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 갔을 때는 벤자키티 공원과룸피니 공원을 바카라. 홍콩에 갔을 때는 스타의 거리와 구룡공원을 바카라. 오키나와에 갔을 때는 나하 시내 근처 해변가를, 교토에 갔을 때는 가모강을 바카라. 상해에서는 인민공원을,뉴욕에서는 허드슨 리버파크, 센트럴 파크를, 치앙마이에서는 핑강을 서슴없이 바카라.부산 광안대교, 제주의 협재 쪽 해안도로, 제천의 청평호, 남양주의 팔당댐,서울의 한강, 여의도공원,도심 곳곳, 탄천까지.
매일 같은 코스, 매일 같은 트레드밀을 바카라다가 낯선 도시에서의 러닝은 또 다른 기쁨을 준다. 아마, 새로운 길에 발을 내디뎌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평소와 다른 공기, 날씨, 달리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 등등을 보면 낯설고 생경한 기분인데 또 뭐랄까. 내가 이 낯선 도시에 발자국을 꾹 남기고 가는 기분도 든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똑같은 행위인데도 비일상적인 공간에서의 바카라는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바카라는 몸으로 시공간을 기록하는 일. 전 세계, 국내외 방방곡곡 내가 다녀온 곳, 바카라 여행을 차곡차곡 기록해보려 한다. 아름다운 곳을 그저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달리는 것도 얼마나 좋은 지, 바카라를 좋아하는 사람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둘 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러닝, 맥주, 여행. 내가 참 사랑하는 세 가지. 여행 가서 러닝 후 마시는 맥주는엄청난 기쁨이 됐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차가운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만 되풀이하면서 달린다는 하루키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 바카라를 시작한 장소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서울시 마포구 성산2동 월드컵경기장 앞 불광천 그리고 한강 난지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