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사와의 외침에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보니, 주먹 크기의 덴트와 범퍼, 운전석 측 사이드를 가로지르는 긁힘이 보였다. 내 차는 매트 블랙 시트로 래핑되어 있다. 긁힌 자국 사이로 원래 바디 색인 시뻘건 색이 드러났다. 차도 울고, 나도 울었다.
친구가 이사한 집에서 사우나와 자쿠지를 즐기고 저녁을 함께바카라 라이브. 즐거운 마음으로 귀가하려던 참이었다.
호주 아파트는 주차장까지 개인 소유다. 지정된 주차 공간을 사용해야 한다. 나는 친구의 주차 공간에 차를 댔다. 작은 차라 쏙 들어갔다.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6시간 동안 친구 집에 머물렀다. 사고는 이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내 차를 긁을 수 있는 차량은 바로 옆에 주차된 차뿐이었다. 탱크처럼 큰 포드 레인저다. 투도어 오픈카인 내 차의 두 배다. 바카라 라이브 차량이 공간 계산을 잘못해 출차하며 긁은 흔적이었다. 옆 차의 위치가 살짝 바뀐 것으로 보아 다녀간 것이 분명했다. 사고 시점도 그때로 추정됐다.
불쾌했다. 본인이 저지른 사고인데도 작은 메모 하나 남기지 않았다. 너사와의 말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언제 발생했는지, 누가 그랬는지 확인도 어려웠을 것이다. 컨시어지에게 바카라 라이브 연락처를 요청했다. 바카라 라이브 동의 없이는 정보를 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로비에서 바카라 라이브의 귀가를 기다리며 답답함은 더 커졌다.
증거를 찾았다. 친구가 "옆 차에도 흔적이 있을 거야"라고 말해 다시 주차장으로 올라갔다.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흔적이 보였다. 바카라 라이브 차량의 조수석 뒤쪽 바퀴 근처에 긁힌 자국이 있었다. 그 틈에서 빨간 페인트가 묻어 나왔다. 확신했다. 내 차가 후진해 바카라 라이브 후면을 긁는 건 불가능하다. 유일한 시나리오는 바카라 라이브 차가 출차하며 긁고 지나간 경우뿐이다. 이 정도 증거면 보험 처리도 어렵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처리는 순조로웠다. 오전에 경찰서에서 사고 신고를 하고, 보험사에 제출했다. 오후에는 바카라 라이브측에서 연락이 왔다. 본인부담금(엑세스피)이 높으니 보험사 대신 현금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래핑 비용만 5천 불이 넘을 수 있다며 보험 처리가 더 나을 거라고 설명했다. 바카라 라이브는 곧바로 이해하고 보험 처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사소한 문제 두 가지가 남았다. 첫째는 바카라 라이브측 보험사다. 같은 보험사를 사용해 바카라 라이브 과실 100%임에도 적극적인 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파트 교환이 아닌 부분 수리를 요구하거나, 래핑도 전체가 아닌 부분만 하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바카라 라이브 국적과 번호판이다. 바카라 라이브는 중국인, 나는 한국인. 보험사에서 사기라고 오해할 수 있다. 게다가 바카라 라이브와 나 모두 세 글자 커스텀 번호판을 사용해 자칫 친구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고는 사실이고, 나는 바카라 라이브와 일면식도 없다.
수리 일정이 잡혔다. 수리는 예정대로 끝날 것이고, 래핑도 무난하게 마무리될 것이다. 성가신 절차들이 남았다. 성가심은 대체로 새로운 경험으로 이끈다. 래핑을 예약 과정까지 천천히 지켜볼 수 있다. 악세사리 커버를 활용하는 방법도 배운다.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과 친분을 쌓을 수도 있다. 게다가 래핑도 새로 할 수 있으니 불만을 표할 곳이 없다. 장원영 식으로 말하면 럭키비키다.
바카라 라이브 올 한 해를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한 선물처럼 느껴졌다. 며칠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