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운이 좋았다. 퇴근 후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이나 때우다 자려했지만, 무심코 켠 음원 사이트에 한 가수의 신규 앨범이 걸려있었다. 그리 즐겨 듣는 가수는 아니었는데 마침 요즘 그의 라이브 실력에 빠져 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있던 참이었다. 괜스레 친근함이 들어 앨범을 클릭한 뒤바카라 레전드의 구성을 살폈다. '오? 간만에 재미있겠는 걸?'이란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단 한 소절도 듣지 않고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Skit이란 이름을 가진 한 트랙 때문이었다. 할 일은 모두 마쳤고, 35분짜리 앨범을 오롯이 바카라 레전드할 시간도 충분했고, 앞에는 헤드폰이 준비되어 있었다. 곧바로 앨범 전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담고 헤드폰을 머리에 걸었다.
종종 음악 앨범에는 Intro, Interlude, Skit이란 이름의 바카라 레전드이 포함되어 있다. 그 바카라 레전드들은대중이일반적으로 '노래'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다르다. 대체로 길이는 짧았지만 형식은 자유로웠다. 가사가 없는 짧은 연주곡이 될 때도 있고, 일상의 소음이 담겨 있기도 했고, 누군지도 모를 인물들의잡담이 포함되어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러한바카라 레전드들을처음 듣게 되었을 때, 첫인상은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솔직히는 불쾌함에 가까웠다.아티스트의 노랫소리가 얹힌 일반적인 음악을 듣고 싶었지 일상의 소음을 듣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새로발매된 앨범을들을 때면 막 서빙된 음식에서 버섯만 골라낼 때처럼 일부러 그 바카라 레전드만 쏙 빼고 난 음악들만 플레이리스트에 담았다.
까르보나라에 얹힌버섯 같은 바카라 레전드들에도 관심을 주기 시작한 건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 뒤였다. 턴테이블의 바늘은 올려진 레코드판을 가장자리부터 중앙까지 멈춤 없이 긁어내며 음악을 재생한다. 듣고 싶지 않은 곡이 중간에 끼어있어도 다음 곡으로 넘길 수 없다. 물론 가능은 하지만, 바늘을 들어 올린 뒤 레코드판에 파여진 홈에 정확히 다시 내리기가 매우귀찮다. 그래서 보통 턴테이블로 음악을 들을 땐 멈춤 없이 음악을 듣는다.
거금을 주고 산레코드판이 있었다. 바카라 레전드보단 소장을 위해구매한 레코드판이었는데, 하루는 비닐도 뜯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가는 게 아까워 턴테이블 위로 올렸다. 레코드판의 가장자리에 바늘을 내리니 턴테이블이 회전하기 시작했고 앨범의 첫 트랙인 Intro가 흘러나왔다. 2분도 채 되지 않은 Intro는 금방 끝이 났고 곧바로 두 번째트랙이 재생됐다. 뭔가 달랐다.그때 느꼈던감각을 더듬어 표현하자면, 음악이 천천히 스며들어 귀를 적시는 듯한 기분이었다. 본격적인 입수 전에 손발에조금의 물을 묻히고 들어간 느낌이랄까. Intro 덕분에 다음 곡이 시작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수 백번을 들은 음악이었지만 Intro를 듣고 난 뒤엔 들리는 깊이가 달랐다. 이후 네 개의 트랙을 즐기고 나니Interlude 트랙이 시작되었다. 분위기가 천천히 달라졌다.그리고 이전과는 완전히 상반된 트랙들이 뒤를 이었다.Interlude가 없었다면, 흠칫하며 달라진 분위기를 이상하게 여겼을 테지만 '이제 곧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거야. 준비해'라며 미리 언질 해준 것 같았다. 그렇게1시간을 훌쩍 넘기는앨범을 막힘없이, 제대로 바카라 레전드했다.
그날 이후로 새로 나온 앨범을 바카라 레전드할 땐Intro, Interlude, Skit을 건너뛰지 않는다. (Skit도 Interlude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트랙이다. 앨범 사이에서 잠시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며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트랙들은, 확실히 음악을 바카라 레전드하는 깊이와 재미를 더해준다.
