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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간호사가 되려면 일단 미국에 가야한다

뉴욕에서 일하는 여자들 인터뷰집. 간호사 바카라 프로그램 편

뉴욕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


이 한 문장에는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타인의 삶을 끌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안녕하세요. 뉴욕에 살고 있는 작가 바카라 프로그램입니다.이번에 뉴욕에서 일하는 여자들을 인터뷰 하고 있어요. 혹시 괜찮으시면 만나서 이야기 할래요?”


마음을 열면 그 마음에 더 큰 보답을 받는 곳, 내가 생각하는 나의 뉴욕이다. 뉴욕에서 일하는 여자들 인터뷰집을 준비하면서 나는 뉴욕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오늘의 인터뷰이 바카라 프로그램 역시 뉴욕 스트릿 곳곳에 좋아하는 아지트 이야기로 몇 시간 수다를 떨 수 있을 만큼 뉴욕을 사랑한다. 우리는 맨해튼 14번가 근처에 맛있는 스페인 요리와 작은 숲속 같은 백야드가 매력인 레스토랑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뉴욕에서 1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바카라 프로그램는 내가 지니고 있던 어딘가 피곤하고 지친듯한 간호사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초롱초롱한 눈과 시원시원한 웃음만큼 긍정적이고 씩씩했다. 마침 그녀와 나는 MBTI도 같고 동갑이었다. 잘 맞는 소개팅 상대를 만난 것처럼 평소보다 한 톤 높은 목소리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ENFP란 그런거지 뭐. 급기야 처음 만난 그날, 우리는 함께 밤을 새웠다. 이 이야기는 추후에 다시 하기로 한다.


미국에 오게 되는저마다의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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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미국에 와서 15년 넘게 여기서 살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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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가족들이랑 미국 이민을 가기로 했다가 무산됐었어요. 미국에 간다고 해서 들뜨고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이 컸어요. 그래서 안되겠다, 그냥 혼자라도 가야겠다. 하고 부모님을 설득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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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가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하는 사람들은 꼭 오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서른에 뉴욕에 왔거든요. 이곳이 저에게 잘 맞으니까 ‘나는 왜 진작, 더 일찍 안 왔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결론은 제가 미국에 갈 생각조차 안하고 살았기 때문이더라고요. ‘내가 어떻게 미국에 가서 살겠어? 돈도 없고 영어도 못 하는데.’ 라면서 애초에 포기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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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원하면 정말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믿어요. 그렇게 꿈에 그리던 미국에 온 후로는 그야말로 꿈같은 미국생활을 했어요. 한국에서 새벽 6시에 일어나 야자하고 새벽 1시까지 학원과 독서실에 다니며 살다가 여기선 고등학생인데도 해가 쨍쨍한 낮 3시에 끝나니까, 뭐지? 이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해야하지? 하면서 신이 나더라고요. 스포츠 활동이란 걸 처음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옷도 교복이 아닌 내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 입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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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혼자서 미국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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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뚝, 미국 땅에 떨어진 거니까요. 한국에서 친구를 사귈 때랑 또 다르게 미국인 친구들은 얘가 좋은 앤지, 나쁜 앤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미드에서만 보던 치어리더나 미식축구 뭐 그런 일진이라고 해야할까요? 그 무리에도 잠시 속했었다죠. 아니다 싶어서 좋은 친구를 찾는데에 집중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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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사귄 친구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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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심하게 ‘유교걸’이었던 것 같아요. 술이나 마리화나, 섹스 뭐 이런 이야기들을 다들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게 불편했어요. 그 중 한 친구는 선생님 앞에서 생리가 늦은 이유가 어떤 남자애 때문인 것 같다고 대놓고 얘기하더라고요. 제 가치관에 안 맞아서 차라리 혼자인 게 낫겠다 판단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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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가치관이 뚜렷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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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많은 걸 배우자고 하고 온 건데 나한테 득이 되지 않는 그릅과 놀면서 도움이 될 게 있을까, 어찌 보면 이기적인 생각으로 빠져나온 거죠. 나는 무조건 여기서 잘 지내야 된다. 잘 해야 된다, 그 생각이 저를 붙잡아준 것 같아요. 이민자로서의 두려움이기도 하죠. 잘못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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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한국 학생들과도 거리를 두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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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와서 한국 친구들하고만 놀면 발전이 없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돌아보니 이래 저래 스스로를 많이 압박한 것 같네요. (웃음) 그런데 그 친구들이 제가‘트윙키’처럼 되려고 한다, 이러면서 저를 왕따시키려고 했었어요. 기억에 남는 일이지만 타격은 크지 않았어요. 그때 그들과 함께 놀았다면 저는 지금과 다른 사람이 되어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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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나 열정이 강한 편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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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때처럼 확고하진 않아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돌이켜보면 제가 했던 선택으로 인해 분명히 놓친 게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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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기회라고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사실은 기적과 같은 걸수도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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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보내는 첫 1년이 제 인생을 좌지우지 할거라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 Nurse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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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간호사가 되기로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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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되겠다, 하는 거대한 포부보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선택하게 되었어요. 병원계열에서 일하고 싶었고 당시만 해도 간호사가 영주권을 받기 좋은 직업군이라고 알려져 있었거든요.


