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딜러 않을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일단 몇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눈을 홉뜨고 나에게서 어떤 '하자'를 찾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연애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요소가 하나라도 포착되면, 그때부터 내가 하는 모든 말은 '열폭'이나 '정신 승리'로 번역된다. ... 이렇게 상대방의 비연애 상태를 폄하하기는 매우 쉽다. 그것은 개그 프로그램과 같은 각종 미디어, 사람들 사이의 대화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이진송, 바카라 딜러 않을 자유
문학동네에서 이진송 작가의 '차녀 힙합'을 소개받으면서 다른 책도 둘러보다가 가벼운 마음으로연 책이었다. 그러나 왜 난 이 책을 바카라 딜러한 후에접한 것인지 아쉬웠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대부분이 들어있는 이 책을 말이다.
나는 서른여섯 살에 바카라 딜러 했다.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늦은 나이에. 바카라 딜러을 하기 전까지 나는 부모님 포함해서수많은따가운시선을 견뎠다.특히 남초 회사에서 그러한 시선은두 가지 편이 있다.
먼저 '못' 했다는 편이다.눈이높아서, 주제에 맞지 않는 잘생기거나 멋진 남자를 기다려서.철벽녀라서.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서.저러고 다니니까.
두 번째는 '안'한다는 편이다. 고맙다고(?)생각해야 하는지 모르지만'능력이 있으니 바카라 딜러 안 하지','화려한 싱글이 좋지'등등이다.
외벌이로 아내와 아이들을 부양하는 남직원들 중에는 나를 보고혼자 벌어서 혼자 다 쓰니 얼마나 좋냐고무례한 말을 마구 던진다. 그들이보기에는내가능력이 있다고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내가 입에 풀칠하기도 바쁘거나 벌이가 지금보다 안 좋으면 바카라 딜러 해야 한다는것인가? 남자가여자를 돈 주고 사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인생을 조금 더 살면서 10대와 20대에 비해 내려놓은 것 중 하나는 바로 남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다.바카라 딜러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다. 내가 더운 날씨에 검은 스타킹을 신든 겨울에 반팔을 입든 한번 쳐다보고 마는 수준이다. 하지만 반대로 바카라 딜러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남의 인생을 쉽게 재단하려 든다.
나의 결혼 유무나 남자친구의 유무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왜 나보고 연애를 하지 않느냐고 무례하게 물어보거나 속단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더 이상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회사 업무 미팅이나 외부 업체를 만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그저 왼손에 끼워져 있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살짝 보여주면 그만이다. 나는 드디어 바카라 딜러 않을 자유를 얻었다. (이러려고 한 결혼은 아니긴 하다.)
내가 바카라 딜러 한 이유는 화려하지 않게 살려고도, 주제에 맞지 않는 잘생긴 재벌 실장님이 갑자기 대시를 해서도 아니다. 인생을 같이 보내고 싶은 반려자가 생겼기 때문이다.그 바카라 딜러은 나를 고양이라고 부른다. 집사가 된 기분이라고 매일 나를 귀여워해주고 돌봐준다.물론 나도 고양이로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한다.고양이로 사는 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