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먼 곳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보라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권유에 20분 거리의 병원에 새로 등록을 하고 어부바를 연신 외치는 묵직한 바카라 노하우을 업고 병원으로 향했다. 새로운 환경이지만 처음 만나는 선생님들께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앉아서 기다리는 일을 조금씩 배워가는 바카라 노하우의 모습에 감사함이 느껴진다. 아침과 밤에만 유독 기침을 심하게 하는 바카라 노하우의 진찰 결과는 모세 기관지염.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진단코드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다. 그래도 컨디션이 좋아서 바카라 노하우은 연신 책을 읽어달라, 딸기를 사달라며 필요한 요구들을 했다. 마트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사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아홉 시가 되기 전에 침대로 향한다. 수면등을 켜고 아이와 그 언저리에 엎드려 도서관에서 빌려온 그림책들을 읽는 시간이다. 해야 하는 일들이 부쩍 늘어난 요즘은 체력 저하로 그림책을 읽다 말고 잠드는 일이 유독 많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림책을 읽다 스르륵 잠이 들었는데 바카라 노하우의 기침 소리에 깨어나니 새벽 두 시였다. 지난밤의 기억을 되짚어보니 그림책을 펼치자마자 졸음이 쏟아진 나는 몇 문장을 읽다 말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바카라 노하우은 그런 나를 깨우며 책을 읽어달라 했다. 이런 상황들이 두어 번 더 반복되었고... 그리고 기억이 까마득하다. 수면등이 꺼져있는 걸 보면 분명 바카라 노하우은 나를 깨우다 결국 포기하고 불을 끄고 내 옆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을 것이다. 연신 콜록거리는 바카라 노하우의 작은 몸은 기침을 할 때마다 꿀렁꿀렁 파도가 친다. 이 작은 몸으로 감기와 싸워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절절히 느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곁에서 이불을 덮어주고 작은 발을 주물러주는 일뿐이었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바카라 노하우이 눈을 끔뻑거리며 일어나더니 나를 보며 자그맣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