하다 보니 적성에 맞았던 거죠. 특히 간호 전공으로 시작해서 다른 분야까지 발을 뻗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더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지금 제가 다니고 있는 병원의 병원장님이 간호사로서 커리어를 시작했거든요. 가까이에서 그분께 배우면서 저도 의료경영 쪽으로 커리어를 발전시키려고 석사를 공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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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인생이라는 게 생각지도 못하게 흘러가지 않나요. 고등학생 때 1년 간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거의 인생의 반을 간호사로 살게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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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하이스쿨을 다니면서 시간이 많다 보니 인생 계획을 이리저리 가지 치면서 짰었거든요. 결혼은 없긴 했지만 (웃음) 돌이켜보면 비슷하게 살고있는 것 같아요. 그 계획들이 힘들 때마다 저를 무너지지 않게 해준 것 같아요. 무너졌을 때 나를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해온 게 보이더라고요. 그 성취들을 보면서 저를 칭찬해주고 다독여주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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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을 따는 것도 계획 중 하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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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을 따면 미국에 있기 편하겠지 생각했어요. 15년 전이다 보니 인터넷이 발달된 것 도 아니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잘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간호 대학 본과시험을 따로 쳐야 된다는 것도 자세히 몰랐고, 2007년에 이미 간호대 학생에게 주어지는 영주권 쿼터제가 끝났다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제 계획으로는 학교를 졸업하고 2010년에 영주권을 받아야 했거든요. 철지난 정보를 붙들고 그냥 도전했던 거죠.


그치만 방향만 맞는다면 어떻게든 방법은 다 찾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운이 좋게 좋은 병원에 취업했고 또 병원에서 학비를 지원해줘서 석사까지 하게 되었으니까요. 계획보다도 더 잘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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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걸 믿어요?



믿는 만큼 내가 노력을 하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계속해서 믿는 방향으로 알아보려고 하고, 알아본 대로 꾸준히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요?



다름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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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몬교를 믿는 백인 아줌마, 아저씨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을 때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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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것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그렇구나’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몰몬교에 대해서 설명을 들을 때 새로운 역사를 배우는 것처럼 접근했고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나와는 다르다’ 하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그분들이 저를 개종하려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보살펴 주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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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저 다른 것일 뿐인데 틀렸다고 하는 경우도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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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나와 다른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가치관이 다르다고 해서 나한테 피해가 오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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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친구도 아닌 언어도, 피부색도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베풀어준 친절. 느낌이 좀 달랐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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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인상깊게 남아있어요. 누군가 나를 생각하며 챙겨주는 거. 그거 사랑이잖아요.그분들은 저한테 잘해준다고 이득 되는 게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해줬을까? 딱 기본만 해줄 수도 있는 건데 정말 저를 딸처럼, 가족처럼 챙겨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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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들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도 정말 커요. 어쩌면 좋은 것들의 힘이 무척이나 강한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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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잘해줘야겠다, 나눠줘야겠다,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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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한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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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한테 제일 안 그러네요. 이상하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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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쫓기듯 살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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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그냥 바빴던 것 같아요. 학교나 학원에서 정한 루틴을 그대로 따라야 하니까 다른 생각을 하는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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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들도 바쁘긴 바쁜데 왜 좀 다르게 느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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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날씨가 좋다고 갑자기 공원에 앉아서 즐기질 않잖아요. 아무래도 날씨에 상관없이 한국에선 자기계발이나 생산적인 일을 해야한다는 압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미국은 날씨를 즐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날이 좋으면 무조건 공원에 사람이 꽉 차있다고 보면 되고, 날이 안 좋으면 귀신같이 아무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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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우선순위가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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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나를 생각하고 알아갈 수 있었어요.



