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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에볼루션을 안 먹을 거야

바카라 에볼루션

365일 오늘은 아주 길고 긴 밤의 길이가 지속되는 날로 바카라 에볼루션라 한다. 동짓날 기점으로 점점 낮이 길어지는 고비인 만큼 봄을 기다리는 마음의 성급한 시발점이 됨으로 한 겨울 중에 희망을 품게 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 날은 붉은 팥죽을 먹어 액운을 쫓는 다했다 하였고, 동지가 지나야 나이를 먹는다고도 했다. 우리 지역에서는 팥죽 바카라 에볼루션심을 그냥 바카라 에볼루션이라 불렀는데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둥근 바카라 에볼루션 외에 이런저런 모양의 찰흙 놀이도 하였던 좋은 기억들이 많다.


바카라 에볼루션은 구전으로 나이만큼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하여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나이 수만큼 챙겨 먹는 것이 그때의 국룰이었고, 내가 만든 바카라 에볼루션을 찾아보는 복불복도 쏠쏠찮게 형제, 자매들 간의 경쟁 재미도 있었다.


동지팥죽의 추억은 아주 고약한 기억도 있었는데, 어느 해 미련하게도 바카라 에볼루션을 나이만큼 꾸역꾸역 챙겨 먹다 급체하는 바람에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기고 설사로 죽다산 고생이 그것이었다. 트라우마로 동지팥죽 사랑은 그 이후 오랫동안 멈추었다.


수십 년 만에 바카라 에볼루션 빚기를 직접 해 보았다. 요즈음 애들이 죽을 좋아하지도 않고 해서 맛보기 기미 수준의 적은 양을 만들기로 했다. 지금의 나이만큼 바카라 에볼루션을 먹었다가는 헤아리기 싫은 수에 낭패가 될 테고, 이제는 바카라 에볼루션 안 먹고 한 살 안 먹는 것을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바카라 에볼루션을 쑤고 먹는 것으로 나쁘다는 액운을 쫓는다 하니 의미 있는 연말 절기일 뿐 아니라 역시 뭐래도 어둠의 세력이 물러날 채비하는 날에 먹는 거라 얼쑤 어화둥기 둥둥이다. 그건 그렇고 남극은 하지로 점점 어둠이 올 텐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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