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밀라노는 반짝반짝 빛나는 계절입니다. 기독교의 나라답게 12월이 되면 집집마다 반짝이는 전구를 달거든요. 물론 거리마다 화려한 전구를 높이 달아놓아서 추운 날씨에도 밤거리를 거니는 재미가 있어요.
저는 이번이 밀라노에서 맞는 네 번째 크리스마스입니다.
3년 전 겨울, 밀라노에 처음 왔을 때 과연 1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바카라 도박께 푸념 섞인 하소연을 하곤 했었지요. 그때 절 단단히 붙들어 주었던 건 바카라 도박들과 함께 쓰는 시간이었습니다. 저희가 함께 책을 내기 위해 애쓰던 시간이었지요. 그런데 곧 밀라노살이 4년 차가 된답니다. 믿기시나요? 그동안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지난 한 주는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혼란스러운 날들이었지요. 계엄과 탄핵이라는 어마무시한 일을 직접 목격했으니까요.
대구에 사시는 작가님은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며 어떤 생각들을 하셨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묻지 못했어요. 글로 만난 우리가 정치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지금까지 나누었던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진 않을지.... 염려스러웠거든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고, 정치적 소견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어제는 프랑스인 바카라 도박가 절 보며 축하한다고 했어요. 프랑스도 지금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심하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거든요.
해외에 살면 고국의 정치상황에 무심하다 생각하시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아요. 다른 나라의 정치상황을 두루 경험할 수 있으니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지요.
저는 비상계엄이 처음은 아니랍니다. 제가 1980년 5월 16일에 전라도에서 태어났으니, 제가 태어난 그때가 딱 계엄이 선포된 시기였던 거죠. 다행히 전라도에서도 저~ 끝에 위치한 고흥에서 태어났기에 생명에 위협을 당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던 저희 삼촌과 고모는 큰 어려움에 처해있었다고 해요. 할아버지께서 광주로 직접 데리러 가셨다가 버스가 다니지 않아 걸어서 고모와 삼촌을 데리고 시골로 내려왔다는 말을 들었답니다. 제 대학교 바카라 도박 저보다 이틀 빠른 5월 14일에 광주에서 태어났는데요, 하마터면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할 뻔했다고 하더라고요. 엄마가 병원에 가는 길에 죽을 고비를 넘겼다면서요. 광주를 비롯한 전라도 사람들은 그래서 계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생일을 떠올리다 보니, 바카라 도박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 큰아이의 생일이 12월 27일인데요, 바카라 도박의 생일은 그보다 더 늦은 12월 31일이시죠. 한 살 더 어리게 태어날 수 있었을 제 아이와 바카라 도박의 생일을 헤아려 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고, 사라지는 것은 우리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애매한 날짜에 아이를 낳아놓고, 며칠만 더 참을 걸.... 후회를 했더랍니다. 물론,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란 걸 알지만요. ㅎㅎㅎ
겨울에 태어나신 바카라 도박,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전 여전히 글을 잘 못 쓰고 있습니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글력을 완전히 잃어버렸지요.
그런데 바로 어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연락을 한 친구가 한 명 있어요. 그 바카라 도박 제가 네팔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가기 위해 한 달 동안 합숙훈련을 했을 때 같은 방을 썼던 친구입니다. 그 바카라 도박 라오스 봉사단원이었지요. 서로 다른 나라로 파견되었지만 국제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던 사이였습니다.
귀국 후엔 겨우 두 번 직접 만난 게 다였어요. 그래도 온라인 세상에서 종종 만나 서로의 삶을 드려다 보고, 응원하는 바카라 도박였지요.
그 바카라 도박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요, 어느 날 아이 셋과 함께 해남으로 귀촌을 했어요. 남편은 휴직을 했고, 바카라 도박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를 하러 다녔지요. 다문화이해 강의부터 청소년교육, 부부세미나 등등 강의 영역도 다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캠핑카를 사더니, 아이들을 데리고 전국을 여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생각만 하고 마는 일들을 그 바카라 도박 실행으로 옮기며 정말 그렇게 살아내는 친구였지요.
그 바카라 도박가 루게릭이라고 합니다.
루게릭이란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이라고 하는 질환인데요,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사그라드는 질환이에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 교수님이 루게릭이었지요.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바카라 도박의 소식을 듣고 저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아직 초등학생인 바카라 도박의 세 아이가 눈에 아른거릴 뿐이었지요. 바카라 도박에게 안부를 묻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바카라 도박 너무나 씩씩해 보였어요. 아이들에게 남길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진행을 늦추는 주사를 맞고, 회사로 복귀한 남편 대신 세 아이를 돌보며 울고 웃으며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제 바카라 도박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너의 버킷리스트 중에 책 쓰기가 있다면, 기꺼이 내가 함께 할게! “
우리는 모두 생과 사의 중간에 살고 있지요. 그리고 ‘생‘ 보다는 ’사’ 쪽으로 매일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누구 하나 예외 없는 이 인생을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 권력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저들의 모습이 한없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오랜만에 보내는 편지가 조금 무거웠지요. 이런 묵직한 생의 책임감을 가지고 살 때 우리의 하루가 조금 더 단단하리라 생각해요.
겨울에 태어난 겨울아이 바카라 도박,
이 겨울 많이 춥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따뜻한 연말 보내시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저는 지금 바카라 도박의 책, 다정한 교실은 살아있다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다정한 바카라 도박의 문장과 함께 올해를 다정하게 마무리할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