미국 간호사로 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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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간호사로 일하는건 어떻게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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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간호사는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배웠어요. 나 혼자 한다고 환자가 사는 게 아니라 간호사, 조무사, 약사, 의사 다 같이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되니까요. 동료들끼리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존중해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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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간호사 관계에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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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의사들이 간호사와 평등한 수평 관계라고 이해하는 분위기에요. 많은 의사가 ‘우리는 간호사 없이는 일을 못한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의대 나와서 레지던트, 인턴하는 사람들이 의사부심(?)으로 수십년 경력의 간호사를 무시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선배 의사들이 ‘니가 더 배우게 된다. 서로 윈윈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처음부터 그렇게 교육을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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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줄이 힘들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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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후 회복실에서 일을 할 때는 로테이션 리스트가 있어요. 제가 환자를 받을 턴이 오면 환자를 회복 시키죠. 법적으로 환자와 간호사 비율이 정해져 있는 주도 있고요. 뉴욕 병원 응급실에서 제가 12명에서 14명까지 환자를 혼자 돌본 적이 있는데 회복실에서는 2명 이상 환자를 보지 않아요. 제 담당 환자가 오면 회복시키고 다른 간호사들이 점심을 먹을 때 케어해주고 또 로테이션을 하는 식이에요. 병동 간호사로 일할 때는 시프트 리스트를 받고 12시간 근무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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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감정노동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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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 일할땐 확실히 감정노동이 더 심해요. 몸이 불편해서 병원에 오는 거니까 다들 이미 기분이 안좋겠죠. 당장 의사를 만나도 시원찮을 마당에 간호사가 서류 관련해서 뭐 달라, 어디가 아프냐 묻고, 피를 뽑는 둥 뭔가 다 귀찮은 일의 연속이죠. 그래서 짜증을 간호사에게 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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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람들 다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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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저를 때리려고 한 적이 있고 제 동료 중엔 실제로 다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적이 있어요. 정신과 환자들을 케어할 땐 온갖 종류의 마약 중독에 대해서 경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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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싫어지기도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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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 일할 땐 너무 환자가 많고 처리할 일이 많다 보니 환자를 하나의 할 일, 과제로 보게 되더라고요. 이쪽 가서는 피만 뽑고 테스트 하면 되고, 다른 침대에 가서는 수술실로 보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일만 하는 로봇 같았죠. 그래서 응급실을 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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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시작될 때 진짜 그야말로 미국 병원, 난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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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병원에 저를 포함해서 딱 2명이 코로나 초기에 마스크를 쓰고 다녔었어요. 한국 뉴스를 통해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떤 건지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병원에서 마스크가 위협감을 준다고 쓰지 말라고 주의를 주더라고요. 무서웠지만 짤릴 수도 있으니 마스크를 뺐는데요, 한 이틀 뒤에 완전히 미국 코로나 상황이 악화된거죠.


