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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꽁 머니 에티켓 (부제 : 소주도 주도酒道가 있으니)

술자리에서의 나는 속도광이었다. 일단 병뚜껑을 따기만 하면 바닥을 비울 때까지 연거푸 원샷. 알딸딸해져서 술자리에서 앞구르기 한 번, 집에 가면서 뒷구르기 두 번, 집에 도착해서 몇 번의 토악질을 하면 오늘 제대로 마셨다는 생각에 흡족했다. 주변에 모이는 인간들도 같은 종족이라 우리는 그 누구보다 빨리 마시고 많이 마셨다. 주종은 당연히 소주. 애주가에게 맥주같이 배부르고 쉽게 취하지 않는 술은 사치니까.

그래서인지 바카라 꽁 머니을 마시는 남자와는 인연이 없었다. 아는 언니의 소개로 소개팅을 나갔는데, 첫눈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은 애초에 나를 알고 주선자에게 소개팅을 부탁했다고 하니 이제 대화만 잘 풀리면 게임 끝. 근데 이 남자 바카라 꽁 머니을 주문한다. 그리고 소개팅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그는 바카라 꽁 머니을 대하는 내 행동 하나하나가 불만이었다. 커다란 잔 가득 바카라 꽁 머니을 콸콸 따르니 사색이 되질 않나, 마시려고만 하면 자꾸만 잔을 흔들라고 잔소리를 하질 않나, 한번에 꼴깍 원샷하면 한숨을 쉬질 않나. 시간이 지날수록 테이블 가득 세팅된 바카라 꽁 머니잔을 다 던져버리고 병나발만 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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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바카라 꽁 머니역사상최초로애프터신청을받지못했다. 친구들만나소주나마셨다. “역시바카라 꽁 머니바카라 꽁 머니속물들은사람줄을몰라.”바카라 꽁 머니바카라 꽁 머니것들이나바카라 꽁 머니이나나와는맞지않는다고푸념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이를 먹기 시작하며 술자리에서의 질주도 끝이 났다. 사람다운 속도로 술을 마시며 지내던 어느 날 환영식에서 만난 신입. 주도(酒道)가 개판이다. 상사 소주잔 한가득 술을 채우질 않나, 부장님이 따라주시는 첫 잔을 꺾어마시질 않나, 바닥을 보이는 사수 소주잔을 무려 5분 이상 그대로 두질 않나......

잔소리를 하려다가 보니 내 꼴이 꼭 바카라 꽁 머니 자리에서 만났던 남자 같다.


대상이 바카라 꽁 머니과 술의 차이가 있을 뿐, 문화가 다르다는 차이가 있을 뿐 주도와 에티켓은 꼭 닮아 있었다. 평소에는 꼰대의 안줏거리가 되겠지만 때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일 수도, 그 술을 제대로 음미할 방법일 수도 있었는데. 당시에 내가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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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 꽁 머니을 즐기는 30대가 되어 보니, 소개팅 그 남자도 돌아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겠다. '바카라 꽁 머니 에티켓도 모르는 여자와 인생을 함께할 수 없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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