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맑고 온화한 바람이 찰랑거리던 어느 날, 나는 우리 꼬물이의 손을 꽉 잡고 동네 공원으로 향했다. 벤치에 꼬물이를 먼저 앉힌 후, 나는 그 옆에 꼭 붙어 앉았다. 꼬물이가 좋아하는 고구마 말랭이 하나를 손에 쥐어주고, 텀블러 뚜껑을 열어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혀가 얼얼할 정도로 뜨거웠다.
바카라 룰;앗, 뜨거워.바카라 룰;
그 말 한마디를 하며 혼자 실없이 웃었다. 내가 웃으니 우리 아기도 따라 웃는다. 오늘은 밖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한껏 들떴나 보다.
아기만 낳으면... 나는 저절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렵게 아기를 가졌으니, 다른 엄마들보다 더 많은 사랑을 듬뿍 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을 달랐다. 육아는.. 아기만 있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고난의 연속이다.
나의 온전한 하루를 사랑하는 아기를 위해 전부 바쳐도 내 하루의 끝에 남는 건, 방전된 체력과 바닥난 마음뿐이다. 제일 억울한 건, 전업 주부로써 나의 사회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면 0원이라는 것이다. 아무도 전업 주부의 일을 업무 경력으로 쳐 주지 않는다. 억울한 건 억울한 거고, 이 일을 그만둘 수도 없다. 사랑하는 아기는 아직 나의 손이 필요하다.
엄마가 쥐어 준 고구마 말랭이를 맛있게 다 먹은 꼬물이가 바카라 룰;또!바카라 룰;를 외쳤다. 나는 웃으며 바카라 룰;오늘은 그만!바카라 룰; 했다. 대신 꼬물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보리차를 주었다. 그게 또 마음에 든 모양이다. 두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게 웃으며 조그마한 입으로 보리차를 쪽쪽 마셨다.
우리 둘의 모습이 좋아 보였던지 어느 할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아기가 예쁘다며 칭찬도 해주셨다. 그러면서 첫 째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바카라 룰;네.바카라 룰; 하며 짧게 대답했다.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기 귀찮았다. 뒷말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으니깐. 그러나 내 짧은 대답에 담긴 굳은 의미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바카라 룰;둘 째도 얼른 낳아야지.바카라 룰;
뒷말은 항상 곁가지를 치며 앞으로 뻗어 나온다.
바카라 룰;아, 하하... 글쎄요.바카라 룰;
바카라 룰;아휴, 나중에 후회해. 얼른 낳아.바카라 룰;
바카라 룰;하나도 힘들어서요.바카라 룰;
바카라 룰;어머나, 요즘 육아가 어디 그게 육아야? 우리 때는 기저귀도 손으로 다 빨고, 집안일에 시부모님 다 모시고 살았어도 애 둘, 셋 낳아 키웠다고.바카라 룰;
평소 같았으면,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아기의 손을 잡고 바카라 룰;얼른 집에 가자!바카라 룰; 했을 것이다. 들을 때마다 화가 난다.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인데!!! 말이다.
근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 할머니의 두 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잔 주름으로 고상한 얼굴과 달리 그분의 두 손은 굵은 주름으로 투박해 보였다. 시부모님 모시며 집안일에 애를 둘, 셋이나 키웠으면... 얼마나 고단했을까? 나는 아기와 단 둘이 커피라도 마시며 여유를 잠시나마 즐길 수 있는데 이 분은 그런 시간이 있기나 했을까?
바카라 룰;진짜 힘드셨겠어요.바카라 룰;
마음의 소리가 허락도 없이 툭 입 밖으로 나왔다.
바카라 룰;......바카라 룰;
바카라 룰;애 하나도 이렇게 힘든데... 애 둘, 셋에 시부모까지 모시며 얼마나 힘드셨어요.바카라 룰;
할머니의 눈시울이 갑자기 빨개졌다.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는데, 꼬물이가 욕심내며 보리차를 마시다가 옷에 다 쏟고 말았다. 흠뻑 젖은 아기의 옷을 보고 벌떡 일어나 아기를 안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얼른 꼬물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기저귀도 갈아주었다. 그리고 잠시 그 할머니를 생각했다. 그동안 많은 어르신들이 내게 비슷한 말을 하곤 하셨다. 바카라 룰;요즘 젊은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아기를 낳을 생각도 안 하나...바카라 룰;부터 시작해서 바카라 룰;빨래는 세탁기가 다 해주고 밥은 밥솥이 다 해주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다는지..바카라 룰; 등등 내 오장육부를 뒤트는 소리들을 말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속이 부글부글하기만 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마치 바카라 룰;나도 힘들었어. 그래도 다 이겨내며 살았지.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거든.바카라 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내 고단한 육아에 대한 대가가 0원이듯 그분들도 그랬으리라. 누구 하나 바카라 룰;고맙다. 오늘도 고생했다.바카라 룰;란 말은 하지 않았겠지......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육아 때문에 힘들 때마다 엄만 항상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바카라 룰;내가 너희 키울 때도 다 그랬어.바카라 룰; 그 말을 들을 때면, 엄마가 힘든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섭섭하기만 했는데.. 이 말을 했을 때 엄마의 얼굴 표정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나도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