 봐주고 챙겨 주는 한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워져서 작은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부부로 살다 보면 그들만의 언어가 생긴다. '사랑해' 나 '고마워' 같은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내뱉는 말속에 애정이 담뿍 담겨있는 그런 말들.


바카라;나 같은 남자 만나면 되지바카라;라는 남편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코웃음으로 대답했지만 좋아하는 노래 멜로디가 떠올랐다.


아빠,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까?

이다음에 언젠가 내가 그런 때가되면 아빤내게 뭐라고얘기해주게 될까?

안된다. 아니면 때가 됐다 생각할까?


그 사람이 어느 누가 될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지만 다정하고 지혜로운 그런남잘 거야.


하지만 나는 아빠가 좋아. 그래도 꼭 만나야 된다면아빠 같은그런 남자만날 테야.


아빠가 엄마를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사랑에 빠졌을 때,

널 낳았을 때, 널 키울 때가 생각이 나.

우리 공주님 어서 자라서 멋있는 사랑도 하고말이야.그래야지.그럴 거야.꼭 그러렴.


아빠와 함께 왈츠를_김현철


아빠와 딸이 주고받으며 부른 이 사랑스러운 노래가 그 타이밍에 떠오른 건 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두 딸이 자라서 짝을 만난다면 바카라 같은 사람이면 좋겠다고잠깐, 아주 잠깐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내일은 음감님이바톤을 이어받습니다. 작가 4인이 쓰는 <바카라라는 세계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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