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자막에 뜨는 저 네 글자를 네이버에 수없이 검색하고 사전적 의미를 아무리 봐도. 도무지 물음표만 남았다. 내가 알고 있는 그게 맞나 싶어서. 저거 진짜야?
평소 눈팅만 하는 익명 오픈 카톡방(업계 홍보인들, 기자들이 모여있는)이 쉴 새 없이 울려댔다. 바카라 녹이기사령부 포고령이 돌았다. 그중 가장 눈에 들어온 문구, “모든 언론과 출판은 바카라 녹이기사의 통제를 받는다”
기자들은 당연히 직격 타고 홍보 역시 당장 내일 닥친 일들(보도자료 배포나 기자 간담회)을 우려하기 바빴다. 나 또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아 그럼 당분간 예정된 보도자료 배포는 어떻게 하지? 그럼 기획기사는 당분간 피칭 못하나? 내일은 언론사 행산데 이건 어떻게 되는 거지? 따위의 것들이었다.
일 생각이 가장 먼저 나는 게 여러 가지 복합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싫기도 하면서 좋기도 했고 별로였다.
동시에 묘한 소속감도 들었다.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이 사회의 현상이 내가 하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게. 꽤나 내가 이 사회에 흡수 돼 있는 구성원이구나 라는 아주 당연해 보이지만 어떤 이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는 어떤 사실에 대한 인지와 함께.
오늘 아침 출근길에 출입 기자들의 연락이 왔다. 우리 바카라 녹이기의 산업군은 큰 영향이 없는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문의들이었다. 평소처럼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했다. 하루는 또 바쁘게 흘러갔다.
어제는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지만 날이 밝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한다. 어쩌면 모두가 제자리에서 자기 일을 하는 이 일상이, 제일 어렵고도 귀한 걸지도 모른다.
어제 그 순간에도 재택을 잠깐 기대했던 나 포함 많은 바카라 녹이기들이 오늘 아침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피곤한 출근길에 오르며, 출근은 싫지만 그래도 아무 일 없이 출근해 다행이라는 안도를 했을 것이다. 또 열심히 일을 해내고 퇴근 시간이 되어 같은 마음을 지닌 바카라 녹이기들과 지하철에 함께 몸을 싣고 뉴스를 연신 봤겠지.
단 6시간의 소동으로 끝난 듯하나 그 여파는 클 것이고 깊게 파인 상처처럼 회복은 느릴 것이다. 나 또한 일상의 무탈함의 대해 곱씹었던 어제의 그 감정과 기억이, 아주 길고 느리게 오래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