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시에 통밀가루를 푼 후 몇 번 휘휘 저어 냉장고에 넣어둔 반죽이 밤새 많이 부풀어 있었다.
곡물을 익혀서 먹는다는 것, 더 단순하게 말하면 탄수화물을 먹는다는 것일 뿐 빵의 풍미에 대해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삶의 절반이 먹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은 가지만식사를 그저 배고픔을 채워주는 것 이상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뭐든 먹을 게 있으면 그걸로 해결했고, 과분한 음식은 애써 외면하고 사양하는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예열기능도없는가정용오븐의 아날로그 다이얼을200도 정도에 맞춘 후,대충둥글게만든형상의반죽을넣는다.제빵교재마다,유튜버마다만드는방식이 참 까다롭고다양하지만나는오로지탄수화물을먹을수 있는 수준으로익히면된다는생각뿐이다.
인테리어 업자의 집은 비가 새서 벽지에 곰팡이가 피고, 고급 레스토랑의 쉐프는 라면으로 적당히 저녁을 떼운다는 말처럼 나도 손님을 위해 바카라 라이브를 내릴 때와 나 혼자 마실 때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사람이다. 더군다나 통밀빵은 오로지 내 식량이라서 만드는 과정이 더 무심하다.별 것 없지만 그것도제빵경력이라면 1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