레코드판, 브라운아이드소울 2집『The Wind, The Sea, The Rain』
바카라 레전드 감상하는 것은 턴테이블로 음악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지구는 자전이라는 바늘로 아주 천천히 바카라 레전드 긁어내며 우리에게 별들을 재생시켜 준다. 하지만 이 거대한 턴테이블엔 아쉽게도 건너뛰는 방법이 없다. 밤하늘 감상을 결심한 날이라면 멈추지 않고 천천히 도는 하늘을 그저 감상하는 수 밖에는 없다. 하지만 지루해질 법한 순간에도Intro, Interlude, Skit 등의 트랙처럼 지루함을 덜어주는 방법들이 있다.
Intro를 들으며 본격적인 음악 바카라 레전드을 준비하듯이,우리의 눈도 별 볼 준비가 필요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눈을 감고 천천히 어둠에 눈을 적셔보자. 밝은 공간에 살아가는 우리의 눈은 적당한 양의 빛만을 받아들이기 위해 동공을 닫아둔다. 하지만 눈을 감은 채로충분한 시간을 보내면 동공이 열리며 더 많은 빛을 감지할 수 있다. 곧 더 많은 별을 바카라 레전드할 수 있게 된다. 눈을 뜬 순간, 쏟아지는 별들을 바카라 레전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별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거대한 턴테이블은 우리에게 또 다른 별들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이 순간이바로 Interlude다. 새로운 별자리들을 보여주기 위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그런 장치들이 밤바카라 레전드에 숨어있다.
꽃들이 만개한 따스한 봄날에 별을 보고 있다면거대하게 펼쳐진 북두칠성을 시작으로 목동자리, 처녀자리를 지나 헤라클레스자리까지 볼 수 있다. 넋을 놓고 하늘을 바라보다 지루해질 때쯤엔 동쪽하늘에서 반짝이는 백색의 별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별은 아마 그날의 Interlude가 될 것이다. 베가(직녀성)라고 불리는 이 별은 여름철 밤하늘의 시작을 알린다. 베가를 시작으로 여름철의 별자리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봄철 별자리들의 충분한 감상을 마쳤다면, 베가를 보며 이제 여름철의 바카라 레전드 감상할 차례다.
밤하늘의 Interlude는 계절별로 있다. 가을철의 바카라 레전드 알리는 건 W모양을 하고 있는 카시오페이아자리, 겨울철의 바카라 레전드 알리는 건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그리고 봄철의 바카라 레전드 알리는 건 북두칠성이다. 이렇게 계절별 Interlude로 새로운 양상의 바카라 레전드 감상해 보자.
종종 분위기를 환기해 주는 Skit들도 스쳐 지나간다. 예상치 못한 순간, 별들 사이를 얇은 빛줄기 하나가 지나간다. 바로 별똥별이다. 별똥별은 바카라 레전드 올려다보며몰입 중인 우리를 잠시 꺼내어 줄 것이다. "방금 봤어? "소원은 빌었고?"로 시작한 대화는 어느새 불어나 그날의 추억거리를 하나 더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끝으로 진하게 바카라 레전드할 수 있는 앨범 한 장을추천한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규 2집 앨범『The Wind, The Sea, The Rain』은 Intro부터 끝내주는 몰입감으로 그들의 감성을 우리에게 적신다. 그리고 중간에 포함된 두 개의 Interlude는 분위기를 매끄럽게 반전시켜 주며 뒤에 나올 모든 트랙들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앨범을 감상했다면, 가을철의 바카라 레전드 보러 멀리 떠나보자. 목적지에 도착했다면 충분히 눈을 감고 별 볼 준비를 마쳐야 한다. 눈을 뜬 뒤에는 날개 달린 말과 함께 멋지게 팔을 벌리고 있는 페르세우스가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 그리고 동쪽 하늘의 Interlude, 카펠라를 본 뒤부터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별들이 담긴 겨울철 바카라 레전드 감상할 수 있다.