모든 수술이 캔슬되었고 기존 음압실 5개에서 응급실 절반이 중증환자를 위해 음압실로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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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 사망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보셨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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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했어요. 그동안 알던 의료지식이 통하지 않는, 전혀 모르는 케이스니까요. 열이 나면 타이레놀이나 모트릴이라는 약을 처방하는데요, 두 가지 사용 후 결과가 조금 다르다고 느꼈어요. 병원에서의 룰과 지금까지 맞게 해왔던 공식이 있는데 공식이 안 통하니까 그게 난리였죠. 괴물 같았어요. 정말로. 정신이 멀쩡한 상태로 기침만 하던 환자가 옆에 있는 사람들이 죽어가니까 당장 몇 시간 후, 다음 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나 안죽어, 죽고 싶지 않아 이러다가 갑자기 사망하는 걸 보니까 이게 뭐지? 막 너무 안타깝고 무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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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에서도 죽음을 많이 목격하셨죠. 인생이 뭔지 많이 생각해봤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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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 환자였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간호사가 되고 처음으로 담당한 환자가 죽었을 때 저도 많이 울었어요. 몰핀을 받고 오늘, 내일 하는 분이었는데 가족들이 아침 10시면 매일같이 면회를 왔고 저와 이런 저런 얘기를 했었어요. 평소처럼 환자분 딸이 전화가 와서 오늘 갈 거 같은데 아버지 어떠시냐, 그러더라고요. 바이탈이 평소와 똑같아서 저는 환자분이 안정적이다, 이렇게 말을 했거든요. 30분 뒤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확신해서는 안됐는데 그땐 너무 몰랐죠.


저는 그분이 저에게 화를 내고 컴플레인을 할 줄 알았는데 와서 하는 말이 몇 주 동안 아버지에게 할 말을 다 했고 그동안 아버지 잘 케어해줘서 감사하다, 그게 다 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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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오늘이 소중하다는 것. 우리는 왜 그걸 자꾸만 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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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할 수 있지만 병원에서 일하면서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걸 느껴요. 가족에게 더 집중하게 되죠. 사실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일하는 곳에서 나는 어쨌든 대체품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대체되지 않는 건 오직 가족 뿐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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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문신을 허벅지에 하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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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거든요. 아버지는 몰라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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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간호사로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계신데, 힘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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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때 하고 싶었던 게 바디캠을 달고 현장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 공유를 하고 싶었어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글을 쓰는 걸로 여정을 시작했죠.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가끔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분들이나 지망생 분들이 댓글을 남겨주는데 그때 뿌듯함을 느끼죠. 작더라도 그렇게 해서 베풀 수 있으면 그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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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로서 어떤 계획이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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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다니면서 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는데요, 조직행동론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더 깊이 공부하게 될 것 같아요. 나는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 보여지는가? 어떤 리더인가? 아무래도 연차가 쌓일 수록 그런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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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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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열심히 잘 살아왔다 하는 삶을 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하고 있던지 행복했으면 좋겠고요. 지금까지는 계획을 짜면서 살아왔는데 앞으로는 꼭 계획이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열심히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걸 잘 찾아서 해보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어딘가에 가 있지 않을까요?


박도

간호사가 아니더라도, 뉴욕이 아니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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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도 장소도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런 게 아니더라도 그냥 나는 나니까. 후회없이 잘 살아왔다 하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몇 개의 계절을 지나 그녀와의 인터뷰를 편집하다보니 바카라 프로그램와 나는 이 글에 담을 수 없는 깊고 진한 수다에 더 진심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인생과 사랑과 행복과 비밀스러운 꿈에 대해서 밤이 늦도록술을 마시며 대화했다. 나는 당시에 가출을 한 상태여서 짐을 잔뜩 싸서 나왔었다. 바카라 프로그램는 어디서 묵으려고 하느냐며 그녀의 집으로 나를 이끌었다. 처음 만난 사람을 재워주겠다는 사람은 대체로 좋은 사람이다. 난 기꺼이 그녀의 집에 갔다. (따라하지 마시오..) 그리스 음식과 맥주를 마시며 사는 게 무엇인지 함께 생각하면서 새벽엔 강아지들을 산책시키며 한적한 뉴욕북부 산속에 쏟아지는 별들을 보았다. 그녀의 따듯함이 과연 이 인터뷰에 담겼느냐 하면 아니다. 조만간 다시 그녀를 만나 더 깊이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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