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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살아남았다

2020년 생존기: 내년은 잘 될 거야 아마두

한달째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나갈 곳이 없다. 오늘 코로나 확진자가 1200명이 넘었다는 속보가 들리는 바카라 따거, 어디론가 나갈 수도 없는 바카라 따거. 어차피 나에게 바카라 따거는 그렇게 즐거웠던 적이 없다. 스무 살 넘어서도 바카라 따거가 딱히 즐거운 날로 기억된 적이 없다. 나름대로의 바카라 따거 징크스랄까. 항상 바카라 따거에는 바쁘거나, 아프거나, 해외에 나가 있거나 셋 중에 하나였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난 입장에서 오히려 바카라 따거에 난리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다. 왜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예수의 생일이 한국이랑 일본에서만 커플 기념일인 건지.


그래서 그런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카라 따거 노래는 흔히 생각하는 노래들이 아니다.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is Christmas is You도 아니고, 발라드 가수들이 부르는 바카라 따거 캐롤도 아니다. 아는 사람이 더 드물 수도 있는, 2008년에 발매한 소울컴퍼니의 <Soulful Christmas를 제일 좋아한다. 바카라 따거 캐롤 같기는 한데,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분위기의 이 노래가 오히려 좋다. 무작정 바카라 따거라고 즐거운 건 아니잖아. 오히려 이번도 한 해가 지나가고 말았다는, 산타를 믿을 때는 지난 어른들의 바카라 따거 노래.



어렸을 땐 내가 생각했던 모든 게
죄다 세상에 존재할 거라고 믿었는데
어느 새 감상적인 상상도
삶의 마라톤으로 발악처럼 잊고 살았어
그 땐 매달아놓은 양말 속을
바라보고는 선물에 깜짝 놀랐었는데
어느 새 내가 다 컸을 땐
이미 바람처럼 날아가 버리고 말았어
안타까워 단 한 번만 돌아와 줘
산산조각 나고 사라져버린 상상 속의 산타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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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나고 사라져버린 상상 속의 산타클로스



이렇게까지 바카라 따거 분위기가 안 나는 바카라 따거도 드물텐데. 그만큼 나에게도 신나는 해는 아니었다. 하필 코로나 19가 터진 상황에서 “진작 작년에 취직했어야 했다”라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고, 반복되는 면접에 자존감이 꺾이는 상황도 얼마나 많던지. 내 탓이 아니라고, 올해가 유독 잔인한 것이라고 이야기해도 마음 한 구석이 쓰린 건 별 수 없다. 올해 하반기,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의 최종 면접을 떨어지고 나서는 아무 것도 하기가 싫었다. 한번 부딪힌 벽을 다시 확인하니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다른 길을 찾을 자신도 없었다.


솔직히 나 바카라 따거가 별로 좋진 않지만
왠지 즐거운 날인 건 인정할게
12월 25일, 밖에 나가면 얼굴을 가려
이젠 부모님도 내게 선물을 안줘
나도 어렸을 땐 참 좋아했지
산타가 없는 건 알았지만 믿는 척했지
내 나이 곧 스물둘. 이번 바카라 따거도
케빈과 함께 보낼듯해 가사나 쓰고
그나저나 올 한해도 이제 다 저물어가
새해를 맞이할 시간이 왔네 모두 다
건강하길. 그리고 복많이 받길 또
힘내자 이건 나의 자비와 기도


그럼에도 조금 나아진 게 있을까. 그나마 작년보다는 마음을 찔러대는 바카라 따거이 조금 사라진 게 나은 걸까. 항상 아프게 마음을 찌르는 바카라 따거은 가장 가까운 바카라 따거이다. 그래서 더 잔인하다. 가족 간의 싸움에 낑겨서 마음이 피투성이가 되었던 작년에 비해서는 조금 나아진 걸까. 예전에 어디서 사주를 보았을 때 그러던데. 집에서 가장 막내인데 내가 다른 바카라 따거을 다 챙겨주어야 하는 팔자라고. 정작 나를 챙겨줄 사람은 별로 없어서 많이 외로울 것이라고. 그 과정에서 내가 마음이 아픈 것조차 깨닫지 못했던 작년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아진 걸까. 그래봤자 옆에서 텅 비고 도움 안 되는 말을 하는 사람 때문에 상처 받는 건 변함이 없지만.



유난히 늦게 나타난 올해의 첫 눈
그저 아무 말 없이 홍대거리를 걷는
내가 혼자 흥얼이며 짓던 표정들
이 노래는 앞이 안보이던 그 까만 밤의 손전등
그 날 난 바카라 따거과 함께였지
하지만 불안한 기분의 맘을 감출 수는 없었지
이제 며칠이나 지나가고 있는건지
내게 넌지시 건내던 너의 웃음은 여전히
눈 앞에서 반짝거리고 있는데
이 곳 하늘에서 쏟아지는 흰 눈에
니 목소리가 부딪히기에 난 빙그레 웃고 있어
그래 난 오늘도 이렇게 웃음을 지을래
오, 당신은 이 곳 시린 땅 위에
간절하고도 진실한 희망이 돼
그 곳 남쪽 하늘에서 계속 웃어줘
그 웃음은 구름을 타고 이제 눈이 되어 흩어져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다른 교육원 동기들보다도 일을 더 많이 주어서, 가장 친한 교육원 실습생 언니가 정규직 전환 될 확률이 크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 참 좋기는 한데.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이 절대 나쁜 곳인 아닌데. 바카라 따거인지라 아직도 욕심을 다 버리지는 못했나보다. 기획 업무는 재미있긴 하지만 사무실에만 있는 건 내 성격에 영 안 맞나보다. 이 놈의 드라마, 업으로 삼으면 싫어질 줄 알았는데 싫어지지는 않는다. 업으로 삼으면 싫어질 까봐 그렇게 피해 다녔던 건데.


그래도 올해는 스스로를 더 토닥여줘야겠다. 올해는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참 잘 버틴 해라고. 이 상황이 언제 끝날 지는 몰라도, 언젠가 끝날 때까지 조금은 더 사랑하는 사람들과 버텨보아야겠다. 아직은 사랑하는 사람과 일이 있으니 삶을 놓아 버릴 수는 없다. 그러니 내일은 아마도 조금 나아질 것이라 믿고 나아가는 수밖에. 그저 휴일이 끝나기 전에 넷플릭스에서 <퀸즈 갬빗을 보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아, <Soulful Christmas도 좋지만 <아마두도 힙합 캐롤하면 빼놓을 수 없지. 모두 메리 바카라 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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