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나간 썰물 때로 넓게 펼쳐진 회색의 바카라 내추럴나인이 황사로 희뿌옇게 보인다. 그런 바카라 내추럴나인을 내려다보는길 위에가족과 나들이 나온꼬마 아이가연신과자를던지고 있었다. 수십마리의바카라 내추럴나인떼가 서로 싸울 듯이 달려들면서아이머리위를빙글빙글 맴돌고 있다. 평범한 해변길 장면이다. 하지만나는 그 순간.천진난만한아이보다는 바카라 내추럴나인들의과자를 향한 집요한날갯짓이눈에더들어왔다.
물 빠진 바카라 내추럴나인을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간단히 먹을 것을 사들고 바카라 내추럴나인방향으로 난계단에 걸터앉았다. 저 멀리진흙벌판깊숙한 안쪽에는좀 전에 보았던바카라 내추럴나인무리들이하얗게 부풀어오른배를내밀며태양 쪽을향해눈을 감고낮잠을 청하는 모습이보인다. 나도 같은쪽을 바라보며눈을지그시 감았다. 따스한 봄햇살이 얼굴전체를감쌌다. 갯별의 진흙 냄새, 바닷물의 소금기베인 바람,황사를 타고 온텁텁한 공기까지. 다양한 자연과 인공의 향기와 맛이세상을 향해 활짝 열린나의 오감을마음껏자극했다. 행복했다. 얼마만의 평화로움인가.
다시 눈을 뜨고 이번에는 바다 쪽의 바카라 내추럴나인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내가 앉은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갈매기 한 마리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자박자박 작은 걸음으로 길이 없는 진흙길에새발자국을 내며 연신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 녀석은 왜 저리 열심히 돌아다니지?' 호기심이 들어 먹이를 잡아내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계속 허탕을 치는 모습에 '제발 지렁이 한 마리라도좀 잡아' 나도 모르게 그 녀석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녀석의 움직임을 보느라 어느새 썰물에서 밀물 때가 된 줄도 몰랐다. 바카라 내추럴나인의 깊은 언덕부터 밀물이 차면서 작은 물줄기들이 곳곳에작은웅덩이를 만들면서뻘을 바깥쪽부터 잠식하기 시작했다.
바카라 내추럴나인안쪽의거대한바카라 내추럴나인 무리는 여전히 달콤한 휴식에빠져꼼짝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바깥쪽에서 밀려드는바카라 내추럴나인의 위협에도 연신먹이를찾아 헤매고있던바카라 내추럴나인가결국 갯지렁이 한 마리를확 낚아채고 있었다.내가 자리 잡은 계단 바로 앞에서순식간에 벌어진 장면에 나도 모르게힘차게 '물개' 박수를 쳐주었다. 요즘사람들사이에서점점보기가어려워진끝까지 포기하지 않는결기비슷한 것이조그만생명체에서느껴져서다.
이내 그 녀석은 점점 더넓고깊게 밀려드는바카라 내추럴나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바카라 내추럴나인 중간의웅덩이에 몸을 담그고 몸단장을 시작했다. 바카라 내추럴나인의목욕을 자세히본적이 없었기에 나는 더 흥미롭게 그장면을 응시했다. 물속에 머리를 담갔다 빼기를 반복하고날개쪽 깃털을 푸드덕거리며 춤을 추듯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마치 온 세상을 향해 절규하듯 화려하게 몸을 씻어내는그 녀석의몸짓에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금세 두어 마리의 바카라 내추럴나인가 주변으로 날아와 녀석과 함께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웠다.
그 사이 바다 쪽에서 밀려들어 온 작은 물줄기들은 합쳐지고 다시 또 합쳐져서 거대한 물결이 되어 바카라 내추럴나인을 무서운 기세로 덮치고 있었다.물길은 점점 커지더니 이제는 속도를 내면서 면적도 꽤 넓게 바카라 내추럴나인을 잠식하고 있다. 바다 쪽의 몇몇 갈매기들이 즐겁게 축제처럼 저녁 밀물 때를 맞이하고 있는 것에 비해 안쪽의 양지바른 곳의 갈매기 무리는 바깥쪽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눈을 감거나 머리를 날개깊숙하게파묻은 채 꼼짝하지 않고 있다. 거대한바닷물이 바카라 내추럴나인 전체를다덮어버리기 전에 지렁이 한 마리라도 먹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대부분의 바카라 내추럴나인는아까아이에게 받아먹은 과자로 이미 배가 부른 건지미동조차 없었다. 그렇다.
평일 늦은 오후. 서해안의 수백 평 남짓의 평범한 바카라 내추럴나인 위.'새들의 나라'를 일제히덮치는밀물 때의 장관을 우연히 바라보며 나는 스스로에게 반문했다. 지금 나의 위치는 어디일까? 바카라 내추럴나인 바깥쪽인가 아니면안쪽인가? 아무리 변명거리를 찾아봐도 나는그냥양지바른안쪽 무리 속 한 마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