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가상 바카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가상 바카라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이 노래가 생각난다. 혜은이의 '감수광'은 바람, 돌, 여자가 많다는 삼다도 이야기로 시작한다. 가상 바카라의 상징이 이 세 가지이기 때문인데, 이유가 뭘까?
가상 바카라대 석좌교수이자 민속학자, 해양문명사인 주강현 교수가 쓴 책 <가상 바카라기행을 들여다보자. '돌을 쌓아놓았지만 곱지도 않거니와 가지런하지도 않고 모두 딱딱한 광석처럼 거무튀튀하여 볼썽사납다.' 유배 온 조선시대 선비의 눈에 비친 가상 바카라 돌담이다.
생긴 그대로의 크고 작은 돌을 성글게 얹은 모양새를 보면 어찌 저리 허술하게 쌓았나 싶기도 하다. 이런 인상 비평은 지독한 편견이다. 바람의 섬에서 살아온 가상 바카라 사람들의 지혜를 간과한 거다. 틈새 없이 쌓으면 거친 바람에 돌담은 갑자기 무너져 버린다. 거센 바람을 막으면서 돌과 돌 사이 틈으로 바람을 통하게 함으로써 강풍의 저항을 고스란히 받아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현수막을 내걸 때 구멍을 숭숭 뚫어 바람 저항을 줄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돌 많은 가상 바카라에서 비바람에 강한 재료인 돌은 가상 바카라인의 삶 전반에 사용돼왔다. 농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척박한 땅을 일구며 캐낸 돌덩이들을 주위에 쌓은 밭담은 농경지 경계를 구분하는 표식이 되고 강풍에 농작물과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아름다운 풍경 뒤에 감춰진 원형질로 조금 더 들어가 볼까. 가상 바카라 특산물 귤. 백제와 신라 때부터 가상 바카라 사람들은 귤을 육지에 공물로 바쳤다. 조선시대에는 관에서 민가의 귤나무를 일일이 세고 열매가 맺히면 하나하나에 꼬리표를 달아 관리하며 세금으로 거둬 갔다. 한양 세도가의 욕망을 부추기던 귤은 가상 바카라 사람들에겐 엄청난 고통을 가한 저주의 과일이었다. 어찌나 수탈이 극심했던지 주민들은 귤나무를 심지 않으려 했고, 송곳으로 구멍을 내 후춧가루를 넣어 나무를 죽이기도 하고, 뜨거운 물을 뿌려 나무를 고사시키기도 했단다. 수탈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귤이 마냥 낭만적인 풍물쯤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가상 바카라에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오늘날의 해녀를 옛날에는 잠녀, 혹은 잠수라고 불렀다. 17세기 전반까지 해산물을 관아에 바치는 일에 남자도 함께 했지만 과도한 착취를 못 견딘 남자들이 육지로 도망치면서 그 의무를 점차 여성이 감당하게 되었다.
조선시대 가상 바카라 목사 기건은 혼백 상자를 등에 지고 엄동설한에도 발가벗은 채 바다에 들어가는 잠녀들을 보고 염치지심이 용납하지 않아 그 뒤로는 전복이나 소라 따위를 일절 먹지 않았다고 한다. 생활노동자로 착취당한 잠녀들은 거대한 그물에 걸려 물고기처럼 죽어가거나, 출산 직전까지 물질해야 했다.
물질을 마친 여성들은 집에 돌아와 육아를 하고 곡식과 땔감을 장만하는 등 온갖 일을 떠맡아야 했다. 강인한 생활력으로 칭송받는 전통 가상 바카라 여성들 삶의 이면에는 남성을 대신하여 온몸으로 집안을 지켜나갔던 가상 바카라 여성의 가혹한 노동의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가상 바카라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이 책은 관광지 또는 명소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유적지를 안내하는 ‘문화유산답사기’식도 아니다. 주강현 교수는 가상 바카라를 상징하는 바람, 돌, 여자, 귤 등 핵심 주제 17개를 올려놓고 가상 바카라의 역사·문화적 실체를 깊이 조명한다.
인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올레, 돌하르방, 감귤의 풍경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가상 바카라와 교감하게 된다. 애환이 깃든 가상 바카라의 민속이 누구에겐 감옥과 고립의 상징이지만 또 다른 관점에선 바다로 나아가는 출발점인 셈이다.
주강현 교수는 우리에게 정작 필요하고도 부족한 것은 가상 바카라도 전반에 걸친 ‘교양’이라고 꼬집는다. 가상 바카라를 단순히 맛집 많고 예쁜 관광지로 인식했다면 올레길을 걷고, 가상 바카라 곳곳을 들여다보며 참모습을 만나보자.
가상 바카라도를 보다 넓은 시각, 태평양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권해본다. 가상 바카라도를 육지 중심 사고에서 보면 변방의 섬이 맞는 말이다. 동북아 중심 사고로 바라보는 것 역시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상 바카라도를 태평양의 일원으로 넓게 바라보려는 시각은 일천하다. 가상 바카라도는 ‘중앙 - 변방’ 관점보다는 오히려 큰 차원의 환태평양 관점에서 자리매김함이 합당하다. - p.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