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바카라 아라 백수로 지내기
『이직요정의 바카라 아라 생활기』
바카라 아라 근무했던 두 직장 사이에 약 9개월 정도의 공백이 있다. 그중 약 두 달여의 시간은 대만 전국 여행을 다녔고, 또 다른 두 달은 한국에서 보냈다. 그리고 나머지 5개월은 거의 집에만 있었는데, 집에 있는 동안 혼자 개인 프로젝트도 만들어 보고, 구직 활동을 하며 화상 면접도 종종 보곤 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긴 시간을 멍 때리며 보낸 것 같다. 처음엔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는 그 시간들이 여유롭고 좋았는데, 그런 날이 길어질수록 하루하루 무기력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버틸 수 있었던 건 이직요정 주니어 덕분이었던 것 같다. 우울감에 빠져 무기력하게 하루 종일 누워있을 수도 있었지만, 주니어 픽업이나 식사 준비를 위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기운을 내보자는 차원에서 쓰기 시작한 글이『바카라 아라의 백수인생』시리즈이고, 시리즈를 쓰던 중 취직이 되어 글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타지에서 백수가 되어 생활하는 것은 한국에서 백수로 지내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건 비슷한데, 생존까지 위협받는 느낌이 드니 더 아찔하다고 해야 하나. 1원 단위까지 가격비교를 하고, 세일할 때를 기다리고, 먹고 싶은 걸 참는, 전에 없던 습관들이 하나씩 생겨나기도 했다. 비상금으로 차곡차곡 모아 오던 적금을 하나씩 깰 때마다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여기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언제 또 이런 시간을 가져보겠나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불편한 마음과 안락한 몸 사이를 왔다 갔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동안 시간은 잘만 흘러갔다.
이렇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빈둥거릴 수 있었던 데에는, 대만에는 구직자를 위한 비자가 따로 있다는 것도 한몫했다. 정확히는 바카라 아라 체류를 허가한다는 ‘거류증’이라는 것을 특별한 서류 준비 없이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최대 1년까지 있을 수 있고,6개월씩 두 번에 걸쳐 바카라 아라할 수 있다(6개월 안에 구직을 하면 연장할 필요 없이 취업 거류증을 다시 발급받으면 된다).
* 기존 거류증 소지자를 위한 것이고, 거류증 만료 한 달 전부터 이민서에 가서 바카라 아라하면 된다.
1차 바카라 아라 시에 필요한 준비물은기존에 사용하던 거류증, 여권, 여권 사본, 바카라 아라서,수수료(1인당 1000 TWD=한화 약 4만 원)이다. 2차 바카라 아라 시에는 기존 거류증, 여권, 바카라 아라서만 있으면 된다. 바카라 아라서를 내면 자필로 사유를 적으라고 하는데, 나는 각각 다음과 같이 썼다.
1차 바카라 아라 사유:
“2021년 12월 31일 자로 현재 계약이 만료되어, 구직을 목적으로 2022년 6월 30일까지 거류증을 연장하고 싶습니다. (目前的合約2021年12月31日結束。為了找新的工作,想延期居留證到2022年6月30日。)”
2차 바카라 아라 사유:
"6개월 연장합니다: 2022년 12월 30일까지 (我要延期6個月: 到2022年12月30日)"
2차까지 신청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수수료를 더 내지 않아도 돼서 부담은 없었다. 사실 막판엔 거의 구직을 포기한 상태였고, 거류증 만료 즈음해서 한국에 돌아갈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근데 주니어가 대만에 더 있고 싶다면서 아무 회사나 가면 안 되냐고 하길래 그냥 집에서 가까운 아무 회사나 들어가게 됐다. 눈만 좀 (많이) 낮추면 사실 바카라 아라도 취직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직요정은 바카라 아라 어떻게 취업을 했을까!
이직요정의 바카라 아라 생활기(라고 쓰고 생존기라 읽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